팀 쿡 형님 안녕하세요. 제가 사는 나라 코리아에서는 돈 많은 사람을 형님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형님은 애플의 CEO이시죠. 쿡이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쿡이 형. 요즘 제 아이폰이 버벅거립니다. 아마 새 제품이 나온다는 잡스의 계시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당신은 아이폰 8을 발판으로 아이폰 X을 발표했습니다. 제 심장이 말했죠. 어머 저건 사야 해. 하지만 원 모어 띵! 999달러라는 가격에 저 같은 앱등… 아니 애플 마니아들은 이성을 되찾았습니다.
쿡이 형. 당신은 아이폰 X의 가격 인상에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가격이면 아이폰 X을 살 수 있다”라고 말씀하셔서 몇몇 폰팔… 죄송합니다.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계산해봤습니다.
한국 직장인은 하루 평균 3,200원을 커피값에 쓴다고 합니다. 아이폰 X 한국 출고가를 기준으로 하면 64GB(142만 원)를 사는데 444일을 커피를 끊으면 되고요. 256GB(163만 원)을 사려면 510일만 커피를 멀리하면 됩니다. 그렇게 참으면 새로운 모델이 나오겠죠. 야 이 자시ㄱ…
쿡이 형. 아이폰에 붙는 수식어는 다름 아닌 혁신입니다. 혁신적으로 살아온 10주년 이마가 M자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아이폰 X은 혁신적입니다. 아마 “이번 아이폰은 혁신이 없는 것이 혁신입니다”라고 말할 때까지 혁신의 아이콘은 다름 아닌 아이폰. 그리고 그 주인공은 당신이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당신이 아끼라는 커피 역시 식탁을 넘어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킨 음료입니다. 커피가 나오기 전까지는 오염된 물 대신 알코올을 마셔야 했거든요. 모닝 맥주로 시작하는 월요일 출근길이 얼마나 어지러울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야근해야 하는데 마실 수 있는 게 와인과 테킬라 밖에 없다면? 아아, 끔찍합니다.
쿡이 형. 커피를 아끼라는 말을 하기 전에 아이폰 X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커피가 음용되었는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세상 사람 모두가 커피를 아꼈더라면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이폰 X이 아니라 다마고치였을 거예요.
쿡이 형. 친구들은 저를 앱등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세스코를 부르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폰 덕분에 인류의 대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우리는 친구가 옆에 없어도 자유롭게 대화하고 페이스타임을 이용해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할 수 있죠. 물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알아서 페이스타임이지만.
이 작디 작은(물론 잡스의 것보다는 큰) 아이폰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정보 교류 풍경을 보다 보면 커피라는 음료가 가져다준 커피하우스 문화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유럽에 처음 들어온 커피하우스는 지금의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곳이었으니까요.
당시 혁신의 진원지인 커피하우스에는 머리 좀 쓴다는 안경잡이는 모두 모였습니다. 커피값만 내면 밤새 토론에 참여할 수 있으니 부담도 없고 술집과 다르게 커피는 마실수록 머리가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정치, 과학, 철학, 예술 전방위의 말다툼이 일어나는 가운데 근대 문화가 꽃을 피웠습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역시 커피하우스의 논쟁 속에서 싹을 튼 연구라고 하네요.
쿡이 형. 이야기하다 보니 아이폰과 커피는 시대가 다를 뿐.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새 아이폰, 새 맥북을 받으면 스타벅스를 갑니다(제가 그랬어요). 전혀 다른 두 사물이 주는 지적인 느낌이 비슷하다고 인지하기 때문이겠죠.
적어도 아이폰 X이 그 정도의 가격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물건, 특히 커피와의 비교는 너무 아니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어 말씀드립니다. 사실 살 사람들은 아이폰 X도 사고 커피도 마시면서 통장이 바닥을 치길 기다리지 둘 다 포기하지 않을 거란 것을 잘 알잖아요.
물론 저도 아이폰 X이 한국에 출시되면 살 것 같습니다. 혹 제가 아쉬운 소리를 했다거나, 당신 손에 다마고치를 합성했다고 해서 화나신 건 아니죠? … 막 대리점에서 쫓아내고 경로를 추적해 제 아이폰을 폭발시킬까 봐서 말하는데요. 이건 제가 쓴 게 아닙니다. 우리 집 사향고양이가 멋대로 쓴 것일 뿐. 얘가 감히 아이폰 X의 가치를 알겠어요?
원문: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