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을 잘 관찰해 보자. 여러분의 눈에는 지금 어떤 것이 보이는가? 고즈넉한 돌담길이 보일 것이며, 길섶에 솟은 꽃 몇 송이가 보일 것이며, 담쟁이와 비슷한 식물이 기왓장 아래를 감싸고 있는 것이 보이며, 길이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그대들이여, 혹시 이 사진에서 이러한 특징을 찾아냈는가?
- 왼쪽 첫 번째 문에 보이는 보안장치(노란색)
- 담장 위로 보이는 청록색 철제 다리
- 산 쪽 유일하게 앙상하게 보이는 나무 한 그루
여러분은 이 세 가지 특징을 잡아냈는가? 잡아내지 못하더라도, 너무 상심치 말자.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세세한 부분까지 잡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저 사진과 마주했을 때, 세부적인 특징을 조합해서 큰 부분을 찾아내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무엇인가를 관찰할 때, 그림이나 사진 속 상황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여기서는 돌담길이 되겠다)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큰 그림을 파악하여 관찰한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을 파악하는 데에 익숙하다.
우리가 트렌드를 찾아내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 관찰하는 방식을 벗어나서 조금 더 세부적인 것을 찾아내는 능력인 ‘관찰분석능력’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상을 큰 그림으로만 파악하며 살아왔다. 우리는 세상을 파악하면서 세상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심도 깊게 관찰하는 능력인 관찰과 분석능력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잘못된 상식 하나: 트렌드는 ‘거대한 변화’다?
트렌드에 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은, 트렌드가 ‘거대한 변화’를 수반할 때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다. 이 편견은 우리가 트렌드를 연구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간과하게 하는 위험한 생각이다. 트렌드는 단순히 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위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트렌드의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렌드(Trend) : 어떤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 경향, 동향, 추세 등
정리하자면, 트렌드는 ‘특정한 방향을 찾는 과정’이다. 특정한 방향은 사회를 바꾸지 않아도 되며, 일상적 상황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집에서 어느 날부터 아침을 먹을 때 ‘기도’를 하고 밥을 먹는다면, 나는 ‘밥을 먹기 전 기도’를 한다는 특정한 현상과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가족이 공유하고 있는 ‘트렌드’가 될 것이다. 결국 트렌드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트렌드는 거대한 변화를 중요시하지 않는다. 트렌드는 따지고 보면 거대한 변화보다는 비슷한 데이터들이 모이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렌드를 단지 거대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대처할 용도로 분석한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트렌드는 많지 않다.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몰 데이터’이다
트렌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스몰 데이터’이다. 다시 말해 사소한 데이터가 트렌드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트렌드의 정의는 앞서 말했듯 ‘특정한 방향으로의 경향’이다. 이 말을 풀어서 이야기하면, 트렌드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작은 데이터들이 모여 특정한 방향을 가리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와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관계와 비슷한데, 국민이 존재하지 않으면 국가가 존재하지 않듯, 스몰 데이터, 즉 사소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트렌드란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특정한 사회를 조사했을 때 1~4와 같은 결과가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 A : 1 2 3
- B : 1 1 1 1 1 1 2 1 1 1 1 4 3 1 1
A의 경우에서, 여러분은 1이라는 숫자가 특정한 흐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러기 힘들 것이다. 즉, 스몰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트렌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B의 경우에는 1이라는 숫자가 특정한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 대부분의 스몰데이터가 1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결국 특정한 흐름을 위해서는, 특정한 데이터가 많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관찰은 특별한 스몰 데이터를 찾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트렌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트렌드를 발견하여 조금 더 앞서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관찰분석능력’이다. 누구나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에 차가 막히는 것은 알고 있으며, 저녁에는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혹은 생리적 현상 자체는 트렌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남들에게 의미가 있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특별한 트렌드를 만드는 부분에는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결국 사회 속에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데이터를 발견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반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역량을 가지는 것은 트렌드 분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맨 처음, 우리는 이 사진을 분석해 보는 작업을 진행했을 것이다.
우리 대부분이 찾아낸 것은 다음과 같다.
- 돌담길
- 담쟁이
- 꽃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것을 트렌드로 찾아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특별한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여러분이 더 세세하게 바라보고, 더 심도 깊게 바라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우리는 비로소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 왼쪽 첫 번째 문에 보이는 보안장치
- (노란색)담장 위로 보이는 청록색 철제 다리
- 산 쪽 유일하게 앙상하게 보이는 나무 한 그루
이러한 세세한 부분을 관찰하는 특별함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관찰분석 능력’ 이다. 그러면 관찰분석능력은 어떻게 가져야 하는 것일까?
‘특별한 가치’를 찾아내는 관찰의 두 가지 본질
특별한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우리가 관찰을 할 때에는 단순히 보이는 것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다음 두 가지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지금부터 이 두 가지 요소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도록 하겠다.
세세하게 바라보기
세세하게 바라보는 능력은 얼핏 들으면 어렵지 않지만, 실제로 관찰의 과정에서 실천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까지 큰 그림을 보는 데에만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은 우리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가치들을 발견해 줄 수 있는 좋은 자세가 될 수 있다.
세세하게 바라보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만이 해답이다. 이 과정에서는 왕도가 없다. 더 빨리 깨닫고 더 빨리 실생활에 옮기는 사람만이 이 능력을 가질 수 있다. 필자가 과거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 진행했던 몇 가지 방법에 대해 요약하여 소개한다.
- 미술관, 전시장 가기 : 미술관의 작품들과 전시장의 전시물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과정을 거쳐 보자. 일례로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라는 그림의 큰 내용을 바라보는 것보다, 그림의 배경이나 그림 속 세부적인 내용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관찰능력 향상에 있어 도움이 된다.
- 관찰일지 작성하기 : 특정한 주제를 설정한 뒤, 그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관찰해 보자. 그리고 관찰한 내용을 정리하여 관찰일지를 작성해 보자. 관찰일지를 작성하는 것은 당신이 관찰한 것을 돌아볼 수 있으며, 당신이 무심코 적어 놓았던 것 중에서 어쩌면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도 있다.
문화의 힘 파악하기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있어 그 지역이나 국가의 문화나 사회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의 행동이 문화나 사회에 깊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이 ‘닭고기’를 싫어하는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면, 지역의 사람들은 닭고기를 먹지 않는 특정한 행동을 보일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행동 자체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철저하게 파악하면 관찰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정보나 남들이 얻지 못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화를 분석하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마치며
트렌드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해 보자. 우리 주위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유의미한 흐름을 찾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당신도 멋진 트렌드 메이커, 트렌드 스포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