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Gastroenterology에 흥미로운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난 후 복부 불편감, 설사 등 증상을 호소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글루텐이 아니라 프럭탄 (Fructan)이라는 다른 물질 때문이라는 내용입니다.
앞서 소개해 드렸듯이 글루텐은 밀과 그 근연 관계있는 식물에 존재하는 식물 단백질로 대부분의 사람에게 무해하지만, 일부 사람에게는 셀리악병 혹은 글루텐 과민성 장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구태여 글루텐 프리 음식을 사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앞서 소개한 대로입니다. 제 책에서도 소개한 바 있죠.
더 나아가 사실 글루텐 프리 식품 자체가 글루텐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식이 섬유처럼 다양한 영양소가 빠지기 때문에 오히려 당뇨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셀리악 병이 없더라도 밀가루 음식만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배가 불편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 프럭탄이 새로운 후보 물질이 된 셈입니다.
프럭탄은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은 아니지만, 식물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다당류입니다. 포도당이 여러 개 모인 다당류가 녹말(전분) 인 것처럼 과당이 여러 개 모인 다당류가 바로 프럭탄입니다. 따라서 밀가루는 물론 여러 다른 식물에서도 볼 수 있는 다당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슬로 대학 병원 (Oslo University Hospital)의 연구팀은 증상이 있는 59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글루텐 5.7g, 프럭탄 2.1g, 그리고 두 가지가 포함되지 않은 식단을 일주일 간 먹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과민성 장증후군 (irritable bowel syndrome) 증상이 글루텐군과 위약군은 차이가 없었으나 프럭탄 군에서는 의미있는 차이를 보여 프럭탄이 실제 범인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럭탄은 식물에 흔하기는 하지만, 사실 함량이 높은 물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식물, 동물, 박테리아 모두 대사의 기본은 포도당이고 따라서 포도당의 중합체인 녹말 혹은 글리코겐이 더 흔한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프럭탄을 섭취하는 경우 녹말처럼 빠르고 쉽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다만 실제로 프럭탄이 범인인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