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뉴스 기사를 얼마 전 접하게 되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비트코인의 근본기술, 블록체인이 뭔데?」였는데요. 기사를 클릭을 한 뒤, 오!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일반적인 텍스트 포맷의 기사로 생각했지만 그 형태가 전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상의 A, B 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듯한 화면이 펼쳐지면서 ‘특정 주제’ 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마치 카카오톡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서비스를 만든 곳이 어디일지 궁금해서 찾아보고 또 한 번 놀랐는데요.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 스타트업의 ‘신박한’ 서비스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기성 언론을 대표하는 중앙일보가 런칭한 ‘썰리(SSULLY)’라는 서비스였습니다.
썰리는 ‘썰로 푸는 이슈 정리’의 줄임말로서 대화하듯이 이슈를 설명해주는 컨셉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2017년 11월 9일 런칭한 ‘핫’한 서비스이며 기획, 디자인, 개발을 포함하여 총 3개월이라는 스타트업과 비슷한 속도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기자와 디지털 조직이 함께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 ‘더 친절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뉴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참고 : 새로운 뉴스 서비스를 런칭하며) 아직까지는 콘텐츠가 많지는 않지만 10월 말 이후 국내외 핫한 이슈에 대해서는 대부분 콘텐츠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딱 2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 왜 뉴스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시도했을까?
- 기성 언론으로 대표되는 ‘중앙일보’는 왜 썰리라는 신박한 서비스를 출시했을까?
이에 대한 답을 한번 찾아보고자 합니다.
왜 ‘대화형 인터페이스’인가?
해외에서는 이미 대화형 뉴스 포맷이 익숙합니다. 쿼츠에서 출시한 뉴스앱 덕분인데요. 쿼츠는 2012년 9월,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편집국장을 지낸 케빈 델레이니가 설립한 미국의 온라인 매체입니다.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전문매체이며 15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의 자회사이기도 하죠. 창간 당시에는 30명에 불과했던 직원이 2017년 8월 기준으로 200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버즈피드와 함께 가장 잘나가고 있는 온라인 매체 중 한 곳입니다.
쿼츠는 2016년 2월 기존의 뉴스 앱과는 다른 뉴스 앱을 출시했습니다. 마치 친구와 메신저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뉴스를 볼 수 있는 컨셉이었는데요. 앱이 제안하는 2개 정도의 선택지 중 독자가 원하는 질문을 선택하면 그 질문에 맞게 앱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식입니다. 에디터가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사용자의 리액션에 따라 시나리오가 흘러갈 수 있도록 해 놓은 방식입니다.
이런 컨셉의 앱이 나오게 된 이유는 ‘모바일 퍼스트’ 때문입니다. 모바일에서는 장문의 텍스트를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프리미엄 또는 플래그십 제품들은 대화면을 차용하고 있어 장문의 텍스트 소비에도 문제가 없으나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아직도 ‘작은’ 모바일 화면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들은 PC로 뉴스를 소비했었으나 모바일이 생기면서 모바일로 ‘다른 것’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모바일로 사용자들의 주 디바이스는 바뀌었으나 모바일로 뉴스는 보지 않으니 언론사들의 고민이 컸죠.
그래서 쿼츠는 고민을 했습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뉴스 포맷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 끝에 나오게 된 포맷이 바로 ‘대화형’ 입니다. 모바일에서 누구나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처럼, 메신저 포맷으로 뉴스 콘텐츠를 만들면 사람들이 즐기지 않을까 했던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습니다. “뉴스의 미래는 대화다”라고 그들은 결론을 내렸죠. 예상은 적중했고 현재 쿼츠 독자의 60~70% 이상이 스마트폰(앱+웹)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뉴스 포맷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 언론들은 장문의 텍스트를 고수했지만 아웃스탠딩과 같은 미디어 스타트업의 경우는 단문장으로 구성된 설명체로 뉴스 콘텐츠를 만들면서 모바일에서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화형’ 까지 나간 곳은 없었습니다. 그 시작을 썰리가 했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성 언론인 중앙일보가 그 주체인 셈입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또 다른 장점은 AI 스피커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AI 스피커, 커넥티드카 등이 각광받으면서 그 안에 ‘어떤’ 콘텐츠가 들어갈 수 있을지 여러 실험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초기 콘텐츠 선점을 위해 업계들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데요. 물론 쿼츠앱처럼 사용자와의 직접적인 인터랙션을 통해 AI 스피커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것은 기술상으로 먼 이야기일 수 있지만 팟캐스트 콘텐츠처럼 A와 B가 대화를 하는 듯한 컨셉으로 오디오 뉴스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뉴스를 모바일에서 봤을 때 어떤 포맷이 가장 적합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나오게 되었고 VUX(Voice User Experience) 시대로 돌입하면서 사용자가 목소리로 물을 때 목소리로 대답해줄 수 있는 뉴스 콘텐츠로서의 실험이 아닐까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중앙일보의 ‘디지털’ 도전은 계속된다
두 번째 질문은, ‘왜 중앙일보일까?’였습니다. 기성 언론으로 대표되는 중앙일보가 이렇게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IT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것이 다소 의외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썰리라는 서비스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중앙일보는 2015년 말부터 ‘디지털’ 전환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습니다. 대외적으로 그 변화가 느껴진 계기는 바로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의 영입이었습니다. 국내 2위 IT 업체였던 다음카카오의 공동 대표가 기성 언론으로 대표되는 ‘중앙일보’의 디지털총괄로 가는 것에 IT 업계에 있었던 사람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습니다. 게다가 기존에 없던 디지털 총괄 조직도 함께 세팅이 되었습니다. 서비스 및 콘텐츠 기획자에서부터 UI/UX 디자이너, 그리고 백엔드, 프론트 개발자까지 IT 스타트업이 기본적으로 갖추는 인력으로 수십 명 채용이 진행되었죠.
이런 중앙일보의 움직임을 바라본 사람들의 반응은 2가지였습니다.
“중앙일보가 진짜 이제는 디지털을 하려나 보다!”
“조만간 중앙일보에서 뉴스 관련 IT 서비스를 출시하겠구나!”
중앙일보는 전사적으로 여러 디지털 실험을 선보이게 됩니다. 대표적인 콘텐츠가 바로 ‘고품격 인터랙티브 애드’ 입니다. 이 콘텐츠는 기자 3명과 광고 기획사 출신 PD로 2015년 말 신설된 B-TF (Branded Content Task Force) 조직이 UX디자인팀, 기술개발팀, 디지털기획팀, 사업개발팀과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콘텐츠인데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광고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광고’를 지향합니다. 스토리텔링ㆍ동영상ㆍ인포그래픽 등 다양한 포맷을 총망라해서 특정 브랜드 또는 특정 상품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콘텐츠죠.
그들이 디지털로 고품격 네이티브 애드를 선보이는 이유는 새로운 BM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기존의 신문사들의 수입은 지면광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종이 신문을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죠. 다수가 디지털 디바이스로 뉴스를 소비하면서 지면 광고의 도달율은 떨어지게 되었고 그러자 광고주들은 지면 광고를 더이상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디지털에 맞는 광고 포맷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선보인 것이 바로 ‘고품격 네이티브 애드’ 라는 디지털 광고 실험입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도 디지털 네이티브 애드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2015년 기준만 하더라도 디지털 네이티브 애드로 5,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온라인 배너 수익을 압도하는 새로운 BM으로 성장한 거죠. 중앙일보도 그처럼 되길 원했습니다.
그 밖에도 중앙일보는 ‘디지털 스페셜’ 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인터랙션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각 리포트마다 그 향에 맞는 다양한 인터랙션형 기사를 선보입니다. 인터랙티브 고화질 지도를 통해 인포그래픽처럼 보여주기도 하고 그래프 곡선이 움직이면서 상승과 하락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스크롤을 내리는 것에 맞춰 텍스트가 보여지는 효과가 있어 지루하지 않은 뉴스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날로그(지면)에서는 불가능했지만 디지털에서는 가능한 장점을 아티클에 녹이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아티클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만 구현 가능한 형태로 개발되어 포털에 빼앗겼던 독자들을 다시 데려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중앙일보 only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또한 중앙일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하나, 온갖 배너 광고로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존의 언론사 홈페이지와는 달리 홈페이지에 배너가 2~3개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작은 배너라 스크롤을 여러 번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메뉴들이 돋보였습니다. ‘지면보다 빠른 뉴스’ 라는 섹션은 오직 디지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중앙일보의 기사를 타임라인 식으로 보여주고 있었고 ‘디지털 썰전’ 이라는 섹션에서는 온라인 튜표 기능을 통해 방문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기도 했습니다. 또한 ‘트렌드 뉴스’를 통해 조회순, 공유순, 스크랩순, 좋아요 순으로 중앙일보 기사들의 랭킹을 확인할 수 있는 메뉴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중앙일보는 여러 가지 디지털 콘텐츠 실험을 기존부터 하고 있었고 디지털 매체로서의 변화를 서서히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썰리 역시 결코 우연히 나온 서비스가 아닌, 어쩌면 잘 준비되어 나온 서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여러분은 모바일 시대에, AI 시대에 어떤 포맷이 뉴스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사람의 취향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신문을 읽듯이 장문의 텍스트가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님 설명체를 활용해 딱딱하지 않게 보여주는 포맷을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10대는 신문보다도 모바일과 먼저 친근해진 세대입니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장문의 딱딱한 텍스트 콘텐츠가 ‘어색한’ 콘텐츠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매일 매일 카톡으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하는 세대를 위한 ‘뉴스 콘텐츠’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썰리가 잘 보여준 케이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어려운 주제를 ‘쉽게’ 정리해주는 다이제스트형 콘텐츠이다 보니 어른들 역시 서서히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서서히 디지털 매체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행보도 주목해볼 만 합니다. 지상파 방송사 중에서는 SBS가 가장 디지털로의 전환에 적극적이라면, 신문사 중에서는 중앙일보가 가장 디지털에 적극적인 것 같습니다. 신문광고를 이을 디지털 광고를 실험했고, 신문기사를 이을 디지털 아티클을 실험했고, 이제는 썰리라는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과 AI 스피커를 위한 뉴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