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브런치 경영 분야 작가
책 『회사언어 번역기』 저자
요즘의 독서는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최근의 독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직장인을 유혹하고 있다. 평일 저녁에 열리는 각종 유료 교육에서는 ‘어떻게 책을 빨리 읽을 수 있을까’부터 ‘글쓰기를 위한 독서 강좌’가 열리고 있다. 연초가 되면 빠질 수 없는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독서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이런 강좌들은 생각 외로 많은 사람과 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처럼 이야기하는 독서를 위한 독서나 강좌는 이미 많은 사람을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들고 있다. 많이 읽어도 남는 게 없고 좀 더 지나면 ‘이걸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으로 빠지게 된다. 이미 옛날이 되어버린 속독법이나 몇천 권을 읽고 삶이 바뀐 사람의 이야기는 놀라움이나 의지의 대단함 외에는 별다른 사회적 효과를 낳지 않았다.
사실 독서 왜곡은 직장에도 만연해 있다. ‘독서 경영’은 많은 기업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직원들을 학습시키는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규모가 있는 기업치고 독서비를 지원해주거나 독서를 강요하지 않는 기업이 없을 것이다. 요즘은 스타트업에서도 독서를 학습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는 추세다.
그러나 그 많은 책을 읽어 버렸음에도 경영 성과가 좋아지거나 독서를 통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최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일하면서 책을 억지로 읽어야 하는 스트레스만 직장인들을 괴롭힐 뿐이다. 그런 훌륭한 책을 읽었다는 직장 상사나 임원이 하는 행동을 보면 추천 도서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커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명 독서가 좋고 독서를 통한 새로운 앎이 필요함에는 모두가 동감함에도 이런 아이러니는 사회적으로 왜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일본 아마존의 창립 멤버 ‘도이 에이지’ 말하길
현재 북 컨설팅 ‘에리에스 북’의 대표이기도 한 도이 에이지는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를 통하여 이런 독서 현실에 바른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교보문고 / 예스24 / 인터파크 / 알라딘 / 네이버북스
비즈니스를 위한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이 책은 독서를 하는 방법을 기초부터 설명해 주고 있는 매우 양심적인 책이다. 책을 더 팔려고 다독을 하라고 권하거나 책을 읽는 신기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독자들을 속이지도 않는다. 다만 어떤 책으로 독서를 시작하고 책에서 어느 부분을 기억하고 어떻게 실생활에서 써먹을 것인지를 도와준다. 담백하지만 책 읽기의 정수를 말해 준다.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가장 섹시한 직업이 된 데이터 과학자들 세계에서 익히 알려진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 데이터는 쓰레기 결과물만 만들어 낼 뿐이라는 것이다. 책도 데이터다. 우리 두뇌는 어떤 데이터를 만나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말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되면 많은 비용만 낭비한다.
그 비용에는 가장 소중한 책 읽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두뇌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기존의 편견을 깨는 것부터 시작이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재미가 아닌 읽어서 유익한 것, 내가 잘 아는 것이 아닌 내가 몰라서 도전받을 수 있는 주제, 작가가 어떤 사람이면 어떻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등 쓰레기가 아닌 양질의 데이터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방법부터 알려준다. 처음 숟가락을 뜨는 사람에게 어느 것부터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셈이다.
사회생활에 막 입문하거나 현업에서 막막함을 느껴 책으로 돌파구를 만들어 보려는 사람, 자극적이고 남들 보는 책만 보다가 독서에 길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제대로 된 선생이 되어 준다.
독자 스스로의 껍질을 깨는 독서 방법
익숙한 것만 반복하다 퇴화하는 두뇌를 위해 하나의 좋은 컨텐츠를 토대로 독서의 영역을 넓혀가는 일도 필요하다. 마치 경영의 대가인 크리스 주크의 기업 전략 이론처럼 핵심을 찾고 그것을 통해 확장해 나가는 독서법이다. 이는 곧 책을 통해 ‘나’란 사람을 위한 핵심 전략을 어떻게 만드는지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는 단순한 독서 방법을 소개한 책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잘 읽는 법’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잘 살아남는 법’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차별화된 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책의 내용을 하나라도 적용해서 달라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나로 바꾸는 과정이 이 책 자체이기 때문이다.
친절하게도 이 책은 경영의 주요 주제인 마케팅, 전략, 재무, 관리 등의 기본적인 이론을 짧은 문장으로 넓은 범위로 다루는 한편, 부록으로 작가가 2년간 1,000여 권의 경제 경영서를 읽으면서 그 중 핵심적인 44권의 책을 골라 각 책에서 혈을 짚는 한 문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백미를 장식한다. 44권의 책은 대부분 경영학에서 바이블로 통용되는 책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 초년생이든 경영에 관심이 생긴 분이든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10년 동안 경영 전략에 있던 필자에게도 배움을 준 책
필자는 10년 동안 경영 전략의 현장에 있었고 많은 책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에 대한 책까지 썼다. 하지만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를 통해 새로 알게 된 가슴에 꽂히는 경영의 정수가 많았다. 미리 읽었다면 보다 더 효과적으로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고 지금이라고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들었다.
그리고 책 외에는 별다른 학습의 수단이 없는 동료, 후배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위한 독서를 증오하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 역시도 독서를 위한 독서를 증오하고 있음에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책을 많이 읽어 본 작가인만큼 친절한 책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부담 없이 교통수단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반드시 줄을 그을 펜을 곁에 두고 읽을 수밖에 없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은 줄 그을 부분으로 가득 차 있고 다독이 아닌 한 권을 읽어도, 한 문장에 줄을 그어도 가슴에 남고 삶에 적용 가능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을 비롯한 사회에 널려 있는 우리를 유혹하는 수많은 메시지, 데이터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불러일으킨 것 만으로 이 책은 작가의 말처럼 가치 대비 아주 저렴한 가격의 책이다. 더 이상 방법론에 매달리지 않고 실체를 붙잡고 명쾌한 발걸음을 시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