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없다면 경영자 탓이다. 직원들의 부족한 점이나 문제를 찾아 지적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일 뿐 의미 없다.
예전에 현대 계열사에서 일할 때 현대건설 사옥에서 근무한 일이 있었다. 입주 후 몇 일 지났을까, 아침에 출근하는데 출입구 앞에서 직원들이 떡을 나눠주는 것을 받았다. 현대건설 사옥에 세 들어 있는 곳이 우리 회사뿐이라 현대건설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준 것 같다. “웬 떡이냐?”고 물었더니 건설 공사를 수주해서 축하하는 거라고 했다.
이후에도 한 달에 두어 번 현대건설 직원인 양 떡을 받아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떡 나눠주기가 몇 달간 끊겼다. 얘기를 들어보니 건설 경기가 나빠 수주를 못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회사도 아닌데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출근길에 떡을 받았다. 내 회사도 아닌데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몇 주간 계속 떡을 받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공짜로 먹는 게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내 회사도 아닌데 이렇게 남의 회사 걱정을 함께 하고 함께 기쁨을 나눈다니.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떡을 받아먹으니 축하할 마음이 생기더라.
어느 기업을 방문하여 경영자와 미팅을 가졌다. 미팅을 하는 내내 싱글벙글 좋아하는 모습이 의아해서 왜 그러는지 물었다. 경영자는 말했다.
“오늘 오후에 상당히 어려웠던 M&A가 성사됩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중요한 일입니다.”
오후 늦게 언론 보도도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비밀리에 추진된 일이라 직원들에게는 언론 보도가 되면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생각이 나서 “직원들에게 떡 사서 돌리시라”고 말했다. “그거 좋겠네요.”라는 답을 들었다. 훈훈하게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안내를 해준 담당자가 길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밝은 미소를 하며 물었다.
“팀장님, 오후에 포탈에서 뉴스 확인하세요. M&A 성사된 내용 기사로 뜰 거예요. 엄청 좋죠?”
그런데 웬걸. 상대방은 무표정한 얼굴에 별로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사장님만 좋지 우리가 좋을 게 있나요? 또 일만 늘어나겠네.”
그리고 그는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감동하고 좋아하기는커녕 오히려 귀찮게 생각하는 이 반응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함께 가던 팀장에게 저분이 어떤 분이냐고 물었다.
“우리 회사에서 사장님과 제일 오래 일한 팀장입니다. 핵심인재 중에 핵심인재입니다.”
자,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기업이 잘 되려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좋아야 한다. 직원들이 기업의 목적과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회사의 성과에 함께 기뻐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고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을 수주하고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과도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기업의 목적과 목표에 무덤덤하고 기업의 성과를 기뻐하기는커녕 귀찮아하고 피곤해한다면 이 회사는 잘되기 어렵다. 어떻게 하지? 나쁜 직원을 자르면 될까?
맞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경영능력 없는 경영자를 잘라야 한다. 경영자만 이익이 생기고 직원들은 일만 늘어나는 손해를 본다고 느끼게 만든 경영자가 문제다. 주인의식은 이익이 있어야 생긴다. 이익도 없는데 열심히 일하는 것은 노예나 머슴 아닌가?
기업의 성과창출과 직원에 대한 성과공유는 간단히 표현하기에는 매우 크고 어려운 주제라 깊이 들어가지 않겠다. 다만, 기업의 성과에 대해 직원들이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떡이라도 사서 돌리고 맛있는 커피라도 사면 좋겠다. 큰돈 들어가지 않고도 성과를 축하하는 문화, 직원들 격려하는 문화, 함께 기뻐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원문: 정진호 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