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비이성적이고 탐욕적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역사는 그저 과거가 아닙니다. 현재이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미래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뜨거운 화두입니다. 비트코인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09년 탄생했습니다. 당시 가격은 약 10원 정도. 하지만 지금은 약 1,000만 원을 기록합니다. 탄생했을 때의 첫 가격보다 약 100만 배가 올랐습니다.
가상화폐는 저금리 시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하루 거래액은 무려 2조 5,000억 원. 이는 코스피 거래 규모인 약 2조 2,000억 원을 넘어선 금액입니다.
현재 통용되는 가상화폐는 1,100가지가 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은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특정한 제삼자가 거래를 보증하지 않아도 각 거래 당사자끼리 부인할 수 없는 방법으로 데이터를 전달하는 네트워크 기술입니다. 기존 화폐보다도 안전(?)하고, 거래 장부 자체가 공유돼 수시로 검증이 이뤄지기에 원칙적으론 해킹이 불가능합니다.
가상화폐는 그저 일부에서만 뜨거운 화폐가 아닙니다. 이미 금융계의 유명인사들은 너도나도 가상화폐를 언급합니다. 다만 대부분은 가상화폐를 거품이라고 단정합니다. 기존의 화폐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에 엄청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입니다.
비트코인은 규제대상도 아니고 누군가의 통제를 받지도 않는다. 나는 비트코인을 전혀 믿지 않으며 언젠가 붕괴하리라 생각한다.
- 워런 버핏
비트코인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더 커진다면 정부가 규제에 나설 것이고 이는 비트코인이 지하경제로 숨어들게 만들 것이다.
- 제이미 다이먼(JP모건 회장)
비트코인은 불법 자금 세탁의 온상.
- 래리 핑크(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회장)
비트코인 시장이 버블 상태일지도 모른다. 난 비트코인이 마음에 안 들고 편하지도 않다. 오늘날 아주 흔하게 사용되는 것 중에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아주 많다. 비트코인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화폐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진화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 로이드 블랭크페인(골드만삭스 CEO)
현재의 가상화폐를 판단하려면 크게 2가지 의문점을 가지면 됩니다.
- 화폐인가, 아닌가?
- 거품인가, 아닌가?
저는 가상화폐를 화폐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합법적 교환 수단으로 인정돼 광범위하게 사용하며 베네수엘라처럼 자국 화폐에 신뢰를 잃어버린 나라에서는 벌써 실질적 화폐로 사용합니다. 신기술에 기반 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가상화폐의 거품입니다. 이는 화폐 가능성을 떠나서 기본적인 원칙을 적용하면 됩니다.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손해도 쉽게 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원칙이기에 이런 원칙을 모르고 가상화폐를 샀다가 폭락해서 땅을 치는 어리석은 결말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거품의 역사죠.
1.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 튤립 투기
- 17세기 초중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네덜란드에서 발생
- 튤립은 당시 부유층의 전유물로 희귀한 튤립의 보유 여부가 부의 척도로 간주
- 영농 과학화와 금융 기법이 엄청난 거품을 생성
- ‘총독’이라는 이름의 튤립은 3,000길더에 거래, 당시 네덜란드 일반 가정의 1년 평균 생활비는 300길더
- 3,000길더로 살 수 있었던 것들: 살진 돼지 8마리, 살진 황소 4마리, 살찐 양 12마리, 버터 2톤, 밀 24톤, 맥주 600리터, 치즈 450킬로그램, 배 1척 등
- 거품 시기 한 달 동안 무려 2,600%의 상승률을 보임
- 언제까지 오를지 불안감 속에서 하락세의 꺾임은 투자자들에게 공포심을 선사
- 불과 4개월 만에 95~99% 하락
- 당시 돈을 번 사람은 많지 않았고 애써 키운 튤립 알뿌리는 땅속에서 썩어갔음
- 부자 및 큰손에게 튤립은 투기 수단이 아니라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이었기에 그들은 이미 투기 시장에서 빠져나온 상태
2. 남해회사 버블과 잉글랜드 은행
- 1687년 영국에서 일어난 일
- 윌리엄 핍스라는 선장이 에스파냐 보물선을 발견, 이 배에서 각종 보물을 건져 올림
- 당시 가치로 천문학적인 보물을 싣고 영국으로 돌아온 핍스는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고 국왕은 큰 상을 줌
- 아울러 항해 후원자들에게도 배당금이 내려졌음. 차등적인 배당률이었으나 최고 배당률이 1만 퍼센트가 넘었다는 소식이 퍼지며 투기 열풍을 낳음
- 식민지 태생의 평민이었던 핍스가 국왕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데다가 잘하면 1만 퍼센트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에 여기저기서 해저 보물을 인양하려는 주식회사와 투기하려는 사람이 생겨남
- 이때 잉글랜드 은행이 설립되고 곧이어 남해회사가 생겨남
- 남해회사는 이익은커녕 자본금만 까먹었고 곧 200만 파운드의 빚더미에 오름
- 이 상황에서 남해회사는 루머와 로비를 벌였고 이를 통해서 주식은 오르기 시작
- ‘남해회사 주식을 못 가지면 바보, 해마다 몇 백 퍼센트씩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식’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주식 투기는 광기로 치달음
- 하지만 소문이 소문이었을 뿐임이 드러나자 주가는 바로 빠졌고, 의회는 거품 방지법을 입안
3. 미시시피 버블
- 1700년대 프랑스에서 생긴 거품
- ‘식민지 건설은 곧 황금 유입’으로 인식되던 시기, 왕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던 미시시피회사의 주가는 날로 올라 사람들은 미시시피회사의 주식을 사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음
- 액면가 300리브르로 시작한 주가는 2만 리브로까지 치솟음
- 약세를 보일 만하면 프랑스 서인도회사 같은 대형 호재가 나타나 반등세
- 문제는 준비자산도 없이 주식 물량을 너무 많이 공급해 물가까지 치솟았다는 점
- 주식도 올랐지만 빵과 우유가 6배, 의복류는 3배가 올랐음
- 결국 1720년 6월 수백 리브로까지 주식이 떨어지고 인플레이션까지 시달린 시민들이 들고일어남
-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프랑스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만들었던 미시시피회사는 프랑스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었고 ‘미시시피나 루이지애나는 쓸모도 없고 손해만 입힌 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1803년 미국에 팔아버렸음
- 당시 프랑스가 매각한 루이지애나는 미국 중부 지방의 통칭, 현재 미국 국토의 1/3을 헐값에 판 셈
네덜란드 튤립 투기와 비트코인
가장 대표적인 투기 버블인 네덜란드 튤립 투기와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공통점
- 가격의 급등
- 튤립 버블은 희귀 품종의 등장, 비트코인은 다양한 가상화폐의 등장
차이점
- 튤립은 계속 재배 및 생산 가능하지만 비트코인은 공급량 제한으로 2040년까지 2100만 개만 유통 가능
- 튤립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죽지만 비트코인은 사라지지 않음
- 튤립은 귀족에게 꽃을 팔았을 때만 현금화가 가능하고 보통 현금 없이 선물 거래하지만 비트코인은 현금화가 가능하고 제한적이지만 화폐처럼 쓸 수 있음
가상화폐는 새로운 화폐가 될 수 있을까요? 확실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제도권으로 올리려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그 어떤 투기 수단보다 변수에 민감하고 근거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돈이라고 부르는 것은 국가의 인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지갑 속에 있는 돈도 이 ‘인정’이 없다면 그저 종잇조각에 불과합니다. 가상화폐 역시 이러한 인정이 필수입니다.
가상 화폐 자체보다는 인간의 탐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돈을 넣는 행위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입니다. 일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부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탐욕입니다. 돈은 쉽게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어제 가상화폐의 급등세를 보며 웃다가 오늘 오후 피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측정할 수가 없다.
- 아이작 뉴턴, 1720년 주식 투자로 거의 전 재산을 날린 뒤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