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만들어서는 안 되는 발명을 너무 많이 했다. 핵미사일, 생화학 무기, 쌍쌍바는 사용되는 순간 분쟁과 다툼을 일으키는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악의 발명을 고르자면 단연 ‘조별과제’다. 조별과제는 인간의 마음속에 의심과 배신, 미움이라는 감정을 뿌리 깊게 교육시킨다. 아무리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와도 조별과제 조원들을 이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퇴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일은 거의 당신이 할 것이다.
하지만 조별과제 발표 PPT 위에 자신의 이름이 뜨는 걸로 만족할 셈인가? 아니다.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갚는 음료계의 제갈공명 마시즘. 오늘은 나태한 조원들을 위한 최후의 음료 선물을 준비했다.
1. 난세의 조장형
눈빛만 마주쳐도 조장을 할 것 같은 인간이 있을까?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일 것이다. 사람들의 박수로 시작된 조장. 말이 조장이지 자료조사부터 발표까지 모든 영광과 치욕을 견딜 운명이다.
조별과제를 제법 해왔다면 그 정도 노동은 예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원들은 언제나 상상 이상의 인물들로 구성된다. 단순 조모임을 하려고만 해도 속이 트리플 악셀을 내리 3번 하듯 속이 뒤틀릴 것이다. 이는 발표가 다가올수록 심해지는데. 당신의 뒤집어진 속을 구해줄 음료는 부채표 ‘까스 활명수’ 뿐이다.
2. 로미오와 줄리엣형
자 이제부터 복수… 아니 조원들을 알아보자. 캠퍼스는 (나만 빼고) 연애의 장소가 아니던가. 당연히 조원 중에서도 사랑꾼이 있다. 이들은 각종 기념일과 데이트 때문에 조 모임 참석률이 저조한 편이다. 어쩌다 나오더라도 내내 카톡만 하다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자리를 먼저 뜬다. 저 여자친구가…
내가 막아봤자 이들 입장에서는 사랑을 방해하는 나쁜 악역 정도로 그칠 확률이 높다. 그냥 조용히 보내주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그의 사랑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여자친구와 마시라고 ‘미닛메이드 조이’ 2캔을 선물하자. 모텔 냉장고에 비치된 음료수라는 소리가 있지만, 조모임이나 할 줄 아는 솔로가 무얼 알겠어요?
3. 데카르트형
한 치의 어긋남도 넘어감이 없는 프로의심러이자 회의주의자다. 각자의 아이디어는 물론 합의되었던 내용까지도 자비 없이 의심하여 한 줌의 재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안을 들고 오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때는 마취… 아니 릴랙스 드링크 ‘스위트 슬립’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억제하여 예민한 성격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일에 딴지를 걸던 데카르트가 무장해제되는 순간을 노려 카운터를 날리자. “그럼 아까 별로라고 하셨던 부분은 그쪽이 맡아주는 거죠?”
4. 시(다바)리형
삭막한 조모임에도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한 명쯤 있다.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을 묻는다는 점에서 마치 인공지능 시리, 알렉사 같은 인물이다. 심지어 엉뚱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까지도 닮았다. 설렜지? 어차피 당신이 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많은 기대를 하지 말자. 머리를 쓰는 것 대신에 단순 자료수집만을 요청하는 것으로 만족할 필요가 있다(단 나무위키나 지식인, 블로그는 금지령을 못 박는다). 만약 맛도 좋고 효과도 좋은 ‘스누피 커피우유’를 선물로 내린다면. 우리의 인공지능 아니 조원님은 밤새 필요한 자료란 자료는 모두 긁어올 것이다.
5. 저승사자형
참으로 안타까운 유형이다. 조모임만 하려 하면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온다. 지난주에는 할머니, 이번 주에는 할아버지, 그다음 주에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조 모임에 올 수 없다고 말한 후 잠수를 탄다. 이쯤 되면 저승사자가 아닌가 싶다.
이번 학기에만 2번 돌아가신 할머니 소식에 슬퍼하는 조원에게 위로밖에 전할 게 없던 당신. ‘칸타타 스파클링’을 선물로 주는 것은 어떨까? 지코와 달리 호불호가 갈리지 않아서 마시는 즉시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할머니, 할아버지, 염라대왕을 잠깐 만나고 올 수 있을 터이니.
원문: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