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 Wanna One.
내게 굴욕을 준 너희들을 잊지 않겠다. 내가 평화롭게 음료수나 마시며 프로듀스 101 시즌2를 보고 있을 때, 너희들과 엠넷은 쿵짝쿵짝 음료계. 그리고 한국을 집어삼킬 군무를 맞추고 있었겠지.
워너원. 방송이 끝나니 대중은 너희를 대세라고 불러.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너희는 실세야. 한국을 조종하는 실세 중의 실세. 뉴스에서는 다스가 어쨌니, 경주마가 어쨌니 핏대를 세우는데. 완전 헛다리를 짚었다고 볼 수 있지. 안 그래 워너원?
워너원. 전직 포켓몬마스터에 현직 음료사냥꾼인 내가 그동안 못 구하는 음료수는 없었다. 오늘 아침 너희의 새 앨범을 들으며 ‘워너원 음료를 마셔볼까?’라고 생각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어. 야쿠르트에서 ‘워너원 콜드브루’가 나온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
워너원 콜드브루, 있는데 못 파는 이유
워너원. 너희가 등장하는 콜드브루는 야쿠르트 아줌마, 세븐일레븐, 홈플러스와 이마트에서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내가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갓다니엘하고 우리대휘 콜드브루 있나요?”라고 말할 수 있겠어? 어차피 랜덤박스일텐데. 나는 이마트에 가는 것이 현명한 거라 생각했다.
워너원. 근데 없어. 이마트에는 엑소 음료도 있고. 슈주 음료, 레드벨벳 음료도 있는데 워너원은 없어. 있었는데 품절이래. 단순히 이마트뿐만이 아니었다. 홈플러스도 세븐일레븐도 워너원 콜드브루는 판매는 하는데 물량은 없는 유니콘 같은 음료수였어. 모두 어디 갔냐고? 너희를 따르는 국정… 아니 팬들이지. 로켓단 같은 워너블들.
국정원도 워너블 앞에서는 애송이에 불과해
워너원. 너를 따르는 워너블들이 왜 전국의 콜드브루를 쓸고 다니는 건지 알아? 바로 콜드브루에 붙어있는 동전파스 같은 스티커 때문이다. 11명 멤버의 스티커를 모아 야쿠르트 아줌마를 소환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데. 그러면 워너원 실물을 영접할 수 있다고 해. 지금은 브로마이드와 보틀을 준다고 하지. 하지만 보통사람이 이걸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해. 차라리 야쿠르트에 취직하는 편이 빠를 거야.
워너원. 콜드브루로는 11명의 배를 채울 수 없었니? 지난 몇 개월 동안 이니스프리(화장품), 렌즈나인(렌즈), 클린(향수), 아이비(교복), 아이더(패딩), 케이스위스(신발), 멕시카나(치킨), 하이트(맥주), 요하이(과자), 스노우(카메라 앱), 삼성페이(결제), 롯데리아(햄버거)의 광고를 찍어 10대부터 30대 여성들에게 소비 지침을 내린 바가 있다. 이들 앞에서 국정원 아재들은 스마트폰 교육을 받는 애송이에 불과하지. 정황을 트위터에서 포착했으니 검찰도 리트윗 하길 바라. 물론 좋아요도 필수야.
워너원 콜드브루를 구하는 가장 빠른 방법
워너원. 이쯤 되면 워너원 콜드브루를 놓칠 수 없었다. 나는 첨단 GPS 시스템인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를 가동해 근처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위치와 연락처를 모두 수집했다. 그리고 워너블의 풍파를 비껴간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아냈지. 겨우 3병을 구했어. 이 추운 날 3시간을 돌아다녔는데. 겨우 3병이라고!
워너원. 나는 음료에 대한 리뷰를 쓰는 사람이지만. 이번만은 특별히 맛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겠어. 왜냐하면 이 정도로 고생하고 기다려서 마시는 음료는 맛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야. 원효대사의 해골물, 로빈슨 크루소의 지코. 그다음에 워너원 콜드브루를 넣어야 해. 맛은 평범했지만 감동은 엄청나지. 최고였어.
음료계의 선도자를 위협하다
워너원. 나는 외모부터 가창력, 리듬감, 키와 몸무게, 기대수명까지 너희들에게 이길 게 하나 없지만. 음료수를 선도하는 나의 역할마저 너희에게 밀리다니. 카페인이 올라 낮잠을 잘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도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리고, 어깨가 들썩들썩해서 온몸이 팝핀댄스를 추는 것 같지.
워너원. 이 동전만 한 스티커가 뭐라고! 나는 잔인하고도 섬세하게 스티커를 떼어내 가차 없이 가두었다. 물론 스티커 판에. 조금만 기다려. 이제 8명만 모으면 나도 브로마이드를 받을 수 있거든. 후후.
원문: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