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매출이 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자영업자 김 씨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대출 전단을 받습니다. 임대료와 공과금 등 나갈 돈이 많아 답답하던 김 씨는 대출 전단에 적힌 문구를 꼼꼼하게 읽어봤습니다. 흔히 걱정하는 사채업자가 아니라 등록번호도 있는 정식 대부업체로 보였습니다. ‘주일은 종교 활동 관계로 쉽니다’라는 문구가 있어 더욱 신뢰가 갔습니다.
김 씨는 전단의 대부업체를 찾아가 500만 원을 대출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대부업체 측에서는 대출금의 4%인 20만 원을 공증료 명목으로 공제하더니 선이자 16만 원을 빼고 464만 원만 빌려줬습니다. 계약서를 살펴보니 이자는 20%로 총 600만 원을 1일 8만 원씩 75일 동안 갚는 조건이었습니다. 연 이자율로 따져보니 259%에 달했습니다.
대출을 취소하고 싶어도 이미 공증료와 선이자가 나갔고, 일수 장부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거절당했습니다. 대출금의 10%가량을 제외하고 받은 돈으로는 이자를 내기도 버거웠습니다. 결국 김 씨는 매일 갚아야 하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협박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업체는 김 씨에게 일명 ‘꺾기’ 대출을 권유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다른 곳에서 대출을 받아 연체 이자 등을 갚으라는 협박을 견디다 못해 무려 12번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김 씨가 ‘꺾기’ 대출로 받은 금액은 총 1억 5,400만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수료 384만 원과 선이자 664만 원 등을 제외하고도 연이율 200%가 넘는 이자 때문에 정작 원금은 제대로 갚지도 못했습니다.
대출 전단만 보고 빌린 500만 원이 불과 3년 만에 1억 5,000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요새 김 씨는 하루하루가 힘들어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연 3,256% 이자에 불법 수수료까지 챙겨
흔히 불법 대출이나 사채업자의 돈을 쓰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서민은 당장 100만 원이라도 누가 빌려주기만 한다면 영혼이라도 팔 절박한 심정입니다. 그렇다고 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는 단돈 1만 원도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불법 대부업체들은 영세자영업자, 저신용자 등 금융권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빌릴 수 없는 이런 서민들을 노리고 등록대부업체를 가장해 영업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불법 대부업체를 가장하여 총 77억 원을 불법 대출해준 일당 9명을 검거하고 이중 주범 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대부업체 일당 9명은 서민 263명을 대상으로 총 1,241회에 걸쳐 77억 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줬습니다. 이들은 법정이자율(27.9%)의 100배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최대 연 3,256%)을 적용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2억 6,800만 원, 선이자 명목으로 4억 4,400만 원 등을 공제하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꺾기까지 강요, 무자비했던 불법 대부업체
불법 대부업체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대부업법 위반 처분 전력으로 대부업등록이 불가능한 주범 이 모 씨는 일명 ‘총알받이’라는 사무실을 운영했습니다. 타인 명의의 대부업등록증을 이용해 행정기관의 단속을 피하면서 별도의 사무실을 통해 불법대부 업무를 진행했고 대출신청자들은 정식 업체로 알고 왔다가 결국 불법 대부업체의 대부를 받아 고금리 채무의 덫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 구속된 일당은 채무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한밤중에 전화를 하는 등의 불법 추심을 일삼았습니다. 이들은 대출상환의 편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출신청자의 체크카드를 요구해 소지하면서 대출금 회수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채무자가 연체이자를 갚지 못하면 기존 대출에 추가로 금액을 빌려 연체 이자로 충당하도록 하는 일명 ‘꺾기’도 강요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계속 되는 꺾기로 도저히 갚을 수 없을 정도로 채무액이 늘어나 심각한 고통을 받았습니다.
고금리 불법 대부업체, 신고 또는 상담으로 해결해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2년 전 최초로 불법 대부업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이후 인터넷 대출 중개사이트를 이용한 불법 대출, 휴대폰 소액 대출, 지방세 카드깡 대출, 스마트폰 대출 등 여러 유형의 불법 대부업자 총 112명을 입건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런 노력에도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제적 취약층을 노린 고금리 대부업체의 불법 행위는 끊이지 않습니다.
서울시(경제진흥본부 공정경제과)는 2016년부터 ‘불법대부업 피해상담센터’를 개설해 피해 상담부터 구제 방법, 소장 작성 등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협박이나 폭력, 과도한 독촉 등 불법 추심을 받고 있다면 빨리 상담 등을 통해 해결하는 편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대출을 받으려는 대부업체의 등록 허가 여부는 서울시 웹사이트 ‘눈물그만’이나 ‘한국대부금융협회’ 웹사이트를 통해 조회 가능합니다.
강필영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체크카드 제출을 요구하거나, 대부업 계약서를 배부하지 않고, 대부업 계약서 작성 시 대부금액, 이율, 상환 기간 등을 자필로 작성토록 하지 않는 업소는 불법 대부업소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