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치료의 3대 축은 식이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약물 요법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을 적절히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먹는 걸 조절하지 않으면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먹는 걸 극단적으로 줄이면 오래 유지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비만한 2형 당뇨 환자가 초저열량 식이(very low calorie diet, VLCD)를 진행해서 체중을 크게 줄이면 당뇨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렇게 장기간 먹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비만과 연관된 당뇨는 체중 조절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초저열량 식이가 왜 당뇨를 호전시키거나 심지어 사라지게 만드는지는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예일 대학의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통해 그 메커니즘을 조사했습니다. 쥐의 사료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넣고 이 영양분이 간에서 포도당으로 생성되는 과정을 추적한 것입니다. 흔히 간의 기능으로 해독 작용만 생각하지만 사실 간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혈당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혈당이 떨어지면 의식을 잃거나 심한 경우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간에서 포도당을 생성하는 능력은 동물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입니다.
초저열량 식이가 간에 영향을 주어 혈당을 개선시킬 것이라는 가정은 그럴듯한 부분이 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열량 섭취가 적으니까 혈당이 내려갈 것 같지만 당뇨 환자의 경우 혈당 조절 기전이 망가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굶더라도 정상보다 혈당이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초저열량 식이는 간에 작용해서 혈당 수치를 크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세 가지 가능한 기전이 발견되었습니다.
- 젖산과 아미노산이 포도당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줄임(decreasing the conversion of lactate and amino acids into glucose)
- 간에서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줄임(decreasing the rate of liver glycogen conversion to glucose)
- 간의 지방 비율을 낮춰서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을 높임(decreasing fat content, which in turn improves the liver’s response to insulin)
초저열량 식이가 당뇨를 호전시키거나 심지어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해도 사실 장기간 시행하기가 매우 곤란한 다이어트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인간으로 치면 일일 600-800칼로리 수준의 초저열량 상태를 장시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시행하기 편리하고 오래 할 수 있는 당뇨 조절 식이요법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기초 대사 과정에 대한 연구는 그 방법을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건강한 식사는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적절한 식이 요법은 당뇨 환자에게 더 중요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소개한 당뇨 식이 요법이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