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1일, 22일 양 일간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 2017’에 무려 4만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은 지산 락 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페스티벌 중 하나입니다. 2007년에 시작한 이 뮤직 페스티벌은 올해로 11년째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올해는 검정치마, 데이브레이크, 멜로망스, 마인드유, 스텔라장 등의 인디 뮤지션뿐만 아니라 박재범, 10CM 등 각자만의 음악적 색으로 대중적 인기를 받은 뮤지션도 함께 했습니다.
가을에 GMF가 있다면, 봄에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이하 뷰민라)가 대표 뮤직 페스티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한 뷰민라는 2017년 5월 13일부터 14일까지 잠심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되었으며, 양일간 2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죠.
뷰민라 2017 하이라이트 영상
출처 : 민트페이퍼
음악 팬들, 특히 인디 뮤지션을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봄에는 뷰민라, 가을에는 GMF”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 뮤직 페스티벌이 인디 뮤지션 팬질의 정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뮤직 페스티벌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모두 ‘민트’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두 뮤직 페스티벌 모두 ‘민트 페이퍼’ 라는 공연 기획사에서 만든 페스티벌이기 때문입니다.
민트 페이퍼는 2006년에 설립된 공연 기획사입니다. 하지만 민트페이퍼는 공연 기획에서 멈추지 않고 온오프라인상에서 ‘인디 뮤직’ 관련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인디 뮤지션들을 모두 자사의 플랫폼으로 인입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민트 페이퍼는 공연 기획사를 넘어 인디 뮤지션 포털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작은 점들이 모여 만드는 ‘그림’을 지향하다
민트페이퍼 홈페이지에서 그들의 소개를 보면 눈에 띄는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작은 점들이 모여 만드는 그림’이라는 점입니다.
공연기획사의 본질은 ‘공연을 잘 만드는 것’ 입니다. 이 말은 즉, 고퀄리티의 공연을 기획하고 이를 통해 가지는 티켓 파워를 통해 매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공연기획사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민트 페이퍼는 공연 기획사에서 더 나아가 플랫폼의 역할을 지향했습니다. 공연을 하고 나면, 본래의 목적을 소기한 뮤지션들이 모두 흩어지는 일반적인 해산의 과정이 아니라 그들이 계속 발견되고,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를 만들어주려 했습니다. 그 과정은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인디뮤지션이 주인공인 ‘음악 페스티벌’을 만들다
인디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통로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길거리 버스킹도 서슴치 않으며 몇 명의 관객만이 모여있어도 그들은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노래를 부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서야 인디 뮤지션 중에서도 몇몇 눈에 띄는 뮤지션들이 생겨났고 팬덤을 갖는 인디 뮤지션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과거 10년 동안 꾸준하게 늘어난 국내 뮤직 페스티벌의 인기도 한몫했습니다. 아이돌 노래, 그리고 대중적인 가수들의 노래가 아니라 내 음악적 취향에 맞는 새로운 뮤지션을 발견하는 재미를 관객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뮤직 페스티벌의 인기는 높아져 갔습니다.
그리고 단연, 인디 뮤지션이 주인공인 페스티벌로 많은 음악 팬들은 GMF와 뷰민라를 꼽습니다. 다른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 헤드라이너가 글로벌 뮤지션이거나 여러 뮤직 페스티벌에서 동시에 헤드라이너로 나서는 대세 스타 뮤지션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GMF와 뷰민라는 기존 페스티벌에 주로 출연하지 않는 아티스트들로 주로 라인업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 라인업을 두고 ‘민트 페이퍼 계열 아티스트’ 라고 팬들은 부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뮤직 페스티벌의 라인업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민트페이퍼는 자주 무대에 설 수 있는 대세 뮤지션보다는 평소에 대중들과 가까이할 수 없었거나 새롭게 데뷔 무대가 필요한 아티스트에게 최대한 무대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GMF 2016 하이라이트 영상
출처 : 민트페이퍼
인디 뮤지션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접점’을 만들다
온라인 공간도 인디 뮤지션에게 중요해졌습니다. 온라인은 디지털로도 충분히 음악이라는 창작물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적합한 팬층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각 인디뮤지션들은 독자적인 온라인 공간을 구축하고 콘텐츠를 채워 나가기에 여력이 충분치 않습니다. 채널을 만든다고 해도, 그 채널을 알려서 사람들이 들어오게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디 뮤지션들의 어려움을 위해 민트페이퍼는 그들을 대신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각각의 인디 뮤지션 프로필 관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곡이 나오거나 공연 소식이 있는 경우 민트페이퍼가 대신 올려서 홍보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인디 뮤지션을 모아두고, 그들의 프로필만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력’을 통해 인디 뮤직 콘텐츠를 만들어 그들을 알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디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민트라디오’ 프로그램을 팟캐스트로 제작해서 선보이고 있으며 이번 달의 뮤지션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소개하는 POTM(People of the month), 그리고 뮤지션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Mint Bright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인디뮤지션이 발견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MINT RADIO
POTM (People of the month)
Mint Bright
단순히 1년에 2차례 있는 뮤직 페스티벌의 ‘출연진’으로 인디 뮤지션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대중들과 인디 뮤지션이 만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고 그렇게 소수의 팬덤을 가지게 된 인디뮤지션이 뮤직 페스티벌에서 폭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직접 ‘인디 레이블’을 만들고 앨범을 발매하다
얼마 전, 멜론 차트에서 대이변을 만든 뮤지션이 있었죠. 차트 148위에서 1위로 거침없이 역주행을 했던 뮤지션이죠. 바로 데뷔 2년 차의 2인조 듀오 ‘멜로망스’였습니다.
신기한 점은, 멜로망스의 소속사가 바로 민트페이퍼의 인디 레이블 ‘광합성’이라는 것입니다. 민트페이퍼는 공연기획사에서 시작해, 이제 인디 레이블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소속사’이기도 합니다. 광합성은 2016년 6월에 민트페이퍼에서 런칭한 레이블로서 작사, 작곡 실력에 중점을 두고 따뜻한 울림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 레이블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광합성 레이블에는 멜로망스, 장희원 등의 뮤지션들이 소속해있죠. 소속사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은 뮤지션들이 안정적으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레이블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습니다.
광합성 소속 ‘조소정’
출처:민트페이퍼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인디 뮤지션들의 콜라보 음반 프로젝트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Bright’ 프로젝트 앨범으로 차세대 음익 신을 견인할 아티스트들의 가능성을 위해 민트페이퍼가 셀렉트한 10개의 노래를 하나의 앨범으로 묶어 발매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9월에 발표한 bright #6 앨범에는 문문, 위수, 이예린, 데일로그 등 인디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뮤지션들의 노래가 담겼습니다. 아직은 팬덤 파워가 없어 독자적인 앨범 발매로는 판매력이 약하기에, 민트페이퍼라는 브랜드 파워를 통해 여러 곡들을 묶어 대중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인디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민트페이퍼가 추천한 음악이라면 인정”이라고 믿는 암묵적 신뢰가 있기에 믿고 한번 들어보는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 기회가 사실 인디 뮤지션에게는 참 소중한 기회인 셈이죠. (참고 : 민트페이퍼 프로젝트 앨범)
bright #6 앨범 프리뷰
마치며
사실 ‘민트페이퍼’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세한 공연 기획사에 불과하고 인디 뮤지션 플랫폼이라는 거창한 말이 어울리지 않는 작은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디 뮤지션, 그리고 그들의 노래가 ‘발견’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그들의 행보에 꼭 한번 이 브랜드와 작은 공간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다소 상업적인 영역에서 일시적으로 인디 뮤지션들이 소집되고 해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계속 온오프라인에서 대중과 만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하고,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규모 브랜드 공연(민트페스타) 등을 진행하는 것은 꼭 널리 알려졌으면 했습니다.
민트페이퍼는 ‘돈’은 안 될지라도 인디신의 창작자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인디 뮤지션 ‘개인’과 ‘작음’에서 기회를 찾았던 것처럼, 저희도 ‘민트페이퍼’와 같이 진정성을 가진 브랜드들을 발견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ps. 요즘 민트페이퍼 홈페이지에서 콘텐츠들을 하나씩 둘러보면서 취향 저격 인디 뮤지션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발견해보세요!
- 해당 포스팅은 민트 페이퍼로부터 어떠한 부탁도 받지 않은 순수한 리뷰글입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