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알려준 방법을 써봤더니 한 방에 원하는 이직을 이루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자기 스스로도 설마설마했는데, 놀랍게도 단 한 번의 시도에 목적을 달성했다고 한다.
별로 어려운 방법이 아니다.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되는 일이다. 특별한 노력도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전통적인(?) 방법보다 노력이 덜 든다. 더군다나 몇 차례 내가 직접 시도해봤고, 시도할 때마다 성공한 방법이다.
요약하자면, 가고 싶은 직장과 일이 있다면 거기에 직접 메일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2000년 내가 삼성물산에 입사할 때도 같았다. 잠시 머물던 다른 직장에서 경제신문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삼성물산, 앙골라 컨츄리 마케팅 시동’ 비스무리한 기사를 보았다. 그걸 읽고 나서 삼성물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웹 마스터 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나는 포르투갈어를 전공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포르투갈어를 쓰는) 앙골라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다녀왔다. 그 뒤로 군 복무 중 경영대학원에 다니며 남부아프리카공동체(SADC)를 주제로 학위논문도 썼다. 당신들 앙골라 사업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꽤 재미있어 보인다. 혹시 나 같은 사람 필요하면 연락 주시라.”
답장이 왔을까? 왔다. 그것도 두 시간 만에. 그렇게 해서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입사한 날 첫 번째로 한 일은 다른 층에서 책상을 가져다 내 자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 정도로 내 입사는 거기서도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에 이직한 후배에게 이 방법을 알려줬었다. 별로 내키지 않는 직장에 앉아서 이직의 꿈을 키우고만 있는 후배에게 꼭 한번 시도해 보라고 강추했다. 그 역시 내가 17년 전에 썼던 메일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메일을 썼고, 같은 결과를 얻었다. 그 회사는 한번 와보라고 했고, 그 한 번의 면담으로 입사를 확정 지었다. 이직 참 쉽다…
아, 그 친구에게 따로 알려준 팁이 있기는 하다. 가고자 하는 그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신문 경제/산업 면에 활동상이 보도되기 때문에 참고하기 쉽다. 그 후배는 개발 협력계에서 IT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프로젝트를 하는 기업을 어디서 찾느냐는 거다.
우리나라에는 ‘나라장터’라는 친근한 이름의 정부조달 사이트가 있다. 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온갖 재화와 용역 구매가 이뤄지는 곳이다. 입찰 정보는 물론, 입찰결과까지 검색이 가능하다. 자기가 관심 있는 프로젝트를 조금만 따라가면 어떤 기업이 수주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경쟁업체까지 덤으로 알게 된다. 분야에 따라 이런 정보 출처는 다를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별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왜 이런 간단한 방법이 직방일까?
이 방법은 엄청나게 성공확률이 높다. 내 경우 100%였고, 그 후배도 100%였다. 비결이라고 한다면…
일단 경쟁이 없다. 일반적인 이직처럼 구인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보내면 동시에 여러 지원자가 몰리니 자연스레 경쟁이 발생한다. 헤드헌터를 통해 이력서를 넣어도 후보자 한 명만 보고 협상하는 채용담당자는 없다. 하지만, 구인공고 없을 때 나 혼자 메일을 보내면 그 회사는 나 하나만 두고 채용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남들이 상대평가 받을 때, 나 혼자 절대평가를 즐기는 셈이다.
두 번째, 저절로 전문성이 확인된다. 그 기업에서는 당신이 업계 동향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다 들여다보고 있고, 사람이 필요한 것까지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세 번째, 업무에 대한 태도가 검증된다. 특히, 주니어인 경우, 업무 능력의 차이는 별 것 없다. 주니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태도? 당연히 ‘적극적’ 태도다. 그래서 입사면접 때 우리는 온몸의 있는 적극성, 없는 적극성을 죄다 끄집어내기 마련이지 않나. 하지만, 이 방법은 적극적 태도를 ‘주장’할 필요가 전혀 없다. 구인공고도 없는데 입사하겠다고 메일을 보내는 그 행위 자체가 최고의 적극성을 스스로 입증하기 때문이다. 당신을 만난 그 기업의 채용담당자는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을 경쟁업체에 빼앗길까 걱정하게 된다.
왜 이런 간단한 방법을 사람들이 쓰지 않는가?
이유는 단 한 가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이직이 얼마나 어려운데 그렇게 간단히? 그래서 시도하지 않는다. 시도하지 않으니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왜 시도하면 성공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명 가운데 한 사람도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어쩌다 한 사람이 시도하면 성공확률이 무척 높다.
이 글 때문에 여기저기서 시도할 테니, 앞으로는 성공 확률이 확 낮아질까?
절대 그럴 일 없다. 어떤 정보를 줘도 시도하는 사람은 늘 극소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결정적 조언을 더한다면?
말이 필요없다. 이력서 쓰지 말고 제안서를 써라. 그리고, 지금 당장 보내라!
원문: 개발협력에 마케팅을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