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은 식재료가 좌우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라도 한물간 생선이나 시들은 채소로는 맛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만일 식재료가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됐다면 건강마저 해칠 수 있습니다.
이후레쉬푸드는 누구에게나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출발한 식자재 전문 사회적기업입니다. 우리들의 미래이자 소중한 자녀들이 매일 학교에서 먹는 급식에 제공될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어요.
서울·경기 80여 개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 납품
일반인들은 꿈나라로 가는 밤 10시. 이후레쉬푸드의 직원들은 다음날 아이들에게 건강한 점심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물류센터로 출근합니다. 당일 산지에서 직접 올라온 신선한 농산물이지만 신선도·안전성 검사 통과 여부 등 재차 점검에 들어가는 직원들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새벽 3시가 되면 현장 직원들이 모두 출근합니다. 급식재료들을 학교별로 분류하고 포장이 끝나면 드디어 배송 준비가 완료됩니다. 이 급식재료들은 냉장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배송차량에 실려 일선 학교에 전달됩니다.
“농산물 분야는 HACCP(해썹) 인증이 권장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하지만 식품을 취급하는 곳이니까 위생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으로 해썹 인증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윤연옥 이후레쉬푸드 대표의 자부심 섞인 설명입니다. 그의 자부심은 지난 7년 동안 관련 기관으로부터 획득한 각종 인증서가 뒷받침해줍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식재료 우수관리업체로 인증받았고 친환경농산물 취급자 인증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실력을 바탕으로 현재 서울시 50여 개 학교와 경기도 30여 개 학교에 급식재료를 납품하고 있어요. 연간 매출액은 60억 원이 넘습니다.
최저 가격, 최고 상품의 비결은 산지 직거래
이후레쉬푸드는 서울시 친환경 급식 협력업체입니다. 다른 24개 업체와 공동으로 친환경유통센터에서 지정한 전국의 9개 유명 산지와 직거래를 합니다. 매일 새벽 산지에서 올라온 상품들이 진짜 친환경인지 밝히는 일은 품질관리원의 몫입니다. 잔류농약과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불량품으로 확인되면 폐기처분되고 다른 친환경상품으로 대체됩니다.
비록 이중삼중의 검수를 마쳤지만 때론 학교로부터 농산물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때면 두말 않고 인근 농산물 시장으로 달려가 새것으로 교체해줍니다. 이렇게 불만을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0분에서 1시간 내외입니다.
“저희는 소비자인 학교 측 불만 사항에 대해 단 한 차례도 ‘노(NO)’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합니다.”
이같은 신속성과 신뢰 덕분에 이후레쉬푸드의 학교 급식 재계약률은 90%에 이릅니다.
학교와 공동운명체…방학이면 매출 ‘거의 0’
매출의 90% 이상을 학교 급식에 의존하고 있는 이푸레쉬푸드는 방학이 되면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합니다.
“급식 사업은 9개월 정도 일하고 12개월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평달에 되도록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합니다. 방학이면 매출이 거의 없는데 올해에는 역대 최장기 추석 연휴로 매출의 1/3이 날아갔어요.”
때문에 이후레쉬푸드는 방학을 견뎌낼 타개책 마련이 급선무입니다.
“농산물을 신선 취급하기 때문에 지난 추석 대목엔 과일과 곡물, 견과류 3가지 선물세트를 만들었어요. 반응이 좋아 약 7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여름방학 때 추석을 준비하고 겨울방학 때는 설 명절을 준비하는 것을 하나의 타개책으로 삼고 있어요.”
추가 사업으로는 강서 지역의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들과 협업해 과일 도시락을 만들었습니다.
“ ‘기쁜우리조이’라는 카페에서 빵과 음료를 제공하고 저희는 조각과일을 제공했어요. 또 다른 업체에서는 포장 상자를 제공했어요. 셋이 힘을 모으니 근사한 과일 도시락이 만들어졌습니다.”
윤 대표는 앞으로 이 과일 도시락을 각종 행사나 회의 때 먹거리용으로 판로를 뚫어보겠다는 전략입니다.
홍보의 새 창구, 공공구매 박람회
이후레쉬푸드는 올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주관한 공공구매 박람회에 두 차례 참가하면서 큰 덕을 보았습니다.
“1300여 개 학교 행정실장님들이 연수를 받고 있는 교육연수원에서 공공구매 박람회가 열렸어요. 그때 부스를 마련해 정말 열심히 홍보했어요. 요즘 학교에 가보면 ‘그때 저를 봤다’는 분들이 많아요. 학교란 곳이 원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이라 안면을 튼다는 건 영업 활동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작은 나눔의 시작
이후레쉬푸드는 매주 강서푸드뱅크와 학교 밖 청소년들의 돌봄 기관인 ‘세상을 품은 아이들’이란 기관에 식재료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어요. 저소득층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돌보는 보건소에는 식재료를 원가로 제공합니다. 연말이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어요.
“사회적기업이라면 영업 이익의 2/3를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그래도 수익의 1/3은 남아있잖아요. 크게 남기기보다 벌어서 기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어요.”
이후레쉬푸드는 서울의 24개 친환경 급식 협력업체 가운데 유일한 사회적기업입니다. 핵심 직원들이 대부분 취약계층인 경력단절 여성과 저소득층 그리고 고령자들입니다.
끝까지 간다
“급식시장은 20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베테랑들이 다투는 치열한 곳입니다. 저희는 서울시 친환경급식협력업체들 가운데 최고의 매출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적기업’ 하면 경쟁력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안타깝습니다.”
윤 대표에게 그렇게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못다 한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한 못다 한 꿈이란 무엇일까요? 윤 대표는 2011년 ‘아침밥 클럽’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10개 학교에서 아침밥을 거르고 오는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빵과 시리얼, 조각 과일, 떡, 우유 등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무상 제공을 받는 아이들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돈을 내고 먹고 싶다고 하실 정도로 인기가 있었어요. 그때 ‘아! 필요한 사업이구나’ 깨달았죠. 한 1년 했는데 예산 부족으로 중단됐어요. 열심히 일해 회사의 수익이 높아지면 예산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많은 일들을 다시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의 꿈은 소박합니다. 그저 아이들이 밥 든든히 먹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라는군요.
“꿈이 이뤄질 때까지 저희들은 끝까지 갑니다.”
원문: 이로운넷 / 글: 백선기(이로운넷 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