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회사에서는 최근 아파트 수익률을 알려주는 ‘집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뭐 아직 베타버전이라 굳이 동네방네 소개는 못 했지만 얼마 전 감사하게도 조선비즈에서 기사를 써주시면서 많은 분이 읽어주셨고 그 기사 밑에 답글도 달아주셨습니다. 그런데 기사의 내용 중 유독 많은 독자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이 있으니 ‘서울 8,900개 아파트 분석한 전문가 “점점 돈 안 돼”‘라는 타이틀이었습니다.
곳곳에 퍼 날라진 후에 분노 섞인 댓글도 발견됐습니다. 댓글 달아주시는 건 감사한데 ‘누가 시장을 이렇게 진단했다/예측했다’는 말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습니다. 집값 예측은 사람의 영역의 일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라 단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기사에서는 앞뒤가 잘린 나머지 특정 문구만 강조된 나머지 ‘집값 폭락론자’처럼 몰리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고 반성했습니다.
다만 짧은 지면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쓰던 기존 포스팅과 달리 이번에는 급히 번개 포스팅을 하게 됐습니다. 아래는 기사 내용입니다.
―부동산을 팔고 차라리 금융투자를 하라고 했는데, 흔히 믿는 부동산 불패 신화와 좀 다른 것 같다.
“쉽게 비교해보겠다. 2010년 10월 서울 강남구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가양동 한강타운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의 7년간 수익률이다. 압구정동 아파트는 21억 1,000만 원에, 가양동 아파트는 4억 3,500만 원에 구입했다.
2017년, 압구정동 아파트는 3억 4,000만 원이 올라 24억 5,000만 원이 됐고 가양동 아파트는 1억 2,250만 원이 올라 5억 5,750만 원이 됐다. 단순하게 보면 압구정 물건이 3억 원 넘게 올랐으니 이익이라고 생각할 텐데, 실상은 연간 수익률이 1.09%에 불과하다. 반면 가양동 아파트는 연 3.12%로 더 높다.”
―강남 아파트의 투자 수익률이 연 1%대면 은행 예금보다도 낮은 것 아닌가?
“그렇다. 대출까지 받았다면 앞서 언급한 압구정동 아파트의 수익률은 음의 영역으로 내려간다. 계속 보유하고 있어봤자 은행 이자보다도 낮은 수익률에 매입 시 취득비용과 보유세,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다. 서울 시내 8,900개 아파트에 대한 가격을 분석해 보니 과거 9년 동안의 누적 가격상승률은 연간 약 1.9%에 불과했다. 우리의 환상과 실제 수익률은 많은 경우 다르다. 집을 팔고 펀드나 P2P 등 다른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게 이익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른 주요 댓글과 그에 제 간략한 답변을 우선 덧붙입니다.
통계는 기준시점이 중요한데 9년간 1.9% 누적 상승률이라면 2008년 최고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가격 최저시점기인 2012년이나 2013년을 기준으로 하면 누적 상승률이 몇%가 될지 궁금해진다.
- 3.5%와 5%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아파트가 돈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음을 설명하면서 가장 낮은 수치를 사용했는데 짧은 지면상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전체를 보면 그렇다. 80%가 그때 그 가격에 있다면 나머지 20%는 그중 1%는 대박이였다는 것과 같다. 증권이나 부동산이나 잘되는 것만 잘 된다. 그런 식이면 증권도 하면 안 된다. 30년 동안 겨우 2배 올랐나? 그래도 삼성전자는 샀어야 했다. 특히 2002년도 하이닉스는 주당 1,000원에 샀었어야 했다. 80배 올랐다! 그런 알짜를 해주는 것이 그 “집어드바이저”라야 한다.
- 맞습니다. 앞으로는 잘 고르는 게 점점 중요해집니다.
전세를 낀 갭투자로 사 놓았다면 수익률은 최소 30~50%는 되었을 텐데, 이만한 투자는 없었을 것이다.
- 최근 1년만 놓고 보면 말씀하신 대로 40% 정도 됩니다. 밑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기사가 아니라 광고….
- 죄송합니다ㅜㅜ 저희도 먹고살려다보니…
과연 집값은 얼마나 올랐나?
1. 연평균 가격 상승률
2008년~2017년의 8년간 서울시 아파트는 평균 18.7% 가격 상승했습니다. 이는 연 1.9%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특히 대형평형 아파트는 동기간 가격이 4.2% 하락하여 매년 0.5%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지난 1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평균 8.6%를 기록했으며, 2015년부터 2년간 누적 가격 상승률은 15.8% (연간 7.6%), 2014년 이후 3년간 121.2% (연간 6.6%)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 상승은 소형평형일수록, 보유 기간이 짧을수록 높게 나타나며 자세한 상승률은 아래의 표와 같이 나타났습니다.
2. 서울시 구별 아파트 가격상승 분포(2008년 이후)
서울시 8,900개 아파트(평형)의 2008년 이후 아파트 가격 변화를 3개의 그룹으로 나눠 살펴보았습니다. 2008년 당시 가격을 100으로 보고, 이보다 가격이 떨어진 경우(1번 그룹)와 가격은 올랐지만 물가상승률 미만의 가격 변화(지난 8년간 약 16%)를 나타낸 경우(2번 그룹), 물가상승률 이상의 가격변화를 나타낸 경우(3번 그룹)의 서울시 구별 분포를 아래의 표와 같이 나타냈으며 이들의 비중을 백분율로 표시했습니다(보유 연수에 따른 지역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별도로 포스팅 예정).
강남구의 경우 전체 아파트(평형) 중 절반 정도는 연간 2%(물가상승률 수준) 이상 상승했으나 35% 정도는 오히려 가격이 8년 전 대비 하락했습니다. 강북구는 2008년 대비 85% 정도가 물가상승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아파트로 나타났으며 중구의 아파트는 80%가량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1. 집값 상승과 수익률
갭 투자는 과거 전세가 비율(집값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50% 안팎이었던 시절부터 전세 끼고 집 사는 일반적인 투자형태였으나 전세가 비율이 70% 이상, 심지어 90%까지 올라가면서 자기자본 비율을 10~30%로 낮출 하이레버리지 투자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용어로 자산이익률(Return on Asset, ROA)과 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 ROE)이 있는데 집값 상승률은 ROA에 해당하며 수익률은 ROE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차입) 투자에서 유의사항은 자본차입가격(Cost of Capital), 즉 이자율에 의해 역레버리지(Reverse leverage)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이자율<ROA인 경우: 일반적으로 레버리지는 ROA가 은행 이자율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할 때 ROA<<ROE를 기대하고 일으킵니다. 전세가 비율이 높거나 은행에서 차입을 많이 하는 경우(LTV가 높은 경우) 자기자본이 줄어 레버리지가 높아지고 ROA보다 훨씬 높은 ROE가 나타납니다. 실제 지난 1년간 집값 상승이 8.6% 나타난 경우, 자기자본이 100%인 경우 수익률은 8.6%이지만, 갭 투자를 통해 자기자본 비율을 20%(80% 전세 또는 차입)로 낮추는 경우 레버리지 수익률은 5배가 되어 43%입니다(단 실제 수익률은 취득비용과 보유세 등으로 다소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이자율>ROA인 경우: ROA가 은행이자율보다 낮은 아파트들의 경우, 실제 수익률인 ROE는 ROA보다 낮게 나타나며 울고 싶은데 뺨 맞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실제 상기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서울 시내 8년 보유 아파트들의 경우 절반 이상 은행 이자율 (3% 수준)보다 낮은 상승률(2% 미만)을 나타내 수익률은 더욱 낮아져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주거비용과 수익률
집은 금과 달리 실물자산으로 운용을 통한 수입이 발생하므로 주거와 투자를 완전히 구분해 투자성과만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임대를 하는 경우뿐 아니라 자가로 거주를 하는 경우에도 자신이 자신으로부터 임차한 것으로 가정하여 임대소득을 계산해야 합니다. 즉 집의 투자성적만 떼어낼 경우 ROA가 아니라 ROE를 바탕으로 계산해 집의 투자성적과 본인의 주거비용은 구분해 계산하는 것이 순수 투자 활동을 통해 얻게 된 수익을 계산하는 데 도움 됩니다.
자신의 주거비용은 투자 내용과 무관하게 식비나 생활비처럼 어차피 지출해야 하는 지출항목이므로 비싼 집에 살면서 높은 시세차익을 남겼다면 투자성적은 우수했지만 본인이 비싼 집에 거주하면서 그만큼 비싼 주거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실제 수익률
부동산은 실제 매입단계에서 3~4%의 취득비용이 발생하며 매년 보유세와 이자가 발생합니다. 또한 양도소득세와 같은 부담이 큰 지출항목은 개인별 주택보유 현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적용되며 내년 4월 이후 8/2부동산 대책은 세금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국의 독특한 전세 제도는 수익률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데, 이는 자산(Balance Sheet) 항목으로 분류되는 전세금을 통해 임대수익(Income Statement)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투자분석으로는 정확한 수익률 계산이 어렵습니다. 이를 더 정확히 살펴보려면 월별 현금 흐름을 통한 수익률 지표로 계산할 수 있지만 월별 지출 항목을 일일이 반영해야 하므로 계산에 필요한 항목이 많고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쉽고 빠르게,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집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다 보니 위에서 설명한 분석 내용을 하나씩 추가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개인 자산 관리에 신선한 충격을 줄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집은 대다수의 개인들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귀중한 자산입니다. 모든 분들이 더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재테크 분석을 통해 재산 증식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시고, 재산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돕는 리서치를 강화할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원문: 남성태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