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행위자? 그런 건 우리에게 있을 수가 없어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가능한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이야기 꺼낼 때마다 백이면 백 사단이 나기 때문. 그럼에도, 얼마 전 민주당의 장외투쟁 선언을 보고 예전에 썼던 글과 관련된 행동경제학의 한 내용이 생각나서 간단히 쓰고자 한다.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 이론을 대체하기에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으나, 오늘 설명할 프레임은 간단하면서도 상당히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간단한 Quiz 두 개만 풀어보자.
당신은 합리적 행위자인가?
Quiz 1. 당신은 지금 두 가지 대안 중 한개를 선택할 수 있다. ‘대안1’은 지금 당장 확실하게 $80을 챙기는 것이고, ‘대안2’는 85%의 확률로 $100, 그리고 15%의 확률로 $0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은 대안 1과2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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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확실하게 $80을 얻을 수 있는 대안1을 선택했다고 한다. 여러분의 선택과도 일치할 듯싶은데… 여기서 뜻밖인 점은 오히려 대안2가 기대 효용이 더 높다는 점이다. 기대값 $85 = $100 X 85% + $0 X 15%니까. 즉,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행위자의 가정과는 달리, 사람들은 기대 효용이 높은 쪽보다 확실한 이득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Quiz 2. 역시 당신은 두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대안1’은 확실한 $60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고, ‘대안2’는 85%의 확률로 $100의 손실 그리고 15%의 확률로 $0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당신은 대안 1과2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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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다. 이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에는 대안2을 선택했다고 한다. 역시 여러분의 선택과도 일치할 것. 대안2의 기대손실은 -$85(-$100 X 85% + $0 X 15%)로서 대안1의 확실한 손실 -$60보다 더 크지만 사람들은 대안2를 선택한다. 즉,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행위자의 가정과는 달리 사람들은 손실에 직면할 경우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도 감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합리적 행위자의 가정과 벗어난 인간의 선택을 행동경제학에서는 framing effect 또는 reference-dependent choice 라고 한다. 즉, 자신의 기대 효용을 극대화(maximization)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득의 영역(아래 그래프 1사분면)에 처해 있으면 인간은 확실한 이득을 지키기 위하여 위험 회피적(risk-averse) 성향을 보이며, 손실의 영역(아래 그래프 3사분면) 에 놓여 있으면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위험 선호적(risk-taking)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
민주당에는 합리적 행위자가 필요해
복잡한 정치 현실을 이런 단순한 프레임으로 설명하는게 물론 무모한 것이기는 하지만, 생각키로 민주당은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을 손실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로 선점당한 정책들과 NLL 포기 발언 논쟁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 때문에,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상황이 나아져도 정국 주도권은 계속 상실된 손실의 영역(Loss Domain)에 머무를 뿐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것.
따라서 민주당은 확실한 손실 – 현상유지 등 – 을 선택하기 보다는 비록 기대 손실은 더 커도 희박한 확률로 상황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위험 선호적 성향을 반영하는 의사결정을 하기 쉬우며, 이것이 오늘의 ‘장외 투쟁’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희박한 확률에 희망을 건 도박이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점. 기대값이 낮다는게 괜히 낮은게 아니지 않겠나. 필자는 사실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민주당도 이런 소모적인 장외 투쟁 보다는 털어낼 과거는 좀 털어내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경쟁하는 제1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