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2017년 10월 23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존엄사가 가능해진다. 불치병으로 괴로워하거나 죽음을 지척에 두고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환자들과 부양가족들이 무의미한 싸움을 중단하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죽음과 생명에 대해 폐쇄적이고 전통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의료계로써는 매우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존엄사’를 인정한 첫 국내 판결은 8년 전인 2008년, 식물인간 상태인 76세 어머니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자녀들의 소송에 법원이 인공호흡기를 떼라며 자녀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회복 가능성이 없어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고 짧은 기대 생존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기보다 인간답게 죽음을 맞는 게 인간의 존엄성에 더 부합한다”며 판결을 내려 당시 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반향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존엄사, 안락사와 무엇이 다른가?
존엄사는 환자의 뜻에 따라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처치법이다. 식물인간 상태에 있거나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생명 유지’를 위해 취하는 조치를 하지 않고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존엄사와 안락사의 개념을 구분하지 못해 ‘안락사’와 혼동하며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안락사와 존엄사는 의미에서부터 엄연히 다르지만,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차이점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불러일으키며 존엄사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낳고 있다.
특히 가장 비난을 받고 있는 ‘적극적 안락사’는 전문가가 직접 약물 등을 투여해 곧바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으로, 이는 해외에서도 법적으로 허용된 곳이 몇 없으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자살”로 일컬어지는 등, 많은 논란을 낳는 이슈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존엄사는 현재 존재하는 최선의 의학적 치료와 조치를 다 하였음에도 불구, 회복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을 때 병세를 호전시키거나 나아지게 할 목적이 아닌 단순 ‘생명유지’를 위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존엄사는 안락사보다 훨씬 더 인위적 죽음이 아닌 자연적 죽음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안락사는 위에 언급한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제 등을 투입하여 환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적극적인 안락사’와 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적 영양공급이나 약물투여 등을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로 나뉘는데, 이 소극적 안락사를 존엄사와 동일시하며 반대하는 의견이 무척 많다.
그러나 존엄사는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물, 산소 등의 필수 요소를 단순 공급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연명의료결정법’ 시법 사업을 오늘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실시하며,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