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그러니까 보통 신경증이라는 것을 ‘치료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약간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이것이 내가 심리학이나 nlp, 명상, 종교 등을 벗어나 다른 것들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물론 심리 상담, 치료 등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방법은 그 쓰임이 있고 실제로도 좋은 효과를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삶에 문제가 있다면 한 번쯤은 이런 수단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마음의 병이 왜 생기는지 생각해 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당장 생각나는 것이 세 가지라서…).
- 불가능한 것을 원하는 경우
- 잘못된 무의식의 지도를 가진 경우
- 방법을 몰라서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경우를 단순화해보자면, 본인에게 중요한 삶의 조건이 자신의 기대와 일치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어떤 가능성도 보지 못할 때이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공식을 따르는 것이다.
중요한 현재 삶의 조건 ≠ 현재의 기대, 무력감
간단한 예를 들면 애인에게 차인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현재 삶의 조건은 상대방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고 자신에게 필요한 조건은 상대방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의 마음을 돌리기 힘들다. 이러면 고통이 시작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살아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욕구를 채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시 마음의 병이 생기는 세 가지 경우를 분석해 보자.
1. 불가능한 것을 원하는 경우
불가능한 것을 원한다는 것을 예로 들면… 우리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의 행동, 마음 등을 바꾸고 싶어 한다. 위에 예로 들었던 헤어진 연인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고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기를 원한다.
자주 보이는 예로 부모는 아이를 통제하려고 하고, 아이는 부모가 바뀌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 결과는 뻔하다. 바꿀 수 없는 것이 원한다고 해서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런 경우 스스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고통을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2. 잘못된 무의식의 지도를 가진 경우
2번은 1번과 비슷하다. 둘 모두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1번의 경우는 2번에 포함되긴 하지만, 여기선 조금 더 특수한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의식의 지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어떤 경험으로 인하여 우리가 원치 않는 잘못된 무의식적 조건을 갖게 된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특정 색만 보면 불안감에 빠진다. 좀 특이했던 경우로 어떤 사람은 가족을 너무 사랑하는데 가족들만 보면 극도의 공포심에 빠졌다. 평소에는 가족들과 떨어져 그들을 그리워하지만 가족과 함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잘못된 원칙 자체가 심리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런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서 마음의 병(장기적 고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리적인 수준에서 조치가 필요하다.
3. 방법을 몰라서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몰라서 막막해하던 사람은, 새로운 방법과 가능성을 보면 즉각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뭐 결국 어떤 경우든 장기간 고통을 수반하는 마음의 병은 스스로 삶의 조건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여기에 심리 치료의 맹점이 있다. 심리 치료를 한다고 해서 우리 삶의 조건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있다.(이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인생에서 만족을 느끼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심리 치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원하는 삶의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일단 2번, 잘못된 무의식의 지도로 인해서 생기는 마음의 병은 절대적으로 심리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몰론 상대방의 무의식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자신의 니즈와 얽혀서 고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원인을 알게 되고 스스로 고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해결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많다. 1번, 불가능한 것을 원해서 인해서 마음의 병이 생긴 경우도 심리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서 병이 온다. 예를 들어 부부 관계가 생각처럼 되지 않아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경우에는 관계가 정상화되면 마음의 문제도 사라진다. 단순히 병이 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행복해질 수도 있다. 물론 여전히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방법을 안다면 스스로 변해서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다.
뭐 요점은 이렇다.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삶에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더 이해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서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성취를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관리해 나갈 수 있는지, 어떻게 돈을 관리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 흘러가는 대로 살면서, 혹은 학교에서 인생에 정말 중요한 것들에 관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것들은 심리 치료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심리 치료를 하시는 분들도 이런 문제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별로 영양가 없는 이야기였을 수도 있지만 결론을 내리자면,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 원하는 삶의 조건을 만들 수 있는 능력
- 자신의 생각(무의식)을 이해하고 바꿀 수 있는 능력
이런 것들을 배우고 좋은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현재 자신의 상황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원문: 도겸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