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17년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를 퇴사한 이후로 창업에 힘을 쏟고 있어서 VR/AR에 대한 시장 흐름에 대한 이야기는 블로그던 대외적이던 잘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 필드에 나와 ‘코믹스브이’를 창업하면서 기술의 트렌드에서 눈을 뗐던 것은 아닙니다. 요즘 제 블로그의 조회수도 팍팍 떨어져 가고 있어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2018년 VR/AR 시장을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먼저, 2017년의 VR/AR은 죽었네 뭐네 말이 많습니다. 사실 애시당초 산 적도 없습니다. 지나치게 높았던 기대심리가 꺼지고 있는 한 해인 것입니다. 오히려 기술발전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제 리포트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VR/AR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이 리포트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물론 그 이후의 업데이트도 필요하겠죠. 그래서 관련 이야기를 좀 드릴까 합니다. 이 새로운 움직임은 최근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움직임은 아마 2018년 VR/AR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제가 경영(?)하고 있는 코믹스브이 또한 이 움직임에 맞춰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 모바일 VR : 구글 데이드림과 독립 기기의 부상
- 삼성 주도의 모바일 VR이 전 안드로이드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먼저 기어VR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반의 VR은 가상현실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오프라인의 기동력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면 모바일 VR을 필수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죠. HTC Vive나 오큘럿, 플레이 스테이션 VR은 PC나 콘솔 기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동력이 떨어지고 유지보수가 어렵습니다. 이들 기기의 장점이 있다면 매우 높은 성능으로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겠죠.
이에 타협안으로 백팩형 VR기기가 제안됩니다. 하지만 역시 유지보수는 쉽지 않은 편입니다. 군장을 메고 게임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이러한 경험에 적합한 개방형 총싸움 게임 외에는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드래곤볼의 거북도사 체험으로 가메하메파를 쏜다던가…
아무튼 그래서 값싼 체험형 보급기로서는 모바일VR이 아주 유효합니다.
잠깐 광고! 저희 코믹스브이의 VR웹툰은 여기에 최적화된 기기입니다. 갤럭시S6와 기어VR조합으로 한 번 충전해서 반나절 이상 끊임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VR 웹툰 체험전시를 사업으로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은 연락을….
모바일VR시장은 사실상 삼성 기어VR의 독주였습니다. 카드보드도 있긴 했지만 경험이 썩 좋지 않았던 관계로 제외하겠습니다. 일단 기기의 성능이 대단히 들쭉날쭉하고 자력 버튼은 그냥 아!#($!@$!@$ 이라서… 그냥 안된다고 보는 것이…
그런데 여기에 삼성 기어VR을 위협할만한 구글의 VR기기, 데이드림이 2018년부터 위세를 키울 것 같습니다. LG의 V30이 데이드림을 지원할 예정이며, 갤럭시S8도 현재 데이드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지원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S8에서 일부 모델은 데이드림이 막 튀고 난리라서… VR은 제조사와 개발사에서 된다고 말하는 걸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분명한 것은 하이엔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HTC의 픽셀사업부를 인수한 구글이 새로운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데이드림을 이용한 HTC의 독립 VR기기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가성비 갑인 레노버 역시 데이드림 독립 기기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러한 독립 기기는 저희도 쌩고생하고 있는 VR전시체험에 용이한 기기입니다. 다만 전시체험용은 분실위험이 있으니 리모콘이 유선이면 좋겠습니다(아니면 기기에 붙어있던지) 이러한 모습은 향후 구글의 안드로이드식 플랫폼 확산 정책에 따라 데이드림을 필두로 다양한 기업에서 독립형 VR기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샤오미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삼성에 한정되어있던 모바일VR시장이 전 안드로이드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 모바일 AR
- 애플의 AR kit과 안드로이드의 AR Core의 대결
사실 내년에 바로 대결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술이 나오면 실제 거기에 맞는 쓸 만한 서비스가 나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거든요. 아무튼 내년에 공격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바로 AR기술입니다. VR은 게임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었다면, AR은 보다 다양한 모바일의 생활환경에서 이용 가능합니다. 애플에서는 그 기술이 AR kit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AR을 애플보다 일찍 시작했던 안드로이드는 기존 AR Tango의 마이너 버전으로 추정되는 AR Core를 내놓았습니다.
Sneak peak at the Augmented reality apps for iOS 11
이는 포켓몬GO로 카메라를 켜고 주변을 둘러보는 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교육과 검색, 전시 체험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제가 작년에 리포트로 썼던 내용이라 큰 변동은 없습니다만, 실제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표준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좋은 기술 툴킷이 나왔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역시 VR처럼 지나치게 거품이 죽 올랐다가 또 빠지게 되겠죠.
그러나 거품이 있다고 해서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VR/AR 기술은 하나의 공통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 발전은 궁극적으로 컴퓨팅 플랫폼의 UX와 우리의 경험을 모두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3. 데스크탑 VR/AR/MR : 윈도우 MR이 온다
예전에는 투명 디스플레이에 3D가상 객체를 겹치는 것을 MR로 설명해드렸던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걸 MR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실제 기술적으로 MR이 맞는 윈도우 MR이 옵니다. 이는 비디오쓰루 방식의 카메라로 찍은 비디오와 3D가상 객체를 겹쳐서 보여줍니다. 사실 이는 VR기기에 카메라 켠 것으로, 기어VR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습니다. 다만 윈도우MR은 홀로렌즈에서 쓰던 SDK를 거의 그대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윈도우즈 마켓을 그대로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PC를 만드는 거의 모든 제조사가 참여하면서 그 판이 커질 것 같습니다. 삼성의 ‘오디세이’ 역시 윈도우MR입니다.
Samsung Odyssey headset first look
아마도 이는 페이스북의 오큘러스와 HTC 바이브를 정조준하는 플랫폼이 될 것 같습니다. 모바일에서 겪었던 설움을 극복할 수단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안드로이드를 벤치마킹한 윈도우즈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래저래 오큘러스가 좀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죠.
내년도 예측은 크게 이 3가지입니다. Daydream VR, AR시장 개화, 윈도우즈 MR. 저도 이제 실제 필드에 나왔으니 이에 맞는 전략을 짜려고 합니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워낙 리소스도 없고, 이걸로 되려나 싶기도 하지만요. VR/AR판은 대기업들에 의해 커져가고 있는 중이라 어느 한쪽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가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콘텐츠 스타트업들로서는 죽을 맛이기도 하구요.
코믹스브이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전시장에 나가 고객들과 만나 앱설치를 진행했고, 오늘은 만화 카테고리의 급상승 분야 2위, 전체 만화 카테고리 100위 안에 처음으로 진입했습니다. 분위기가 계속 가면 좋겠다, 라고 희망을 가져 봅니다.
원문: 숲속얘기의 조용한 카페
표지이미지 출처: Tapsc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