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에 간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혹은 가족·연인끼리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간다. 고기류, 튀김류, 스파게티 등 집에서 자주 맛볼 수 없었던 음식들과 여유로운 커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아이들을 위한 음료수도 풍부하게 준비되어 있다. 혹시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샐러드바를 통해 싱싱한 야채를 한눈에 접할 수 있는 곳 또한 바로 이곳이다. (물론 샐러드바만 이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 패밀리 레스토랑을 이용하면서 여러분은 궁금한 점이 들지 않았는가? 예를 들어 레스토랑 앞에 의자를 비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한시간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 말이다.
사실 패밀리 레스토랑도 다양한 심리학적, 사회적 요소를 끌어내어 고객들이 레스토랑 측에서 원하는 바대로 움직이게끔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패밀리 레스토랑 속 숨겨진 넛지들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그 비밀을 하나씩 알아보자.
패밀리 레스토랑이 원하는 선택은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넛지를 살펴보기 전에, 패밀리레스토랑이 ‘어떤 선택지’를 선호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넛지를 실행하는 의도는 대개 선택지의 방향에 따라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패밀리레스토랑이 원하는 것은 ‘빠른 회전율’이다. 즉, 손님들이 빠르게 먹고 나가 다음 손님이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래야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음식으로 더 많은 손님들을 받아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증명을 위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당신은 현재 4명씩 2개의 탁자에 앉을 수 있는 정원 8명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주어진 상황은 다음과 같다.
- A : 고객 식사시간 1시간 / 대기손님 8명 (단, 손님은 4명 단위로 들어가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 B : 고객 식사시간 30분 / 대기손님 8명 (A의 조건과 같다)
* 패밀리레스토랑 입장료는 1명당 10,000원이다.
A와 B를 비교했을 때, 일반적으로 회전율이 더 빠른 것은 ‘B’이다. 다시 말해 손님들이 나오는 속도가 A보다 B가 빠른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회전율이 빨라지게 되면 똑같은 음식으로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부족한 양을 그때그때 채우는 것이 아니라,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받아야 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패밀리레스토랑의 목표는 ‘고객들의 식사시간을 줄이는 것’ 이다. 음식의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서비스 인력을 줄여 제품의 질을 감소시키는 것은 분명히 무리가 있으며 자칫하다가는 브랜드가 가라앉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목표하는 ‘회전율 높이기’를 위해 그들이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심도 깊게 알아보자.
제한 시간 부여하기
패밀리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들어갈 때 담당 직원이 ‘제한시간’을 안내해 주는 경우가 있다. 보통 매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제한시간은 2시간이나 1시간 30분이다. 이를 설정하는 이유는 뭘까? 정말 2시간이나 식사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이 점이 궁금해 9월의 어느 주말, 일일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손님들의 대략적인 식사 시간을 계산했다캬 집념
놀랍게도 평균 식사시간은 65.7분이었다. 실제 제한시간과는 거의 1시간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었던 것이다. 결국 제한시간 제도는 2시간이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제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제한시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제한시간을 적용하게 되면 일종의 ‘닻(Anchor)’이 형성된다. 이는 행동 기준을 2시간이라는 제한시간에 맞추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시험시간이 60분이라면, 우리는 모든 행동을 60분에 맞추게 된다. 이처럼 시간이 똑같이 흘러간다 해도 제한시간을 주어지면 사람들은 그 시간에 대해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는 사람들이 2시간 이내로(혹은 그 아래로) 빠르게 식사를 하고 나가게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2시간이라는 제한시간은 정말 2시간을 다 채우라는 것이 아니라, 2시간 전에 사람들이 나오게끔 만드는 전략인 것이다.
그릇은 크고 넓게
사람은 특정한 양을 먹게 되면 배가 부르다. 다시 말해 인간이 포만감을 느끼는 순간은 대부분 특정한 양 이상을 먹었을 때이다. 즉 앞서 레스토랑이 제시한 2시간이라는 시간과 관계없이, 사람들은 ‘배가 부르게’ 되면 식당의 문을 나서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들의 배를 빠르게 부르게 할 수 있을까?
패밀리 레스토랑의 뷔페 코너에 가면 크기가 크고 넓은 그릇을 보게 될 것이다. 이 그릇은 당신의 배가 포만감으로 가득 차도록 도와주는 결정적인 요소다. 도대체 그릇의 크기와 음식의 양이 얼마나 관계가 있단 말인가? 이는 당신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하는 행동을 통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빈 그릇에 음식을 채울 때 ‘꽉’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상대적인 포만감과 관련이 있는데, 다음 예시를 보자. 그릇 안에 공을 담을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A와 B의 상황을 표현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 A : 100개 중 50개
- B : 55개 중 50개
A와 B에 담겨져 있는 공은 50개로 동일하다. 하지만 몇 개를 담을 수 있는가에 따라 A는 반밖에 채워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B는 거의 다 채워진 것처럼 보인다. 이를 음식에 적용하면 답은 매우 간단해진다. 그릇의 크기를 크게 하면 사람들은 더 많이 담게 되며, 더 많이 담게 되면 더 빠르게 배가 불러 매장을 빨리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릇이 넓고 큰 이유는 더 많이 음식을 담아 더 빨리 나가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넛지 전략이다.
처음 마주치는 음식은 대부분 튀김류이다
또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당신이 빠르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뷔페의 첫 부분에 샐러드나 후식이 아니라, 기름이 많이 들어가는 튀김류를 비치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튀김류가 집에서 잘 경험하지 못하는 음식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방문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배가 고픈 상태이고, 그래서 가장 먼저 튀김을 마주했을 때 많이 집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이 튀김들은 칼로리가 무척 높아 배를 빠르게 부르게 만든다.
배가 고플 때에는 이성보다는 본능이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한다. 음식을 고를 때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보다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할 만한 음식들을 고를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눈에 띄는 자리에 포만감을 유발하는 음식들을 비치한다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할인 바우처의 비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의 음식 선택과 별개로, 사람들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요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바우처(voucher, 쿠폰 등의 인센티브) 등을 통해 사람들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전략으로 SNS를 활용한 ‘1만원→1천원’ 전략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1만원권을 1천원에 살 수 있도록 만들어 90%의 할인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는 사실 표현을 달리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상대적으로 더한 것이다. 실제로는 이렇다.
- A : 1인 입장료 20,000원 → 11,000원으로 할인(45% 할인)
- A : 1인 입장료 20,000원 → 1만원권을 90% 할인하여 1천원에 사십시오.
두 가지 말은 사실 똑같은 말이다. 둘 다 9,000원을 할인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얻는 혜택은 전체 가격에서 45%를 할인받은 것보다 1만원권을 90% 할인받은 것이 더 커 보인다. 그 이유는 할인 폭이 90%인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한 존재다. 따라서 특정한 가격(여기서는 1만원권이 될 것이다)에 대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정책을 적용할 때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전체 가격을 따지기보단 높은 할인율에 끌려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내용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내용이 더 많았으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넛지 전략을 통해 우리는 2시간의 제한시간이 있음에도 더 빠르게 나가게 되고, 원하는 대로 더 먹지 못하게 되고, 빨리 배부르게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눈 앞에 아른거리는 음식들의 유혹에 못 이기기 전에 먼저 한 바퀴 정도 매장을 돌아보는 것이다. 본전을 뽑으려고 하지 말고, 당신이 정말 먹고 싶어하는, 다시 말해 당신의 선호도를 확실히 반영하여 음식을 소비하는 것이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공간 안에서의 최적의 전략이 아닐까?
당신이 이 글을 보면서 레스토랑에 간다면, 혹은 그런 일정이 있다면 생각해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눈 앞의 음식들이 아니라,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을 먼저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페가 아닌 정식 코스를 골라서 먹듯 천천히 먹는 것이다. 그편이 건강에도 좋고 당신의 만족도에도 좋지 않을까?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