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못생긴, 누가 봐도 못생긴 여자가 있었어요.
그녀는 가면을 쓰고 다녀요.
평소에는 가면을 쓰고 다니지만
신분증 사진은 쌩얼이에요.
신분증 사진에는 가면을 쓰면 안된다는 법이 있으니까요.
그녀의 신분증에는 못생긴 사진이 붙어있어요.
그녀의 신분증에는 ‘추녀’라고 적혀있어요.
그녀는 어떤 회사에 입사서류를 내요.
떨어졌어요.
이유를 물었어요.
못생겼기 때문이래요.
그녀는 곧 가족들에게 버림받았어요. 못생겼기 때문이죠.
그녀는 사귀던 연인에게도 버림받았어요. 못생겼기 때문이죠.
어떤 종교단체에서는 못생긴 건 죄악이라고 설교해요.
제 생각에 죄악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종교의 자유가 있고 표현의 자유가 있다잖아요.
한번은 방송국에서 못생긴 여자들을 모아놓고 토크쇼를 했어요.
그런데 그 종교단체에서 방송국에 엄청난 압력을 행사했대요.
결국 방송은 첫회를 방영하고 사라졌어요.
못생긴 여성들이 방송에 나와서 떠들면,
아이들이 못생긴 여성들을 동경해서
못생겨지려고 노력할 거니까 안된대요.
여자는 자기가 지원했던 회사를 고발해요.
그런데 판사도 니가 못생겼으니 그런 대접 받는 건 당연하대요.
신분증 사진 바꾸려면 얼굴 고치고 오래요.
신분증에 미녀라고 쓰려면 얼굴 고치고 오래요.
미녀인지 추녀인지는 신분증명을 위한 중요한 정보니까
함부로 바꿔줄 수가 없대요.
여자가 사는 나라의 미녀 정보 식별체계는 허술해서
쉽게 해킹당해서 외국에 마구 팔려나간다는데
그래도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대요.
여자가 사는 나라는 한국처럼 그렇게 IT 선진국이 아닌가봐요.
한국이었으면 금방 새로운 신분 증명 체계를 만들었을 텐데 말이에요.
아니 그 이전에 미녀인지 추녀인지는 정말 중요한 정보잖아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에도.
은행계좌를 만들 때에도,
월급을 받을 때에도,
계약을 할 때에도,
공항에 갈 때에도,
얼굴하고 상관 없는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갈 때에도,
심지어는 술집에서 술 마실 나이가 되었나 알아볼 때에도,
그녀가 미녀인지 추녀인지는
상대방에게 꼭 밝혀야 하는,
없어서는 안될 정보잖아요.
은행이나 관공서나 병원에 갈 때 그녀는 가면을 벗어야 해요.
추녀의 얼굴을 하고 추녀라고 써있는 신분증을 내밀어야 해요.
은행을 나설 때 행원들의 수근거림이 들리는 듯해요.
그녀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유흥업소에 나가요.
어떤 유흥업소는 특별한 취향의 손님을 위해 못생긴 여성만을 고용하거든요.
돈을 모아요. 악착같이 모아요. 큰 수술을 받았어요. 큰 돈이 들었어요.
그래도 신분증 사진은 예전 모습 그대로네요?
다시 법원에 가요.
신분증 사진을 교체하려면 판사의 허락이 있어야 하잖아요.
판사는 그녀의 얼굴을 감정해요.
그녀가 보통의 얼굴이라는 증언을 주변인들에게 받아오래요.
의사에게도 확인서를 받아오래요.
그녀 본인도 스스로를 미녀로 생각하는지
정신과 의사의 소견서도 필요하대요.
8개월 걸렸어요.
세번째 판사님이 말씀하세요.
“그래 이만하면 봐줄만하구나.”
그런데,
수술 후유증으로 그녀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어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교육을 받지도 못했어요.
얼굴을 고치는 것에 올인을 했기 때문에 가진 돈도 없어요.
행여 자신의 못생긴 과거가 밝혀질까 두렵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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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녀는 태어난 그대로, 생긴 그대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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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쪽은 그녀를 차별한 회사일까요 못생긴 그녀일까요?
그녀의 얼굴이 미학적으로 어떠한지가 판사가 감별할 문제인가요?
수술받기 이전의 그녀가 사회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게, 임시로라도 사진을 교체해주면 안 되었을까요?
미녀라고 고쳐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아니면 미녀인지 추녀인지 표기를 안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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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기든 아니든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의 연인은 왜 그녀를 안아주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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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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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못생긴 채로 살면서 권리를 누리면 안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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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