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 〈킹스맨〉의 등장인물은 특수요원이라는 콘셉트에 알맞게 각기 다른 코드네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요원들은 갤러해드, 멀린, 랜슬롯 등이며, 미국 정보국 요원들은 진저에일, 위스키, 테킬라, 샴페인으로 등장합니다.
어라…? 닉네임이 익숙합니다. 그래서 찾아보고, 정리해봤습니다.
〈킹스맨〉과 아서 왕의 전설
영국 정보국 요원들은 ‘킹스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급 양복과 시계, 우산 같은 세련된 영국 신사 스타일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인물의 코드네임은 갤러해드, 멀린, 랜슬롯. 이들의 공통점은 원탁의 기사로 유명한 ‘아서 왕의 전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입니다.
갤러해드
13명의 원탁의 기사 중 한 명입니다. 걸리어스(Galeas), 갤러스(Galath)로 부르며, 중세 웨일스어로는 그왈하바드(Gwalchavad)라고도 합니다. 다른 이름은 완벽한 기사(The perfect knight).
사실, 아서왕이 결혼 선물로 받은 원탁은 100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둥근 탁자입니다. 자리는 직위에 상관없이 앉을 수 있는데요, 그중 성배를 찾는 임무를 수행하는 13인의 기사들을 위한 지정석이 따로 있습니다. 보통 원탁의 기사라 부르는 사람들은 이들을 지칭하죠.
랜슬롯의 아들이며, 여자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붉은 갑옷에 하얀 망토를 걸쳐서 적기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했죠. 중세시대 붉은색과 하얀색이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었음을 감안하면, 비중이 어떤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겠죠?
성배를 찾은 뒤 시간이 지나 아서왕이 죽자, 뒤를 이어 왕으로서 1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때 갤러해드의 소원대로 하늘에서 그의 조상이 내려와 영혼을 거두어가는데 갤러해드의 승천과 함께 성배와 성창 역시 지상에서 영영 사라졌다고 합니다.
멀린과 랜슬롯
멀린은 아서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전설의 마법사입니다. 원래 이름은 미르딘 입니다만, 프랑스 작가들이 아서 왕의 전설에 손을 대면서 멀린으로 바뀌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미르딘이 똥을 뜻하는 merde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죠.
인간과 몽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며 아서왕의 궁전인 카멜롯, 원탁을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오늘날의 여러 창작물에서는 마법사 캐릭터로 많이 등장합니다. (트랜스포머에도 등장하죠)
랜슬롯은 갤러해드의 아버지이며, 역시 원탁의 기사입니다. 랜슬롯 듀 라크(Lancelot du Lac, 프랑스어 발음으로는 랑슬로 뒤 라크)로 불리며, 호수의 기사라는 별명을 가졌습니다. 엑스칼리버를 든 아서 왕과 거의 대등하게 싸웠다고 전해지며, 원탁의 기사 중 최강의 후보로 항상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아서 왕의 왕비와 바람을 피우죠. 이런 모습은 기독교가 중심이 되었던 중세시대에서, 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몇 세기 후, 선한 이미지에 최강의 기사인 갤러해드가 새롭게 원탁의 기사에 등장하게 됩니다.
스테이츠맨과 아메리칸 위스키
미국 정보원 요원들은 진저에일, 위스키, 테킬라, 샴페인 등으로 등장합니다. 채찍과 올가미를 사용하며 화끈한 카우보이 느낌을 주는데요, 그들의 코드네임은 미국의 인기 주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정보국 이름인 스테이츠맨 역시, 미국 켄터키에 위치한 버번 양조장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1870년대부터 존재했으며, 미국에서 미국식 위스키인 버번을 처음으로 만든 곳입니다.
데낄라(테킬라)
멕시코산 술이며, 스피리츠(증류주) 중 하나로 알코올 농도는 무려 40~52%입니다. 멕시코 서부에 위치한 할리스코주의 테킬라 지역에서 이름을 가져온 것입니다. 선인장의 종류인 용설란 수액을 베이스로 합니다. 칵테일로 유명한 데낄라 선라이즈는 사실 데낄라를 마시고 느끼는 숙취를 가리키는 단어인데, 소주를 마신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위스키
스코틀랜드에서 유래한 증류주로, 양주의 대명사입니다. 값이 비싸고, 향이나 맛이 강해 섞어 마시기보단 그냥 마시는 편이 더 많습니다. 기원전부터 민간에서 보리를 발효시켜 만드는 전통주였습니다. 오늘날은 제조법에 따라 몰트, 그레인, 블렌디드, 싱글 몰트 등으로 분류합니다.
샴페인
프랑스 샴페인(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만을 이용해 만든 스파클링 와인 중의 하나입니다. 매우 한정된 지역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싼 편입니다. 가끔 파티에서 막 흔든 다음 코르크를 따면 마개가 날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고급 샴페인은 그 정도 탄산이 들어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우리나라의 절반 값에 즐길 수 있다고…
진저에일
맥주 같아 보이지만, 음료수에 가깝다고 합니다. 원래 진저비어라고 하는 음료가 존재했지만, 미국의 의사 토머스 캔트렐(Thomas Cantrell)이 제조법을 추가해 진저에일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합니다. 생강과 설탕, 레몬 등을 물과 함께 나무통에 넣어 숙성해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생강 향이 강한 사이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실 듯 합니다.
원문: 용진욱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