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우연히 어머니가 “요즘 영화 뭐 재미있는 거 하노?”라고 물어보셔서 최근 김해 CGV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알아보았다. 최근 유행하는 〈아이 캔 스피크〉를 소개해드리다가 상영 시간표 아주 밑에 자리 잡은 한 영화의 제목에 우연히 눈이 멈췄다. 〈치어 댄스〉라는 일본 영화였다.
우연히도 일본 영화를 찾아내는 내 모습에 웃기도 했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에 무척 흥미가 생겼다. 일본의 한 고등학교의 치어리더 부가 미국 치어리더 대회에서 우승한 실화가 소재였다. ‘이건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요일 아침이 되니 그냥 집에서 해야 할 일이나 하면서 보내고 싶었다.
영화 상영 시간을 30분 정도 앞두고 망설이다가 자전거를 타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최고의 선택이었다! 일본 영화는 국내에서 보통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한 상영관에 나를 제외하면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 덕분에 상영관 한 개를 통째로 빌린 듯한 기분을 맛보면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 짓게 하는 힘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울기도 했다.
〈치어 댄스〉는 소도시 후쿠이의 고등학교에 입학한 주인공 히카리(히로세 스즈 分)가 치어 댄스부 ‘JETS’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히카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꿉친구 코스케(마켄유 分)를 위해서 치어리더가 되려고 했지만 막상 들어간 치어 댄스부의 그림은 히카리가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고문 선생님 카오루코(아마미 유키 分)는 미국을 목표로 하자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낸다. 거기다 가입 조건은 연애 금지. 엄격한 규율은 갓 신입 부원이 된 이들에게 큰 짐이 된다. 하지만 부장 아야노(나카죠 아야미 分)를 필두로 히카리와 모두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 그 노력 덕분에 어느 정도 치어 댄스부의 형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나간 후쿠이현 대회에서 엉망진창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좌절하고 만다. JETS는 첫 대회에 실패한 아픔 속에서 앞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한다. 아야노 부장을 지지해주는 것은 이름처럼 ‘빛(光)’나는 히카리(光). 치어 댄스부는 1년, 또다시 1년을 넘기면서 점점 치어 댄스 강호로 올라선다.
이 과정 하나하나가 무척 인상 깊었다. 영화 〈치어 댄스〉는 성공을 향해 노력하는 일반적인 성공담이 아니라 고등학생이라는 청춘 시절에 겪는 아픔을 보여주고, 그 아픔을 또 웃음으로 옮기면서 거부감 없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 점이 이 영화가 멋진 이유다.
원래 꿈이라는 목표는 처음에는 그저 막연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뭐, 목표가 없으면 재미없으니까 어느 정도 목표를 세워서 노력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에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사람의 마음은 조금씩 더 진지해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상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도달하고 싶은 목표는 저 위에 있는데 지금의 내 수준은 겨우 정상으로 가기 위한 첫 계단에 걸쳤거나 심지어 자격조차 되지 않는다는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우리 삶에서 꿈이라는 목표를 좇는 일은 바로 그런 일이다. 때때로는 자신의 한심함에 울기도 하고, 때때로는 주변의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원래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꿈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영화 〈치어 댄스〉는 좌절 속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10대들의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나치지 않게 절제된 이야기는 최고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치어 댄스부의 모두는 지금의 자신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가슴에 새기면서 화려한 비상을 준비했다. 이 한없이 진지한 준비 과정 도중에 그려낸 작은 웃음 포인트는 단조로움을 잡아주면서 멋진 균형을 갖추었다. 여기서 뭘 더 요구하겠는가?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면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치어 댄스부는 일본 전국 대회 우승을 했고, 마지막 미국 할리우드 무대에서 최고의 피날레를 보여주었다. 영화 〈치어 댄스〉에서는 일부러 치어 댄스부의 댄스를 마지막까지 꼭꼭 숨겨두었다. 덕분에 마지막 장면에서 커다란 환희를 맛볼 수 있었다.
일본 후쿠이현에 위치한 고등학교 치어 댄스부가 실제로 이루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 노력해도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10대 소녀들의 뜨거운 노력과 열정을 보여준 이야기. 판타지 액션과 비교하면 박진감이 떨어질지 몰라도, 이야기는 그 이상이었다.
또한 영화를 보면서 엘리트 위주 체육과 동아리 활동 대신 입시에 모든 것을 거는 한국 고등학교가 떠올랐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전국 대회, 전국을 넘어 세계 대회에 도전하는 이 학교와 비교하면 과연 한국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이보다 더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장차 앞으로 살아가면서 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각자 개인이 내릴 수밖에 없다. 어느 것이 좋다고 가치를 분명히 정하기에 나는 아직 고작 20대에 불과하고, 아직 멀기만 한 꿈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중이니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래도 노력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다.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은 끝이다.
일요일 아침의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본 영화 〈치어 댄스〉는 하루를 무척 즐거운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역시 나는 이런 이야기가 무척 좋다. 초 긍정적으로 살고 싶은 게 아니다. 너무나 부정적인 마음을 응원해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아직도 자신감을 가지지 못한 나를 격려하고 싶다.
여전히 내면에서는 ‘안 돼. 네 주제에 뭘 할 수 있겠어? 거울 좀 봐. 이런 얼굴로는 제대로 된 인간관계조차 힘들다고.’라는 말이 맴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한없이 모자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중심에 있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 〈치어 댄스〉의 히카리와 아야노를 비롯한 모두가 처음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다음 장으로 향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고, 자신의 결점을 마주하면서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단순히 아주 특별한 예에 해당하는, 노오오오력을 말하는 이야기로 치부하기보다 그냥 웃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서 조용히 웃고 울었던 내 모습에는 분명히 지금 객석에 앉은 나 자신을 영화의 주인공에게 비추며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오래전에 본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사람은 마음 하나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어.”라는 말이 있었다. 사람은 그저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크게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일본 영화는 한국에서 일찍 상영관을 내리니 지금은 영화관에서 〈치어 댄스〉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아직 상영하거나 VOD 서비스로 볼 수 있으면 꼭 한 번 직접 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영화는 지금의 내가 잊은 걸 떠올리게 해줄지도 모른다. 이 글은 JETS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한 말로 마치고 싶다.
“밝고 순수하고 아름답게, Let’s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