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하지?
문득 길을 걷다 무엇인가를 사 먹거나, 혹은 뭔가 버려야 할 것이 생길 때 찾는 것은 쓰레기통이다. 사실 우리가 쓰레기통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들고 있는 것이 나에게 더 이상 ‘쓸모없기’ 때문이다.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모이면 보기 좋지 않다. 미관상으로나, 위생상으로나 말이다. 예를 들어 해수욕을 할 때 누군가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마주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부끄러우며 어이가 없는가! 쓰레기통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이다.
사실 쓰레기통의 존재 목적은 앞서 말했듯, 쓰레기가 사람들의 눈이 보이는 곳에 존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 단순히 쓰레기통을 비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넛지 전략을 통해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런 곳에다가 버리는 결과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 행정 당국이나, 디자이너의 숙명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늘 마주쳤지만 사실 잘 몰랐던, 쓰레기통 속에 숨겨진 넛지 전략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쓰레기 버리기: 사회적 동조
당신의 오른손에 음료수가 없는 음료수 캔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쓰레기통을 찾다가 쓰레기가 쌓여 있는 포인트를 당신이 마주했을 때, 당신은 쓰레기통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쓰레기가 모인 곳에 쓰레기를 버릴 것인가?
물론 당신은 쓰레기통을 찾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후자의 경우를 더 선호했다.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가 있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원인은 사회적 동조라는 사회심리학적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적 동조란, 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규범이나 행동 양식, 혹은 사람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여 대다수의 사람이 태도나 행동에 순응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쓰레기가 쌓였다는 것은 다수의 이들이 특정한 상황에 순응했다는 것이며(그것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쓰레기를 본 당신이 할 행동도 마찬가지이다. 이성적인 행동을 명령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우리는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을 하며 쓰레기가 쌓인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동조는 우리의 일상에서 좋은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응용하도록 설계한다.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상황을 보여 주자’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앞서 나왔던 사회적 동조 현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면 된다. 즉, 쓰레기를 쌓는 상황이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는 상황을 자주 목격하게 하거나 쓰레기를 쌓아놓지 않는 상황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이 섣불리 쓰레기를 쓰레기통 밖에 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자, 이러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재를 활용해야 가장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쓰레기통’ 에 있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도록 하도록 만들기 위해, 이로 인해 사회적 동조를 유도하기 위해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전략을 활용한다.
하나는 쓰레기통의 디자인을 바꾸거나, 또 하나는 위치를 절묘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이 두 가지 전략에 대해 심도 깊게 알아보도록 하자.
입구 좁게 만들기: 직접 쓰레기 버리러 가게 하기
쓰레기통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쓰레기를 사람들이 직접 버리도록 하는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쓰레기를 직접 버리는 것이 쓰레기가 쓰레기통에 들어갈 확률이 더 높기 때문.
또한, 사람들은 구멍이나 통 등, 동그란 것을 봤을 때 대개 농구의 한 장면처럼 무엇인가를 던져서 넣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쓰레기가 제자리로 들어갈 확률은 낮아진다.
예를 들어 100m 밖에서 쓰레기통으로 무엇인가를 던져서 들어갈 확률과 1m 앞에서 쓰레기통에 무엇인가를 넣어 들어갈 호가율 중 어느 것이 높은가? 당연히 전자보다 후자일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 쓰레기통의 입구를 줄여 버린다.
쓰레기통 뚜껑: 입구 막아 버리기
쓰레기통의 입구를 막게 되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직접 쓰레기통에 와서 쓰레기를 버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입구를 봉쇄함으로써 사람들의 쓰레기 버리는 행동을 유도한다.
쓰레기통 발판: 입구 막아 버리기 + 위생
하지만 앞선 상황에서 사람들은 잘못하면 쓰레기와 손이 직접 닿을 수 있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앞선 상황에서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며 위생 문제를 보완하여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이 생각보다 비위생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쓰레기통에 발판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필요할 때마다 쓰레기통을 열어, 쓰레기통을 만지지 않고도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고 유도했다.
쓰레기통 입구 좁게 만들기
또한, 쓰레기통이 들어가는 입구를 아주 좁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할 경우 사람들은 쓰레기를 던질 때 들어갈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직접 와서 버리게 된다. 다시 말해 쓰레기를 던져서 들어가게 할 확률을 감소시킴으로써 직접 쓰레기를 버리도록 하는 행동을 유발한다.
위치 조정하기
물론 쓰레기를 직접 버리게 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뿐만 아니라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도록 만들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을 간소화시켜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게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즉, 사회적 동조 현상을 활용하거나 고객 경험 과정을 활용하여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도록 만드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 놓기: 타인 의식하게 하기
쓰레기통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위치한다. 즉 구석 자리가 아닌 대개 중앙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릴 때 타인의 시선을 어느 정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상황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면 실제로 타인들은 자신을 신경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은 사람들이 나를 의식한다고 인식하게 되어 쓰레기를 제대로 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판기 옆에 쓰레기통 놓기: 버리는 시간 줄이기
그뿐만 아니라 쓰레기통은 자판기 등 쓰레기가 발생하는 곳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을 간소화하여 쓰레기를 다른 곳에 버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 중 하나는 쓰레기를 가지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이다. 누구나 쓰레기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 쓰레기를 가지고 있는 시간, 즉 버리기 전까지의 시간을 줄인다면 사람들은 쓰레기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처리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따라서 자판기나 편의점 등, 우리 일상의 다양한 곳에서는 쓰레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위치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긍정적인 넛지도 존재한다
쓰레기통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세상에는 긍정적인 행동을 유발하기 위한 넛지 전략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쓰레기통뿐만 아니라, 사회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적절하게 넛지를 구사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쓰레기통은 이러한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건, 교묘한 전략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이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넛지 전략을 찾아 이 세상 어딘가에 적용한다면 분명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쓰레기통 하나에도 이렇게 수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밤이다.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