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 대리입니다. 현재 인터뷰 진행 중인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가 직원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Answer
굉장히 좋은 질문입니다. ‘종신고용’ ‘평생직장’은 이제 모두 옛말이 되었죠. 그런 회사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직원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그런 회사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직원을 ‘인격체’가 아닌 ‘부품’ 또는 ‘도구’ 취급하는 회사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대부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철저히 숨기죠. 그런 줄 모르고 입사했다가는 된통 당하기 십상입니다. 지금도 그런 회사에 다니면서 마음고생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관건은 이러한 회사를 입사하기 전에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거죠. 다녀보기 전에는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지만 정말 나쁜 회사의 경우에는 입사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직원을 부품으로 여기는 ‘나쁜 회사 판별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단 기준에 해당된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회사라는 얘기는 아니고 ‘의심해볼 만하다’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직원을 ‘인격체’가 아닌 ‘부품’ 취급하는 회사만은 제발 피하십시오. 아니, 이런 회사는 적극 알려서 변화시켜야 합니다. 만약 변화를 거부한다면… 우리도 거부해야죠.
1.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채용 담당자가 “돈이 뭐가 중요해요. 돈보다는 사람을 더 우선합니다”라고 얘기한다면 의심해볼 만합니다. ‘회사가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조건 거짓말입니다. 그럼 왜 월급 안 올려줍니까? 중요하지도 않은 돈 필요한 직원에게 더 주면 되잖아요? 말도 안 되는 얘기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회사는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밝히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 인사팀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우리 회사는 돈보다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 회사는 연봉이 높지 않으니 돈을 따지지 말고 열심히 일해라‘라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이를 조금 더 확장해보면 이렇게도 해석이 됩니다.
- 승진해도 연봉 상승 폭이 크지는 않다
- 야근하더라도 야근 수당이나 야근 식대를 기대하지 말아라
- 회사 일로 돈을 쓸 때 회삿돈인지 아닌지 따지지 말고 필요하다면 개인 돈이라도 갖다 써라
만약 직원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회사라면 아마 이렇게 얘기하겠죠.
“평균 연봉이 높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성과 내는 분들께는 그에 상당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합니다.”
- 결론: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회사는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밝히는 회사’고 ‘돈 때문에 직원을 헌신짝 취급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2. 사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
사규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까다로운 회사가 있습니다. 모 기업은 과장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과장 연봉의 20배가 넘는 신규 매출을 창출해야 합니다. 얼핏 보면 거의 불가능해 보이죠. 실제로 부사장이 특별히 실적을 몰아주기 전에는 대리 혼자 힘으로 이러한 승진 요건을 만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예외는 있죠. 만약 회장님께서 ‘특정 후보자는 기업에 꼭 필요한 핵심인재’라고 판단하실 경우 실적과 관계없이 특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기업은 승진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회사 출입 카드를 안 갖고 올 경우 매일 수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든지, 법인카드를 단돈 1만 원이라도 원칙에 어긋나게 사용할 경우 감봉되거나 최악의 경우 퇴사 처리된다든지. 여기에도 역시 예외는 있습니다. 한 마디로 누구는 처벌되고 누구는 처벌되지 않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사규를 갖고 있다면 뭔가 다른 ‘깊은 뜻’이 있지 않을까 한번 의심해볼 만합니다. 이런 회사는 실제로 모든 권력이 회장님 한 명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엄격한 사규를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지만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회장님께서는 면죄부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인사권, 평가권, 예산권을 비롯한 모든 주요 권한은 물론, 직원들의 생살여탈권까지도 회장님께 집중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때로는 회장님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분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기도 하죠. 이런 회사는 ‘회장님의 입맛’에 따라 직원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습니다.
- 결론: 사규가 지나치게 엄격한 회사는 ‘모든 직원을 죄인으로 만든 뒤 회장님에게 사면권을 부여한 꼴’이기 때문에 ‘회장님의 입맛’에 따라 직원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
3. 예외 없이 전 직원의 10%에게 C 평가를 준다
인사고과를 상대평가로 하고 하위 10%에게 C를 주는 회사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회사들이 모두 직원을 부품으로 여기지는 않죠. 회사의 직원관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여기서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 전 직원의 10%에게 C를 줄 때 예외조항이 있나요?
- C 평가를 받으면 어떤 페널티가 있나요?
- 평가 항목은 무엇인가요?
만약 예외 없이 전 직원의 10%에게 무조건 C 평가를 준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합니다. 영업직처럼 실적을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직종에 대해서 하위 10%를 걸러서 C를 주는 회사는 많습니다. 하지만 스텝 부서처럼 실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도 무조건 10%를 걸러서 C를 주는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더 중요하게 확인해 봐야 할 것은 ‘C 평가 대상자들이 어떤 페널티를 받는가’입니다.
가령 ‘C를 받을 경우 당해 연봉이 동결된다’는 정도에 그치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C를 받을 경우 연봉 10% 이상 삭감, 추가적으로 향후 2년 동안 승진 기회가 없다’처럼 매우 심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런 회사에서 C 평가는 곧 ‘퇴사 권유’를 의미합니다. “퇴사하세요”라고 말만 하지 않을 뿐 퇴사를 종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습니다.
‘매년 하위 10%의 저성과자를 솎아내서 퇴사시킨다’는 인사정책을 가진 회사가 우리나라에 실제로 있습니다. 임원뿐 아니라 전 직원에 대해서요. 심지어 사원까지요. 제가 아는 모 그룹은 최고경영자께서 매년 하위 10%의 저성과자를 정리 해고시킨다는 잭 웰치 전 GE 회장의 경영방식에 대해서 무슨 책에서 읽으신 뒤 큰 감명을 받았다며 비슷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매년 10%를 걸러내는 인사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전제 조건 하나가 필요합니다. ‘평가체계가 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평가 항목이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평가 항목이 모호하다면? 즉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그럼 ‘평가하는 사람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매년 10%의 직원을 저성과자로 만들어 퇴사를 유도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 결론: 전 직원의 10%에게 C 평가를 주고, 페널티가 가혹하고, 평가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회사는 평가하는 사람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매년 10%의 직원을 저성과자로 만들어 퇴사를 유도하는 회사다.
4. “구조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어떤 회사라도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백척간두’에 서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데도 구조조정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일찌감치 망했겠죠. 그런데 만약 “우리 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면? 이 역시 무조건 거짓말입니다.
어떤 회사는 “우리 회사에 구조조정은 없다”면서도 “단, 필요에 따라 직원 재배치는 한다”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재배치할 때는 직원 본인의 의사와는 정반대로 ‘가장 힘들어할 만한 곳’에 재배치를 하죠. 그리고 이렇게 재배치를 당한 직원 중에서 상당수는 1년 이내에 퇴사합니다.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회사가 더 무서운 회사입니다. ‘구조조정은 없지만 직원 재배치는 한다’는 얘기는 ‘구조조정을 거리낌 없이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습니다. 아무래도 구조조정을 직원 재배치라고 표현하면 구조조정을 하시는 분들이 죄의식을 덜 갖지 않을까요?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모 회사에서는 사장님께서 이런 역할을 도맡아 하십니다. 재미있는 점은 절대로 일을 명확하게 지시하지 않으세요. 굉장히 두리뭉실하게, 하지만 바보 천치라도 알아듣게끔 말씀하시죠. 가령 “사업부를 해체하고 해당 인원을 구조조정해라”라고 하는 대신 “기준을 세워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부를 선정해라”라고 하십니다. 그런 뒤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선정 기준을 바꾸라고 지시하죠.
- 결론: “구조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회사는 오히려 ‘구조조정을 거리낌 없이 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5. 임원을 웬만하면 자르지 않는다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한번 임원’은 ‘계속 임원’인 회사도 있습니다. 중견기업 중에 이런 회사들이 좀 있는데요. 물론 회사가 재무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 임원 중에도 퇴임하시는 분이 있겠죠.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한번 임원이 되면 웬만해서는 잘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임원 사이에 강력한 카르텔이 형성되어 웬만한 잘못이나 비리는 서로 감싸주고 덮어줌으로써 공존 공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원은 회사 실적에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실적을 못 내도 자리를 보존한다?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죠. 어찌어찌해서 그러한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면… 임원한테는 좋을지 몰라도 일반 직원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모 회사는 임원을 잘 자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무능한 임원이 부서장을 맡고 있으니까 잘못된 판단을 할 때가 많고요. 이상한 지시를 내려서 직원들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자리가 나야 승진을 하는데 같은 사람이 계속 그 자리를 차지하니 회사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전에는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임원이 책임져야 할 일을 직원이 대신 책임지게 된다’는 것이죠. 가령 큰 사고가 터졌어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임원이 책임을 져야죠. 하지만 임원이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누군가 그 책임을 대신 떠안죠. 보통 결정권은 없고 실행권만 있는 불쌍한 차·부장급에서 희생양이 나오죠.
또 부서 실적이 바닥을 쳐서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임원이 집에 안 가시면 그 대신 수많은 사원·대리급들이 대신 가야죠.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결정은 임원이 했는데 무고한 사원·대리급이 이상한 부서로 발령이 나죠.
그렇다고 모든 임원이 다 안전하냐? 그건 아니죠. 이런 현상은 보통 공채 출신 임원들에게만 해당되고 경력직 임원분들께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아니, 경력직 임원분들은 오히려 근속 연수가 다른 회사들보다 더 짧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웬만해서는 임원을 자르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믿고 경력직 임원으로 입사했다간 나중에 큰코다칩니다.
- 결론: ‘한번 임원’은 ‘계속 임원’인 회사는 임원들 사이에 강력한 카르텔이 형성돼 있어서 임원이 책임져야 할 일을 일반 직원들이 대신 책임지게 된다.
6. 회사를 가족이라고 주장한다
회사가 어떻게 가족입니까? 정말 회사에서 나를 가족처럼 대해 줍디까? 그런 회사 있어요? “회사는 가족입니다”라는 말은 정말 잘 해석해야 합니다. 이 말은 ‘우리 회사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잘 대해준다’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 회사는 직원들에게 마치 가족에 헌신하는 것처럼 회사에도 무조건적으로 희생할 것을 요구한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전에 IMF 사태 이전에는 회사를 가족으로 표현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전에는 ‘종신고용제’라는 말도 있었고, ‘사택’이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 없죠. 이처럼 회사가 가족이 아님에도 “회사가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회사는 문제가 많은 회사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회사입니다. 가능하다면 성과와 보상,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회사에서 일하십시오.
- 결론: “회사가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회사는 직원들에게 ‘마치 가족에 헌신하는 것처럼 회사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으로 희생할 것’을 요구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7. 기업문화가 지나치게 강하고 독선적이다
이 말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기업문화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도 됩니다. 실제로 기업문화가 매우 강한 기업에서는 기업문화랑 맞지 않는 직원은 ‘부적응자’가 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독선적이기까지 하다면…
모 그룹은 기업문화가 독특하고 강하고 독선적이기로 유명합니다. 그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급성장한 측면도 있지만 최근 일부 언론의 타깃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그룹의 신입사원 연수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입니다. 교육팀장님이 독특한 기업문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더니 “우리 기업문화랑 맞지 않는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나가도 좋다”고 얘기한 겁니다. 입사 전에는 아무도 그렇게 자세하게 얘기해주지 않았죠.
이 그룹은 지금도 대외적으로는 그러한 기업문화를 부인합니다. 신입사원이 받았을 충격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시나요? 기업문화가 지나치게 강하고 독선적인 기업은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 기업문화랑 맞지 않다고 판단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은 필요해도 계속 같이 갈 수는 없는 사람’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기업문화랑 잘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늦지 않은 시점에 거취를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힘들어도 기업문화에 본인을 맞추시든가요.
- 결론: ‘기업문화가 지나치게 강하고 독선적인 회사’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고, 기업문화랑 맞지 않는 직원을 ‘지금 당장은 필요해도 계속 같이 갈 수는 없는 사람’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다.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