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대기업 대리입니다. 저희 회사는 직원들이 전체적으로 일할 의지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려고 하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려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다들 마인드가 왜 그런지. 저는 일만 맡겨 주시면 열심히 할 자신이 있는데 팀장님께서는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으세요. 사실 팀장님보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데요.
Answer
일을 굉장히 잘 하시는 분인가 봐요. 의욕도 매우 높으시고. 그런 분이라면 다른 팀원이나 타부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죠.
사실 직장인이라면 이런 생각을 언젠가는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싶네요. 누구나 한 번쯤은 직장생활에서 피크치를 찍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이런 생각을 많이 하죠. 심한 경우 팀장님이 무능해 보이기까지 하고. ‘내가 이런 분들이랑 같이 일하다가 함께 바보 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런 생각보다는 ‘이러다가 내가 한직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야?’라는 걱정을 더 많이 하죠. 심한 경우 언제 짤릴지 모르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구요. 반면 ‘왜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일을 못 하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시는 분이라면… 진짜 훌륭한 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분이 이런 생각을 혼자만 하고 계시면 모르겠는데, 그 생각을 남들과 나누거나 너무 대놓고 티를 내신다면 그때는 얘기가 좀 다르죠. 이런 분들을 흔히 부르는 표현이 있습니다. 고딩 때 ‘범생이’라는 말처럼 약간은 비하하는 뉘앙스가 풍기는 말입니다만. 그것은 다름 아닌 ‘똘똘이 스머프’죠.
그런데 이거 아세요? ‘똘똘이 스머프’로 보이면 좋을 게 별로 없답니다. 왜 그런지 설명드리죠.
똘똘이 스머프들의 특징
1. 무엇이든 잘하려고 하고, 때로는 완벽을 추구한다
이런 분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든 잘 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때로는 완벽주의자처럼 약간의 오류도 용납하지 못하죠. 그것을 마치 자랑거리인 양 티를 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2. 너무 똑 부러지게 말한다
말씀을 하실 때에는 정말 야무지게 똑 부러지게 잘하죠. 똑순이가 달리 똑순이가 아닙니다. 사실 스머프 보시면 아시겠지만 똘똘이 스머프가 말은 참 잘하죠. 똘똘하게.
3. 아는 체를 많이 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이 있죠. “아, 그건 말이지~”, “그거 아세요? ~”, “아, 그건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똘똘이 스머프들은 자기가 아는 내용이 나오면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꼭 아는 체를 하죠. 남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얘기를 하면 이를 잊지 않고 꼭 지적합니다. 때로는 쫑크를 줄 때도 있죠. 가끔가다 모르거나 긴가민가한 내용이 나오면 재빨리 구글링을 한 뒤 마치 자기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듯 자기 말투로 바꿔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4. 남들 앞에서 ‘쇼 오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자기가 일을 잘하고 말도 똑 부러지게 잘하고 아는 것도 많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쇼 오프’ (show off)하기를 좋아합니다. 쇼 오프라는 표현에는 ‘드러내다’, ‘과시하다’, ‘자랑하다’, ‘잘난 체하다’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죠. (아, 저도 지금 영어 좀 안다고 ‘쇼 오프’ 했나요?)
5. 남들의 허점을 지적하는 것을 좋아한다
똘똘이 스머프들은 발표를 듣고 나서 질의응답 시간에 ‘자신이 모르는 것’을 질문하지 않고 ‘발표 내용의 허점을 지적’합니다. 가령 이런 식이죠.
- “아까 발표에서 A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와는 달리 B라는 주장도 최근 모 연구 결과 제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말씀하신 것처럼 실행할 경우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은 있으신가요?”
- “말씀하신 내용도 일리가 있지만 항상 맞는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아까 말씀하신 제안에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닌가요?”
사실 이러한 질문은 ‘답변을 기대하고 한 것’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지식을 쇼 오프 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질문들이죠. 자신의 해박한 지식에 상대방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기대했을 수도 있구요. 또한 똘똘이 스머프들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너무 싫어합니다. 그래서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질문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질문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나는 그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고, 네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이런 점까지 알고 있어.’
그리고 진짜 모르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답을 얻으면 이렇게 얘기하죠.
“그렇죠? 내가 생각했던 게 맞네.”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6. 남들 비판하는 것을 좋아한다
똘똘이 스머프들은 굉장히 비판적입니다. 누구는 이렇다, 또 누구는 저렇다는 얘기를 많이 하죠. 누구는 이래서 이게 문제다, 또 누구는 저래서 저게 문제다는 등.
7. 본인이 공격을 받으면 매우 방어적으로 나온다
반면 본인의 주장을 누가 공격하면 매우 불쾌해하며 방어적으로 나옵니다. 얼굴을 붉히면서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죠. 자신이 항상 옳을 수는 없는데, 이거 겁나서 어디 비판하겠나.
문제는 이러한 똘똘이 스머프들에 대해서 남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거죠. 회사 동료들이 똘똘이 스머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똘똘이 스머프들에 대한 회사 동료들의 견해
1. 팀원들은 ‘부담스럽다’, 심한 경우 ‘재수 없다’라고까지 생각함
유식하고 많이 알면 팀원들이 좋아할까요? 정말 꼬인 데 없고 활짝 열린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조차도 똘똘이 스머프에 대해서는 “좀 그렇다”라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담스럽다”라고 할 것 같고, 심한 경우에는 “재수 없다”라고까지 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팀장님이랑 회의를 해요. 팀장님이 제게 질문을 하셨어요. 저는 버벅대고 있어요. 그런데 제 옆에 있던 얌생이가 아는 체하며 답을 쏙 얘기해버려요. 그러고 나서 저를 막 가르치려고 해요. 아주 잘난 체하면서요. 이런 사람이 같은 팀에 있으면… 부담스럽죠.
2. 팀장은 불편해함
동료들이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둘째 문제예요. 더 큰 문제는 일을 시켜야 하는 팀장이 똘똘이 스머프를 불편해한다는 거예요. 일은 똑 부러지게 잘 하니까 그럴 때에는 예뻐 죽겠죠. 그런데 가끔씩 팀장의 지시에서 허점을 발견해요. 그리고 그걸 막 지적해요. 쇼 오프 하면서.
팀장들은 대개 편하게 생각하는 직원들에게 일을 줍니다. 아무래도 불편해하는 직원들에게는 일을 주기가 불편하겠죠.
그래서 팀원 입장에서는 팀장이 편하게 여겨야 좋습니다. 그래야 일을 더 많이 받고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더 나아가 팀장이 편하게 여겨야 속 깊은 얘기까지도 나눌 수 있습니다.
3. 타부서 사람들은 “버릇없다”고 얘기함
팀 내 평판도 중요하지만 타부서 평판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그래도 팀장과 팀원들은 똘똘이 스머프의 진가를 알기 때문에 약간 재수 없고 불편해도 참을 수 있지만, 타부서 사람들은 그렇지 않죠.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는 다른 팀 직원이 와서 막 아는 체하고 잘난 체 하면 “쟤, 뭐야?” 하죠.
똘똘이 스머프들은 타부서 팀장들로부터 ‘버릇없다’는 얘기를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평판이 소문나면 타부서로부터 협조를 받기가 어려워지죠.
4. 잘 되면 시기 받고 잘못되면 “쌤통” 소리 들음
그런데 똘똘이 스머프라고 항상 일을 잘하란 법은 없습니다. 아니, 일을 잘 못 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타부서에서 협조를 잘 안 해주니까요. 어쨌든 똘똘이 스머프의 경우 잘 되면 시기 받기 십상입니다. 반면 잘못되면 ‘쌤통’에서 ‘완전 허당’에서 더 나아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느니 “잘난 체는 더럽게 많이 하더니 일은 더럽게 못 하네” 소리를 들을 수 있죠.
한 마디로 ‘똘똘이 스머프’라는 말은 들어서 좋을 게 별로 없습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약간 어리숙해 보이는 게 더 좋습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그런데 제가 똘똘이 스머프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요?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사실 저도 10년 전에는 똘똘이 스머프였습니다. 지금은 그런 느낌이 많이 줄었는데 10년 전에만 해도 제가 참 똘똘해 보였죠. 참 똘똘하게 얘기했구요. 참 똘똘하게 남들 비판도 많이 했구요. … 반성합니다.
한 5년 전까지도 상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부장의 가장 큰 장점은 ‘너무 똑똑하다’는 거야.
오부장의 가장 큰 단점도 ‘너무 똑똑하다’는 거야.
당시 저는 이 말을 듣고 매우 좋아했습니다. 왜? 똑똑하다는 얘기니까. 내 똑똑함을 누가 알아줬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너 똑똑한 건 알겠는데 티 내지 마’라는 얘기였죠. 그때 새겨들을걸. 그때는 왜 그렇게 겸손할 줄 몰랐을까요.
지금은… 그러한 똘똘이 스머프들이 가끔 눈에 띄네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과거 제 생각이 나서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안 해줍니다. 해줘 봤자 못 알아듣겠죠. 방어적으로 반응하면서 되레 저를 공격할 수도 있구요. 그분들도 언젠가 저처럼 깨우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좀 오래 걸리겠네요.
Key Takeaways
- ‘왜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일을 못 하지?’라는 생각을 대놓고 티를 내는 분이라면 ‘똘똘이 스머프’일 가능성이 높다.
- 똘똘이 스머프들에 대해서 팀원들은 부담스러워 하고, 팀장은 불편해하고, 타부서 사람들이 버릇없다고 얘기한다. 또한 똘똘이 스머프들은 잘 되면 시기 받고 잘못되면 “쌤통” 소리 듣는다.
- 한 마디로 똘똘이 스머프라는 말은 들어서 좋을 게 별로 없다. 아무리 똑똑해도 약간 어리숙해 보이는 게 더 좋다.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