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정원 심리전단은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한 영화배우 문성근 씨와 김여진 씨를 공격하기 위해 합성 이미지를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육체관계’라는 이미지는 극우단체 커뮤니티를 돌았고, 게시판에는 이들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루머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공격은 단순히 인터넷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문 씨가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출연했던 드라마와 연루된 모든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15일 방송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문 씨는 ‘8년 전부터 방송 출연이 안 된다는 걸 알았다’라며 ‘소득 신고를 못 한 해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OCN 드라마 〈처용〉의 출연을 계약하고 총 10회분 중 4회까지 촬영했지만 통편집됐고, 문 씨 분량을 뺄 수 없다고 버티던 연출자도 잘렸다고 말했습니다.
어버이연합 ‘문성근은 북에서 기쁨조 하라’
문성근 씨를 향한 공격은 국정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11년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을 이끌던 문 씨가 1인 시위를 할 때마다 어김없이 ‘어버이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의 극우단체가 출동했습니다. “김정일이 그리도 좋으면 북괴로 가서 기쁨조 활동을 하면 문익환(문 씨의 부친)에 이어 자신까지 영웅 칭호를 받지 않겠냐”며 조롱과 함께 ‘빨갱이’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문성근이 백만 민란 퍼포먼스에서 죽창과 횃불을 든 것은 유혈 폭동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하려는 술책”이라며 “명백한 내란 목적 선동 혐의로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극우단체 ‘라이트코리아’ ‘녹색전국연합’은 문성근 씨를 내란 예비·음모·선동·선전 및 국가보안법·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문성근 ‘단 한 번도 대종상 후보가 된 적이 없다’
문성근 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원래는 1991년 영화배우 강수연 씨와 출연한 〈경마장 가는 길〉로 이름을 알린 후 〈너에게 나를 보낸다〉 〈초록물고기〉 〈꽃잎〉 〈오! 수정〉 등의 영화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입니다.
그는 1986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시작으로 제1회 춘사대상영화제 신인연기상, 제3회 춘사대상영화제 남우주연상,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3번이나 수상했을 정도로 연기력이 뛰어나지만 대종상 영화제는 단 한 번도 후보가 된 적이 없습니다.
매년 대종상 영화제가 공정성 시비로 잡음이 나고 있다지만 50년이 넘은 대한민국 대표 영화제에서 문성근 씨가 후보조차 오르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일파, 경찰, 판사 등 악역 전문 배우
정치와 사회 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는 문성근 씨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에서는 자신의 정치 성향과 전혀 다른 악역을 도맡았습니다. 〈한반도〉에서는 친일파 총리 역, 〈남영동 1985〉에서는 고문과 조작 수사에 관여하는 경찰 수뇌부 역으로 나왔습니다. 〈부러진 화살〉에서는 판사로 출연했고 〈실종〉에서는 패륜적 살인범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조작〉에서는 보수언론사 대한일보 상무로 출연합니다.
“2002년 노무현 참여정부 때는 역차별로 힘들었어요. 뭘 좀 하려면 조선일보가 권력을 이용한다고 공격하니까 사실과 달라도 일일이 변명하느니 아예 신문에 나오지 않게 (내가) 없어져야겠다 싶었어요.”
지난 보수정권 9년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렸을까요? 상상조차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문성근이라는 배우가 배역을 맡지 못하거나 출연할 수 없는 것이 연기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외부 권력의 눈치 때문이라면 이는 사라져야 할 적폐로 봐야 합니다.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정치 활동이나 발언을 한다고 정치 권력이 그를 매도하거나 공격하는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입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