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사이에서 정말 유명한 플리마켓이 있습니다. ‘띵굴마님’이라는 파워블로거 이혜선 님이 운영하는 ‘띵굴시장’이 바로 그곳입니다. 2015년 9월에 25명의 셀러와 함께 시작했던 작은 플리마켓이지만 2년 사이 총 11번의 띵굴시장이 소비자를 만났고, 작년 9월 일산 벨라시타 지하와 지상에서 동시에 진행한 11번째 띵굴시장에서는 총 198명 셀러가 참여하는 대형 플리마켓으로 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생활 잡화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음식, 패션 카테고리까지 갖추며 대한민국 대표 마켓 편집샵이자 생활 잡화 시장으로 진화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온라인 띵굴시장도 오픈했으며, 9월의 2번째 온라인 띵굴시장에도 135명 셀러가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즐겁게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이런 취지로 시작한 띵굴시장은 어떻게 2년 만에 작은 플리마켓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를 갖추게 되었는지, 어떻게 셀러들에게는 꼭 “참여하고” 싶은 마켓이 되고 소비자에게는 꼭 “가보고” 싶은 마켓이 되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살림의 여왕’이 선택한 브랜드는 어떨까?
띵굴시장의 중심에는 운영자 ‘띵굴마님’이 있습니다. 12년간의 니트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살림과 관련된 블로그 ‘그곳에 그 집’을 시작한 띵굴마님은 주부 사이에서 ‘프로 살림러’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블로그 방문자 수는 점차 늘어나고 살림 관련 강연도 했으며 책을 출간하는 등 일명 ‘블로그 스타’로 등극한 현재 블로그 전체 방문자는 무려 2,500만 명이 넘고 구독자만 해도 12만 명이 넘습니다. ‘블로그 스타 of 블로그 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직접 선택해서 사용하고 맘에 들어 하는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선보이는 마켓을 마련한다니, 그곳은 주부들 사이에서는 ‘믿고 가는 마켓’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맘에 드는 상품을 구경만 할 수 있을 뿐 바로 구매를 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주부가 댓글을 통해 어떤 제품이지, 어떻게 구매하는지 물어보는 문의가 쇄도했죠.
띵굴마님은 이렇게 반응이 좋은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프라인상에서는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최종적으로 구매까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니즈를 일찍이 알아채고 2015년 9월 ‘띵굴시장: 푸른 볕 드는 가게 길’이라는 플리마켓을 처음으로 오픈하게 됩니다.
띵굴시장 브랜드 홍보 영상. 띵굴시장의 브랜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출처: 띵굴시장 페이스북
많은 파워 블로거가 협찬 광고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신뢰를 잃어버린 경우와 정반대의 행보입니다. 띵굴마님 정도의 Top 파워블로거라면 분명 협찬 광고도 상당히 들어왔을 테고, 방문자 수 역시 상위권이기에 분명 광고비도 매우 높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시적인 수익보다 블로그를 방문해주는 사람들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시 생각했습니다.
협찬 광고로 인해 잠깐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고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협찬 광고로 떠올랐던 블로거들은 지금 대부분 신뢰를 잃어 사라졌지만 띵굴마님은 아직도 승승장구하는 소수의 1세대 파워블로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의미가 결국 브랜드를 만들다
마켓을 오픈하기 전 온라인을 통해서 홍보를 진행한다는 점은 띵굴시장도 다른 플리마켓과도 똑같습니다. 최근에는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플리마켓을 홍보하죠.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참여하는 셀러의 이야기와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철학’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플리마켓은 플리마켓 자체를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속에 참여하는 셀러 각각의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셀러명 정도만 알고 갈 수 있지 어떤 철학을 가진 셀러인지 미리 알고 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띵굴시장은 띵굴시장 그 자체보다 참여하는 셀러들의 ‘브랜드 스토리’ 전달을 가장 우선으로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여하는 각 셀러들의 이야기가 담긴 포스팅을 마켓 오픈 전에 전달합니다. 단순한 포스팅이 아닙니다. 참여하는 셀러의 제품 사진뿐 아니라 제품 영상까지 컬래버레이션 개념으로 업로드합니다. 수십 개의 포스팅은 참여하는 셀러가 어떤 의미에서, 어떤 철학에서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알려줍니다. 참여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렇게 고마운 홍보 방식이 없습니다.
또한 띵굴시장이 마켓을 오픈하는 ‘갑’, 셀러들이 그 밑의 ‘을’로 들어온 개념이 아니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셀러 홍보 영상을 보면 모두 ‘띵굴시장 X ○○○’ 식으로 표기합니다. 띵굴시장과 브랜드가 갑을 관계가 아닌 함께 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의미 있는 점은 ‘기부 마켓’이라는 점입니다. 띵굴시장은 처음부터 셀러 모두가 동참하여 수익금 일부를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했습니다. 수익이 온전히 셀러와 띵굴마님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함께’를 선택했습니다. 11번째 띵굴시장 이후 누적 기부금만 2억 원에 달합니다. 매회 1,000만 원 이상을 기부한 셈이죠.
셀러들은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지출 금액 일부가 기부된다는 사실에 선뜻 지갑을 엽니다. 이렇게 띵굴시장이 강조하는 다양한 의미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를 움직이며 독보적인 플리마켓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스타에서 가장 핫한 살림러들을 한 번에 만나다
띵굴시장의 인기는 인스타그램의 인기와 정비례하게 올라갔습니다. 과거에는 살림 관련 제품, 브랜드 정보를 블로그를 통해서 소비했다면 이제는 많은 주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정보를 얻습니다. 맘에 드는 브랜드를 팔로우하고 이미지와 제품 정보를 볼 수 있죠. 다른 주부들이 얻는 살림 정보를 나도 얻고, 나만 아는 살림 정보를 찾는 재미도 즐길 수 있습니다.
띵굴시장은 이런 주부들의 변화를 감지해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살림러’들을 띵굴시장으로 모았습니다. 내가 팔로우한 살림러들의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자 내가 모르는 살림러까지 발견할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띵굴시장은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핫했던 인스타그램 살림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되었습니다.
띵굴시장은 온라인 홍보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합니다. 참여 셀러의 브랜드를 모두 ‘띵굴시장’ 계정을 통해 알리고 소개 글에 그들의 인스타그램 링크도 함께 추가하면서 띵굴시장 인스타그램만 들어오면 수백 가지의 살림 브랜드 및 제품 계정을 파도타기 식으로 들어가서 볼 수 있습니다. 띵굴시장 인스타그램 계정은 그야말로 인스타 살림러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포털 같은 곳입니다.
마치며
띵굴시장을 보면서 가장 주목했던 것은 ‘진정성’ 이었습니다. 1세대 블로거들이 협찬 광고로 인해 잠깐의 큰 수익을 거둔 대신 모두 사라져버린 지금, 띵굴마님 이혜선 님은 “주부들에게 정말 좋은 브랜드를 알려주고 싶다”는 진정성을 가진 채 블로그, 오프라인 플리마켓, 온라인 플리마켓 등을 진행하며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또한 참여 브랜드가 더 돋보이길 바라는 마음에 매번 참여하는 셀러들의 브랜드 스토리 전달에 집중하고, 수익금을 기부하며 궁극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았고 뚜렷한 매출이나 이익을 거두지 않는 브랜드지만 세상에 이런 브랜드가 더 많아졌음에 하는 마음에 띵굴시장 측의 어떠한 부탁이나 청탁 없이 자발적으로 포스팅합니다.
꼭 성공을 거뒀다고, 높은 매출을 달성했다고, 이익이 월등하다고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수백 년을 버틴 브랜드를 보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을 때만 소비자들이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갓 시작한 브랜드거나 소규모 비즈니스일지라도 의미 있는 브랜드들의 케이스는 앞으로도 계속 다룰 예정입니다.
원문: 생각노트
참고
- 「띵굴시장에 가면」, 여성중앙
- 「“살림의 여왕이 선보이는 제품 보자” 띵굴시장 몰려든 주부들」, 영남일보
- 「‘살림의 여왕’ 파워블로거 띵굴마님 이혜선 씨」,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