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우화 덕분인지 보통 개미는 부지런한 곤충의 대표 주자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베짱이가 위험을 감수하고 노래를 부르는 건 짝짓기 때문이지 게으르기 때문이 아닌 것처럼 오히려 집단으로 살아가는 개미 역시 모든 개체가 부지런히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미굴에는 일하지 않는 개미가 넘칩니다. 과학자들은 왜 이렇게 게으른 개미들이 넘치는지 연구해왔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해석은 식량을 아끼기 위해 당장 일하지 않는 개미들은 휴식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외적의 침입이나 재난 상황에서 많은 개체를 잃어도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여분의 개미를 대기시킨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최근 다니엘 차보네우(Daniel Charbonneau)와 그 동료들이 이끄는 연구팀은 인공 개미굴에서 게으른 개미의 미스터리를 연구했습니다. 개미가 게으름을 피운다는 점 자체는 놀랍지 않을지 모르지만, 어떤 개미가 일하고 어떤 개미가 쉴지 결정한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개미굴에는 수많은 개미가 있고 이들에게는 제한적인 정보 교환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개미가 일하지 않는다면 군집은 붕괴할 것이고 모든 개미가 일한다면 식량 공급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한 마리의 개미는 매우 단순한 곤충이지만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를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생물체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투명 케이스 안에 작은 개미 집단을 만들고 각각의 개미를 식별하기 위해 다양한 색상의 점으로 표시한 뒤 이들의 행동을 영상으로 기록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사실 개미는 활동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장 흔한 그룹은 1) 게으른 개미(lazy ant)에 해당하는 비활동성(inactive) 개미로 전체 집단의 40%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2) 딱히 하는 일 없이 개미굴 주변을 돌아다니는 개미가 있습니다. 활동성 개미는 3) 먹이를 찾거나 굴을 보수하는 개미와 4) 애벌레를 키우는 개미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사실 네 그룹 모두 개미 군집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과연 개미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요? 연구팀은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지만 게으르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개미가 일종의 예비군 역할을 한다는 점은 명확히 밝혔습니다. 활동성 개미가 줄어들면 비활동성 개미가 활동성 개미로 전환되지만, 반대로 비활동성 개미가 줄어들어도 활동성 개미가 줄어들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즉 개미 군집에서 일정한 비율로 활동성과 비활동성 개미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활동성 개미가 우선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비활동성 개미의 목적이 손실을 보충할 예비 그룹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연구팀은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몰라도 집단에서 가장 취약한 어린 개체가 일단 예비그룹으로 남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어떻게 교대하고 역할을 분담하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인간 같은 중앙 통제 시스템도 없고 통신 시스템도 없는 개미가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자연의 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Daniel Charbonneau et al. Who needs ‘lazy’ workers? Inactive workers act as a ‘reserve’ labor force replacing active workers, but inactive workers are not replaced when they are removed, PLOS ONE (2017). DOI: 10.1371/journal.pone.0184074
- 「Lazy ants make themselves useful in unexpected ways」, 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