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정우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기 위해 버스를 나눠타고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다가 무산되자 다시 버스를 타고 귀가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영빈관을 나와 분수대 광장으로 걸어 나오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입이 삐쭉 나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이 무산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청와대 분수대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하고도 (차에서 내려서) 인사했던 대통령께서 제1야당 의원들이 참석했음에도 면담은커녕 비서실장 면담도 거부하는 것은 소통이 아닌 ‘쇼(Show)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장 다음날인 6~7일 러시아 순방을 앞두고 있어서 면담이 어렵다고 자유한국당에 알렸다고 합니다.
대통령 면담이 거부당했다고 화를 내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야당을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이나 할까요? 잊었을까 봐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명박 정권, 경찰 차벽으로 원천 봉쇄
2008년 8월 7일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 소속 의원 10여 명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항의 면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3일 전에 맹형규 정무수석과 통화를 했고, 맹 수석은 마중을 나오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나온 사람은 맹형규 정무수석이 아니라 경찰 100여 명이었습니다. 경찰들은 민주당 의원이 탄 버스를 도착하자마자 막았고 20여 분 동안 청와대 진입을 원천 봉쇄했습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과 차벽에 막혀 거리에서 연좌시위를 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권, 청와대 민원실조차 경찰로 막아
2013년 8월 21일 국회 국정원 특위 민주당 정청래 간사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과 국정조사 방해행위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합니다’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공개서한을 전달하기 위한 청와대 민원실조차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경찰들이 아예 민원실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국조특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과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다시 청와대를 방문했지만, 또다시 경찰로부터 저지를 당했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다니는 길을 대한민국 국회의원 세 명과 보좌관 한 명이 못 가느냐’고 물었더니 현장을 지휘하던 경찰 중대장은 ‘위해요소는 차단하게 돼 있다’는 매우 놀라운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공개서한 전달 과정을 “청와대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청와대의 차단벽은 높고도 견고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권, 정무수석 야당 의원 전원 영빈관으로 안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야당 의원’이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는 사뭇 다른 대접을 받았습니다. 전병헌 정무수석이 전원 영빈관으로 안내했기 때문입니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페이스북에 “야당 의원 시절 청와대를 항의 방문할 때마다 문전박대당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라며 “그때와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날씨도 안 좋아 최대한 예우하는 마음으로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을 영빈관으로 모셨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영빈관에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비서실장 면담만을 요구하다가 돌아갔습니다. 내일 러시아 순방 길에 오르는 대통령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대통령과의 소통이나 면담도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꼭 대통령을 만나지 못해도 정무수석과 충분히 대화했다면, 항의 방문 내용이 전달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왔는데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만 하다가 돌아갔습니다. 이에 전병헌 정무수석은 “‘협치’라는 손뼉은 마주치기가 이렇게 힘든 건지 씁쓸한 하루였습니다.”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방문이 안타깝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청와대가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줬다면 상식적인 행동을 했어야 옳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야당을 어떻게 대했는지 다시 한번 기억하길 바랍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