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셋째 주 가장 핫했던 뉴스는 바로 카카오미니 예약판매 소식입니다. 카카오미니는 카카오에서 출시하는 첫 인공지능(AI) 스피커로 카카오가 직접 개발한 AI 플랫폼 ‘카카오 i’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카카오는 2017년 9월 18일 월요일 오전 11시 자사 생산주문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를 통해 정가의 반값인 5만 9,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예약판매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예약판매 패키지에는 인공지능 스피커, 멜론 1년 스트리밍 클럽 이용권, 카카오미니 전용 프렌트 피겨까지 포함됩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사람들은 엄청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이유로는 첫 번째,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카카오’라는 브랜드의 인지도 덕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카카오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카카오의 행보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출발해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맵, 카카오지하철, 카카오버스 등의 모빌리티 서비스와 카카오뮤직,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 등의 콘텐츠 서비스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플러스친구 등의 SNS 서비스와 최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의 금융 서비스까지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생활 곳곳에 연결된 브랜드가 바로 카카오입니다. 이렇듯 친숙한 카카오에서 최근 핫해진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다고 하니 호기심이 제대로 자극되었습니다.
두 번째, 가성비 갑의 가격입니다. 멜론 1년 스트리밍 클럽 이용권만 해도 정가 9만 원이 넘는데 59,000원이라는 가격에 스피커를 사면 이용권을 선물로 줍니다. 멜론으로 계속 음악을 들을 사람이라면 이번 예약판매 때 카카오미니를 구매해서 더 저렴하게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런 패키지 판매는 카카오가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을 인수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마지막 이유, 귀여운 캐릭터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열풍을 이끈 여러 요소 중 하나인 캐릭터를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카카오미니 스피커에 걸칠 수 있게 제작한 카카오미니 전용 피겨는 예약판매 구매자 전원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특히나 ‘라이언’ 피겨가 제일 인기가 많을 것으로 점쳐지는데요. 라이언은 탄생 초기부터 카카오 프렌즈 사업에 활력을 불어다 주는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카카오 매출 상승에 없어서는 안 될 효자기에 최근에는 사내 직함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고 합니다. 2년 만에 전무라니…
이런 이유로 카카오미니는 금주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2위를 오르내리며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미니의 직원들이 이런 초반 홍보 돌풍을 좋아할까요? 저는 꼭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큰 기대는 큰 실망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 역시 얼마 전 인공지능 스피커 ‘WAVE’를 선보였습니다. 네이버가 당시 사용했던 전략은 ‘은밀하게 조심스럽게’였습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면 네이버 뮤직 정기 이용권을 주는 형태가 아니라 네이버 뮤직 정기 이용권을 1년 구매하면 인공지능 스피커를 ‘덤’으로 주는, 네이버 뮤직 서비스의 이벤트처럼 WAVE를 배포했습니다. 정식으로 판매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네이버 뮤직의 프로모션으로 진행된 셈이죠.
이런 ‘조용한 판매’ 전략은 기대도 실망도 작았습니다. WAVE의 기술이나 콘텐츠가 맘에 들지 않아도 덤으로 얻은 느낌이기에 사용자 불만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초기 버전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는 아무리 고도화된 기술로 출시해도 부족하고 제한이 뚜렷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는 이를 ‘영리하게’ 피해간 셈입니다.
하지만 카카오미니는 ‘대대적으로’ 스피커 판매를 알리고 있습니다. 티저 영상을 만들어 사전 붐을 유도했고 예약판매 날짜, 시간, 장소를 공개하며 사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카카오미니 웹사이트는 스피커가 주 판매 상품이고 멜론과 피겨는 부가 상품인 상태입니다. 네이버와 전혀 다른 전략이죠.
카카오미니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날지는 출시 후 살펴봐야겠지만 AI 스피커 초기 기술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불편함과 제한이 분명 있을 텐데 이 큰 기대감을 카카오는 어떻게 감당할지 살짝 걱정스럽습니다. 더 큰 걱정은 이로 인해 AI 스피커에 대한 호기심이 실망으로 종결되고 추후 AI 스피커 구매를 꺼리는 사용자가 많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인공지능 스피커를 향한 소비자의 호기심은 최강입니다. 알파고 이후 AI 기술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고 최근 아마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도 모두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며 한국어에 적합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합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기다려왔습니다.
카카오톡의 메신저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생활에도 밀접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죠. 메신저 기능은 네이버 WAVE나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AI 스피커와 확연히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카카오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 메신저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며 인공지능 스피커에 뛰어든 국내 사업자로는 카카오가 유일합니다.
다만 이런 기대감이 음성 인식이나 음성 DB 부족 등으로 충족되지 못할 경우 인공지능 스피커에 돌아설 소비자들이 걱정됩니다. 일반적인 사용자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 말을 다 인식하고 적합한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주고 복합 대화도 가능할 정도로 똑똑한 기기일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어쩌면 이런 대대적인 사전 홍보 붐은 카카오의 자신감일 수도 있습니다. 제 기우일 수도 있죠. 카카오 역시 인공 지능 기술 고도화에 노력해왔고 음성 인식, 음성 합성 등 음성 기반 기술 투자도 계속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AI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임원진이 직접 방방곳곳 뛰면서 스카우트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 AI 스피커 에코도 출시 초기 많은 욕을 먹었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처럼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R&D를 쏟아부어도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만족스럽게 느끼는 사용자가 적은 상황입니다. 과연 카카오미니는 어떤 성능을 가졌을지,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기대를 만족시킬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