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노틸러스지의 “How Aging Research Is Changing Our Lives”를 번역한 글입니다.
생물학자 에릭 버딘은 노화를 질병으로 생각합니다.
그의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인 시트루인을 포함해 여러 효소들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또한, 쥐에게 열량을 제한했을 때 시트루인이 활성화되어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하며 노화 과정이 느려진다는 사실도 보였습니다.
이는 쉽게 말해, 쥐에게 음식을 주지 않음으로써 더 오래 살게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그의 연구는 열량이나 영양소를 이용한 기법이나 간헐적 단식과 같은 다양한 미토콘드리아 자극술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 방법들이 인간에게도 통한다는 것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버딘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독립 노화 연구기관인 버크 연구소의 의장이자 최고경영자로 선임되었습니다. 마린 카운티의 자선사업가 레오나르드 버크와 베릴 해밀턴 버크의 자산으로 1999년 세워진 버크 연구소에는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연구하는 25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벨기에의 의사 출신인 버딘은 지난 20년 동안 선충과 쥐에게서 발견된 현상을 인간에게 적용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질병 없는 노화가 우리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노틸러스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버딘은 미래에 대한 낙관을 표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점점 더 오래 살 것이며 천천히 늙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며 또한 의사의 역할 역시 바뀌게 될 것이라 말합니다.
Q: 최근 노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A; 1990년대에 일어난 사건들 때문입니다. 당시, 설명이 어려운 실험 결과를 보고한 세 연구팀이 있었습니다. 콜로라도 보울더 캠퍼스의 톰 존슨이 처음이었고 MIT의 레니 과렌테, 그리고 UCSF의 수 신시아 키년이 각각 수명을 늘이는 돌연변이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던 노화라는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는 발견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노화를 마치 차가 녹이 슬듯이 모든 것이 낡아가는 엔트로피 문제의 일종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1억개의 염기쌍을 가진 C. 엘레강스 선충의 유전자 하나를 바꾸었을 때 그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 꼬마선충은 생물학 연구에 모델 동물로 쓰입니다. 그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습니다. 노화를 조절하는 경로가 존재한다면, 이는 여기에 관련된 단백질이 있다는 뜻이며, 또한 노화를 막는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5년에서 20년 사이, 우리는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주요 경로들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이는 몇 개의 물질을 발견함으로써 이루어졌습니다. 특정한 물질을 이용해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보인 이는 버크 연구소의 고든 리스고우입니다. 그 이후 수많은 발견이 이어졌습니다.
최근 이들에 대한 임상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사실들이 최근 노화 연구에 열기가 뜨거운 이유입니다.
Q: 당신은 최근 건강기 증가(health span)를 목표로 하는 버크 노화연구소의 의장이자 최고경영자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건강기 증가는 어떤 뜻인가요?
A: 버크 연구소는 건강기 증가만이 아니라 수명 증가(lifespan) 또한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건강 없이 수명만을 늘이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수명은 매 십년 만다 2년 씩 늘었습니다. 1900년 당시 평균 수명은 47세였지만 지금 평균 수명은 77세에 이릅니다.
이는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지만, 이렇게 늘어난 수명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만성질환이라는 새로운 전염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알츠하이머, 파킨슨, 황반 변성, 관절염, 심장병, 뇌졸중, 암 등의 병들을 들어보았을겁니다. 오늘날 미국과 대부분의 서구에는 노인이 되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이 모두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Q: 이런 기적적인 수명의 증가가 계속될까요? 아니면 한계가 존재할까요?
A: 아직은 한계가 존재하며, 그 한계는 아마 115살에서 120살 정도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은 1천억 명에 달하지만 그 중 120 살을 넘긴 사람은 122살 까지 살았던 장 칼망 한 명입니다. 두번째로 오래 산 사람은 119살 까지 살았습니다. 이는 사람의 수명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뜻이겠죠.
어떤 연구는 우리가 지난 세기동안 평균 수명을 계속 증가시켰지만 115세를 넘긴 사람의 수는 변하지 않았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인류가 어떤 한계에 이미 도달해 있음을 말해줍니다. 물론 그 정도도 충분히 대단한 것이지요. 만약 모든 사람이 110살 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마지막 5년만 질병으로 고생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만족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가 미래에도 변치 않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는 30년 동안 실험 생물학을 연구해왔습니다. 오늘날 생물학의 수준은 30년 전 내가 처음 생물학 연구를 시작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30년, 50년, 100년 뒤에 어떤 것을 가능하게 만들지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 점 때문에 나는 인간은 절대 120살을 넘길 수 없다는 주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연구소와 나 개인의 목표는 매 십 년 마다 평균 수명을 2년 씩 늘여온 그 흐름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Q: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많은 이들이 수명 연장을 이야기합니다. 여러 스타트업들이 불사(immotality)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명 연장의 이득을 모두가 볼 수 있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A: 우선 불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믿지 마십시오. 어떤 약으로도 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이는 젊음의 샘이나 성배(holy grail) 비슷한 것입니다. 영화 소재로 적당하고, 재미있는 글도 쓸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1,000 년 전과 비교해도 불사에 전혀 가까이 가지 못했습니다. 나는 이 개념은 말이 안된다고 보며, 이런 단어는 배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접근성의 문제는 수명 연장 만이 아니라 모든 의료 기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선 안전한 약을 만드는데는 극히 많은 돈이 듭니다. 대부분의 경우 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1조원 가량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오늘날 특허 제도는 신약에 대한 특허를 15년만 인정합니다. 이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같은 약에게는 짧은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매우 고가로 시작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쓰게 되고 곧 특허가 풀려 누구나 구할 수 있게 됩니다. 나는 의학의 비용에 관한 문제를 이해하지만, 이 때문에 이 분야를 연구해서는 안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불평등에 대한 또다른 한 가지 사실은 수명을 짧게 만드는 가장 큰 위험요소가 바로 사회경제적 위치라는 것입니다. 가난 또한 매우 큰 위험요소입니다. 전체 사회를 위해서라면, 제약회사를 돈을 밝힌다고 비난하는 것은 답이 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가난을 해결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합니다. 그것이 모두가 더 오래 살 수 있는 길입니다.
Q: 노화는 왜 일어나나요?
A: 나는 강연때 1940년대 만들어진 포드 트럭의 사진 두 장을 보여줍니다. 포드 트럭 하나는 어떤 농장에 버려져 있는 것입니다. 이 트럭은 완전히 녹슬었고 바퀴는 사라졌으며 말그대로 이미 끝장난 차입니다. 다른 트럭 하나는 누군가가 완전하게 정비하며 관리한 차로 거의 새 트럭과 다름없는 모습입니다.
이 두 트럭은 모두 1940년대 만들어졌고, 따라서 같은 나이를 가지고 있지요. 이는 시간적 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나이는 다릅니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생물학적 나이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관리를 잘 했는가입니다. 노화는 이런 트럭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Q: 그럼 우리는 자신의 트럭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수리를 잘 할 수 있나요?
A: 당장 오늘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영양소를 잘 섭취하고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운동은 놀라울정도로 뛰어난 노화방지 약입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가진 가장 뛰어난 노화 대처법이며,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건강하게 더 오래삽니다.
영양소 섭취 역시 중요하며, 이 분야에서 우리는 지방을 얼마나 먹어야 하고 탄수화물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이야기해왔습니다. 단식이 필요할까요? 간헐적 단식은 어떨까요? 지금 이런 문제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운동의 효과를 설파했던 잭 라래인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운동은 왕이다. 먹는 것은 여왕이다. 둘이 함께라면, 왕국을 가진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말입니다. 사람들이 내게 ‘무슨 약을 먹어야 하나요?’라고 물을때 내가 하는 말이지요. 나는 아무 약도 먹지 말고, 그저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운동을 꾸준히 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다음 지금 연구중인 약들이 있습니다. 나는 앞으로 5년 안에 이들이 시장에 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과학 소설에 가까운 회춘(rejuvenation) 치료가 있습니다. 신체 외부에서 장기를 수리하는 개념입니다. 실험실에서 심장 세포를 배양하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자신의 세포를 심장 세포로 바꾼다음 심장병이 생겼을 때 필요한 부분을 교체하는 것입니다. 쥐의 경우 이 실험이 성공했지만 인간에게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Q: 대형 의료기기 회사나 제약회사가 노화 연구에 열심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런 노화 연구는 오늘날 우리가 만성 질환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의학은 이런 새로운 연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며 이것이 그들이 가진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기존 의학은 특정 장기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전문의를 찾아가고 그는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을 조절해 심장병의 위험을 낮출 것입니다. 제약회사 역시 혈압을 낮추거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만들어왔습니다. 물론 이런 접근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심장병의 위험은 낮아졌고 그들은 일을 제대로 해낸 것이죠. 문제는 여전히 우리가 알츠하이머나 황반 변성, 관절염 등에 걸린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반대로 노화를 이 모든 질병의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콜레스테롤이나 혈압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 수치들은 관리해야 하지만, 동시에 노화를 막음으로써 이 모든 질병을 보다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앞으로는 심장 전문의가 아니라 자신의 노화 속도를 최적화해줄 수 있는 노화 전문가를 찾아가게 되는 것이죠.
Q: 그건 마치 의사가 과거보다 더 전체적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는 의사를 만나는 방식이 바뀌게 될까요?
A: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얼마나 빨리 그런 미래가 올지는 모르지만, 10년에서 20년 뒤, 노화에 대한 발견들이 보다 확실한 사실로 바뀐다면 의학은 치료보다는 예방의 성격을 더 강하게 띄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건강관리(healthcare)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것은 사실 건강관리가 아니라 질병관리(sick care)입니다. 건강할 때 의사를 만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의사는 건강한 사람에게, 담배를 피우지말고 운동을 자주 하라는 말 외에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의사들은 예방을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이 노화의 기제를 통해 예방에 힘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Q: 당신은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주문할때 미토콘드리아를 고려하나요? 간헐적 단식을 직접 실천하나요?
A: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주 조심스레 말해야겠네요. 나는 운동을 좋아하고 간헐적 단식을 하려 노력합니다. 이걸로 내가 오래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몸은 훨씬 가벼워집니다.
Q: 과학자가 안되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A: 조금만 재능이 있었다면 락밴드에서 전기기타를 치고 있었을겁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