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튜터링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더욱 다양한 감정 및 느낌을 표현하고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튜터링으로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해보세요.
‘나 체했어’를 느낌 딱! 오게 영어로 말해보세요
영국 왕립미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졸업생인 페이 잉 린(Pei-Ying Lin)은 영어로 표현할 수 없는 21가지 감정 단어를 맵으로 표현했다. 다른 나라의 언어에는 있으나 영어에는 없는 단어들. 이는 “it is a kind of (emotion A), close to (emotion B), and somehow between (emotion C) and (emotion D).”처럼 감정과 가까운, 이런 느낌과 저런 느낌의 어딘가 중간으로만 할 수 있던 것을 시각화했다.
언어가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살거나 2중 언어의 환경에 노출되지 않았던 성인 외국어 학습자들의 경우 감정 언어를 떠오를 때는 본인이 보았던 드라마의 상황이나 목격했던 상황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반면 모국어의 감정은 본인이 실제 느꼈던 과거의 상황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비즈니스 자리 혹은 일상생활 중 짧은 만남에서 불편을 겪지 않다가 유독 감정과 느낌을 말할 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번 글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happy’ ‘sad’ ‘angry’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저 너머 어딘가의 감정들. 우리는 왜 이런 감정을 외국어로 표현하는 게 어려울까?
‘체하다’, 배가 ‘뒤틀린다’, 바늘로 찌르듯 ‘콕콕 쑤신다’, 어깨가 ‘뻐근하다’ ‘결린다’, 장이 ‘끊어지는 듯하다’처럼 신체적 아픔과 고통을 느끼는 상황을 영어로 표현해본다면?
뜨거운 국을 먹으며 ‘아- 시원하다!’, 소주 한 잔 마시며 ‘캬~ 칼칼하다!’, 여기에 ‘담백하다’ ‘떫다’ ‘맵다’나 ‘매콤하다’ 등의 맛에 관한 표현을 하며 우리나라 음식이 아닌 외국 음식이 떠오르는가?
이렇게 자신의 상태 표현, 특히나 신체 반응을 동반한 자신의 상태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외국에 이민 가거나 오래 살았더라도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의 맛, 아픔과 고통 등을 표현할 때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배운 말이 은연중에 나온다. 처음으로 그 맛을 익혔을 때, 아픔을 느꼈을 때 주변 사람이 했던 말이나 부모님에게 배운 표현이 오랫동안 신체 반응과 함께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수치심 vs. 죄의식에서 보는 문화적 차이
인간의 감정은 태어나고 자란 문화권에 따라 다를 수뿐이 없다. 언어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라면 문화별로 그 표현과 정의, 경계의 구분이 다르지 않을까?
사회학자 김찬호 교수는 그의 저서 『모멸감』에서 모멸감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폭력이라고 이야기했다. 감정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류에서 온다. 수치심과 죄의식에 대한 차이를 문화적 관점으로 해석했던 것은 감정의 언어적 표현이 얼마나 많은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지 잘 나타내 주는 예이다.
1940년대부터 서양 인류학자들은 ‘수치의 문화(shame culture)’와 ‘죄의식의 문화(guilt culture)’의 차이에 주목했다. 예컨대,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44년 6월 미국 정부로부터 연구를 위촉받아 46년에 출간한 『국화와 칼: 일본 문화의 패턴』은 일본을 ‘수치의 문화’, 미국을 ‘죄의식의 문화’로 평가하였다.
‘수치심’과 ‘죄의식’은 어떻게 다를까? 대부분의 학자들이 수치심은 집단주의 문화의 특징인 반면 죄의식은 개인주의 문화의 특징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정서엔 분노·좌절·우월감·공포·비애·기쁨 등 ‘자기중심적 정서’와 동정심·수치심 등 ‘타인 중심적 정서’가 있는데,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자기중심적 정서의 표현이,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타인 중심적 정서가 발달돼 있다. ‘수치심’과 ‘죄의식’은 누구를 더 의식하느냐에 따라 생기는 차이라고 볼 수 있다.
- 강준만, 『세계문화 사전』, 인물과 사상사, 2005
수치심과 죄의식의 차이에서 보여주듯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사회·문화적 정서와도 깊게 연결된다. 영미권의 개인주의 문화권에 있던 사람들의 경우 한국어를 능숙하게 배워도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한국인만큼 이해하거나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역시 다른 사람이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했을 때 그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어로 감정과 느낌에 대한 내용을 익힐 때는 언어 대 언어로 단순히 통·번역하기보다는 처한 상황에 적절한 그 나라 언어를 잘 대입해 쓰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영어로 감정과 느낌을 잘 말하려면
성인 학습자가 외국어로 감정을 능숙하게 표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모국어로 감정 단어를 익혔던 단계를 생각해보라. 이 단어들은 일반 단어처럼 밑줄 긋고 암기한다고 자신의 감정과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정 단어는 커피숍에서 커피 주문하기, 프레젠테이션하기 등을 영어로 익히고 배우는 것과 달리 상황에 따라 그 감정을 단어와 연결시켜 배워야 한다.
그러나 성인 학습자가 그런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다. 어린 시절 세심하게 아이의 감정을 돌보면서 응대해주던 부모가 사라지고 외국인 친구와 깊은 감정을 나눠볼 기회가 없었다면 더더군다나 의지를 가지고 감정과 표현을 배워야 한다. 몇 가지 도움이 될 수 있는 팁!
1.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외국인 친구를 두자
시시콜콜 하루의 속상했던 이야기를 하며 토닥여주는 친구를 만들자. 친구가 위로해줄 때 쓰는 표현, 기뻐하며 쓰는 표현들을 내가 느끼는 감정과 자연스레 연결 지어 익히는 것이 가장 좋다.
2. 눈물 콧물 빼는 감정 충만한 소설을 읽자
영어가 초급이라면 어린이 책도 도움 된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서 감정의 표현이 많이 나오는 책이라면 다 좋다. 영미권 소설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주인공이 처한 상황 및 그 상황의 감정 묘사가 꽤 디테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황과 그 안의 감정을 잘 연결해 주인공처럼 감정을 이입해보자.
3.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영화를 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그들의 대사를 얼굴의 표정과 감정을 아주 충분히 담아서 그대로 따라 읽어보는 것. 특히 한국에서는 거의 겪을 수 없는 현지인의 결혼식, 장례식 등의 상황이 나온다면 그들의 제스처까지 연기하듯 따라 해 보면 단어-감정을 함께 익힐 수 있다.
4. 말하기를 할 때 다양한 감정 단어를 써서 말해보자
‘행복하다’의 표현을 ‘happy’와 ‘so~~~ happy’ 말고 다른 단어로 다양하게 표현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단어별로 존재하는 감정의 강약은 스스로 감을 익혀야 한다. 또한 상황별로 어울리는 단어가 무엇인지도 생각하며 써야 한다.
5. 모국어로 감정 표현을 못하는 사람은 영어로도 힘들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사고뿐 아니라 감정을 느끼고 기억하게 한다.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면 이성과 감성이 풍부해진다. 관심 있다면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