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주문하면 콜라가 덤으로 옵니다. 500ml를 주는 곳도 있고, 캔 콜라를 주는 치킨집도 있습니다. 사이다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콜라가 옵니다. 전국 5만여 개의 치킨집이 제공하는 콜라에는, 몇몇 공통점이 있습니다. ‘업소용’ 문구가 적힌, 파란색의 펩시콜라라는 점입니다. 문득 치킨을 먹던 저는 두 가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 일반 콜라와 업소용 콜라는 맛이 다르다?
- 어째서 치킨집 콜라는 펩시콜라일까?
첫 번째, 일반 콜라와 업소용 콜라는 맛이 다르다?
대답은 NO! 업소용 콜라와 소매용 콜라는 맛이 동일합니다. 같은 제조 공정을 거치며,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격과 용량의 차이입니다. 치킨집·피자집처럼 배달을 겸하는 점포에서는 콜라 회사의 ‘업소용’ 제품을 몇십, 몇백 개씩 대량으로 구입합니다. 많이 살수록 할인의 폭도 커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죠. 때문에 이를 악용해 일반 슈퍼마켓에서 업소용 콜라를 판매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는 유니크한 ‘업소용’ 스티커가 부착되었으며, 소매점에서 판매가 불가능하게끔 바코드도 사라졌습니다(박스에 바코드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업소용 콜라를 슈퍼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일까요? 그것도 NO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유통사에서 해당 점포에 대해서 자사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다고 하니 간이 큰 점주님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겠습니다(사이다를 주는 곳도 있는데 사이다보다 콜라가 더 저렴하다고 합니다).
두 번째, 치킨집 콜라는 어째서 펩시콜라일까?
대답은 ‘코카콜라보다 더 싸다’입니다. 리서치 업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콜라 시장(B2C)의 규모는 9,000억 원. 그중 코카콜라의 점유율은 90%! 나머지 9%는 펩시콜라가, 그 외 1%는 기타(815 콜라 등)로 나누어집니다. 그러나, 업소용(B2B)까지 포함해서 통계를 낼 경우 펩시콜라의 점유율은 15%나 상승합니다. 실제로 업소용 콜라는 펩시콜라가 대다수 점유율을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펩시콜라는 B2B 전쟁에서 어떻게 승리했을까요? 이것은 펩시, 코카콜라의 유통업체들의 마케팅 전략 차이입니다. 우리나라에 오는 콜라는 보틀링 시스템 방식으로 공급됩니다. 미국의 본사에서 콜라 원액을 보내주면 한국의 담당 업체들이 그것을 받아 유통하는 방식이지요. (코카콜라의 유통, 마케팅은 LG생활건강이, 펩시콜라는 롯데칠성이 담당)
차이는 여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롯데칠성은 1974년에, LG생활건강은 2007년에 음료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롯데칠성은 오래된 기간만큼, 지역별로 확보한 대리점의 수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특히 다양한 음료군을 취급하면서 수많은 소매점을 대상으로 엄청난 영업을 펼칩니다. 덤이나 추가 할인 등 현장직군의 권한의 폭이 컸던 것도 승리 요인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업소용 제품과 소비자용 제품은 차이가 있기도, 없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소주는 가정용, 업소용의 라벨만 다를 뿐 부과되는 세금은 동일합니다. 이는 탈세(소득세)를 막기 위해 국세청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합니다. 주류업체를 통해 구입할 경우 판매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마트에서 주류를 구입할 경우는 100%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군요.
그 외에 업소용 케첩(통조림)은 일반 케첩보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덜 들어가며, 당분은 더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더 달게 느껴진다고 합니다(케첩은 업체마다 비율이 다르다고 합니다).
원문: 용진욱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