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국가 R&D 관리기관에서 평가시스템 개선에 관한 설문이 온다. 이런 거 예전에도 100번도 더 했다. 토론도 많이 했다. 이제 포기다. 이런 글 자체도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지금 국가 R&D 관리의 문제는 연구자, 전문가를 범죄집단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신뢰를 바닥에 깔지 않으면 어떤 시스템도 절대 안 통한다. RFP 만드는 과정은 일단 접어두고, (사실 모든 프로젝트는 RFP에서 결판난다. 이걸 잘 써야 한다. 정말이다) 지금 과제 선정과 결과 평가에 관한 개선안을 내라면 다음을 제안하고 싶다.
우선 사업 예산의 10% 이상을 선정 평가 예산으로 책정하자. 경쟁률이 정말 높으면 서류 평가를 먼저 해서 5:1 수준으로 경쟁이 되게 하자.
- 서류평가는 기본적으로 RFP 내용을 만족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보자
- 이 연구자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역사를 보자.
거기까지만 보자. 누가 보냐? 전문가에게. 전문가는? 제안자가 적게 하자. 그 제안자가 제안한 그 전문가는 평가에서 제외하자.
주최 측에서 선정할 때는, 최소한 ARS로 RFP 기술 관련하여 간단한 질문이라도 해서 정답을 맞춘 자만 선택하자. 그리고 평가료를 대폭 올리자. 하루 20만 원짜리 전문가들이 들일 수 있는 노력은 뻔하다.
서류평가가 끝나면 이제 본 평가와 수행이다.
- 이 단계에 온 모든 제안자에서 제안 수당을 주자.
- 모든 제안자가 바로 전문가라고 믿자. 정말 믿자.
- 또한 이 자들이 범죄자가 아니라고 믿자.
- 서로 신뢰하고 결과에 동의한다는, 필요하면 NDA까지 사인을 한다.
- 제안자들이 동의하는 제안 안 한 전문가도 몇 명 모시자.
- 제안자들끼리 과제 내용을 상호 ‘공개’ 토론하자.
- 토론 뒤에, 모두 한 표씩 상호평가해서 1등 팀을 선정하자.
- 외부 전문가가 모두 동의하면 그 RFP는 없었던 거로 하자.
- 회계 전문가가 제출된 예산을 꼼꼼히 살펴보고 조정하자.
- 일단 선정되면 따지지 말고 믿으며 끝까지 지원하자.
- 결과 보고서는 없애고 중간에 전문가들과 토론/컨설팅을 하자.
- 모든 R&D 결과(소스, 문서 등)는 기본으로 오픈소스로 하자.
- 과제에서 돈 쓴 내용도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하자.
- 진짜 필요한 경우 랜덤 샘플로 회계 감사해서 문제가 있으면 그냥 고발하자.
이렇게 하면 모든 R&D의 선정, 과정, 결과가 공개된다. 그래서는 안되는 연구자가 한번은 ‘잘못’ 선정될 수 있다. 그러나 두번 되기는 쉽지 않고, 사기도 못 친다. 부작용도 없지는 않겠지만 뭘 해도 지금보다는 나을 가능성에 500원 건다.
이런 이야기 하면, 누가 국가 R&D 하려고 하겠냐고 하는데, 지금 범죄자 취급받으면서도 큰 국가 과제는 경쟁률이 높다. 세상은 믿고 살기에도 충분히 바쁘다.
원문: 쉽게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