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에서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퀴어 퍼레이드(Queer parade)가 열린다. 빈티지 페스티벌(Vintage festival)에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들린 이 축제에서 나는 그들의 높은 인권의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무허가 술집에서 시작된 행사
퀴어 퍼레이드는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라고 불리기도 한다. 퀴어 퍼레이드는 1969년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을 기념하여 시작되었다. 스톤월 항쟁은 당시 미국의 무허가 술집 중 하나였던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뉴욕에서는 동성애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했고 무허가 술집인 스톤월 인은 성 소수자들이 애용하는 술집 중 하나였다.
문제는 경찰들이 주류 판매허가증이 없는 무허가 술집을 단속 중이었다. 스톤월 인에도 경찰들이 당연히 들여 닥쳤고 진압과정에서 성 소수자들의 반항이 시작되었다. 이후 이 반항은 점차 확산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성 소수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시작된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보통 6월에 한다고 하는데 맨체스터는 오늘 행사를 진행하였다. 아무래도 오늘이 뱅크홀리데이(Bank Holiday)여서 그런듯했다. 보통 이날에는 모든 가게가 쉰다.
내가 소름이 돋은 이유
오늘 이 행사를 보면서 나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관공서부터 시작해서 지역에 있는 기업, 그리고 학교, 나아가 노조들이 한데 모여서 동시에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서부터 소방서, 의료보험(NHS)뿐만 아니라 학교, 조합(Trust)들까지 나와 “평등(Equality)과 자부심(Pride)”를 함께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시민들은 자녀들과 함께 나와서 노래 부르면서 3시간 가까이 되는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언제쯤 우리나라는 이럴 수 있을까?
나는 우리 모든 국민이 적어도 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 폄하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개신교를 포함, 많은 사람이 성 소수자에 대해 가진 편견 역시 단시간 내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 행사를 보면서 나는 그들 역시 우리 사회 구성원이자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공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최우선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행사에서 본 문구가 유난히 머릿속에 남는다. 그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레즈비언도, 트렌스젠더도 있습니다. 그냥 넘기세요.(Some people are Lesbians. Some people are Trans. Get over it)“
Ps. 아래 사진들을 보면 앞서 언급한 관공서,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다양한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한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원문: Re-conside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