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새 오리지널 영화 <데스노트>가 공개됐다. 오바타 다케시와 오바 츠구미의 소년 점프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미 일본에서 TVA와 2부작 영화(그 외 스핀오프 두 편)로 제작됐었고, 국내에서 뮤지컬로 공연되기도 한 작품이다.
TVA를 제외하면 『데스노트』를 영상화한 대부분의 작품은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넷플릭스가 <블레어 윗치>의 애덤 윙가드를 기용해 제작하는 <데스노트>에 대한 기대는 굉장했고, 8월 25일 공개 이후 SNS에서 많은 수의 언급을 기록하고 있다.
‘이름을 적으면 죽는 노트’, ‘라이토(이번 이름은 라이트)와 L의 대결’이라는 설정만 남긴 채 이야기를 새로 쓴다. 인디호러씬에서 활동하던 애덤 윙가드답게 호러영화의 요소를 잔뜩 가져와 <데스노트>의 이야기를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넷플릭스의 야심작 <데스노트>는 또 한 번의 실패로 남는다.
고등학생인라이트 터너(냇 울프)는 어느 날 검은 노트를 줍게 된다. 방과 후 벌칙으로 교실에 홀로 남은 라이트는 노트를 살펴본다. 표지에 데스노트라고 적인 이 노트에는 죽음의 규칙이 빼곡히 쓰여 있고,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노트를 살펴보던 중 사신 류크(윌렘 데포)가 나타나고, 라이트는 류크의 말에 따라 자신을 괴롭히던 상급생의 이름을 적는다.
노트가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된 라이트는 미아(마가렛퀼리)와 함께 노트를 통해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자신들을 키라(KIRA)라 부른며 신세계를 만들어갈 꿈을 꾸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세계적인 탐정 L(키스 스탠필드)은 이러한 범죄자 대량 사망 사건이 특정인에 의한 것임을 알아채고 수사에 돌입한다. L은 라이트의 아버지이자 경찰인 제임스(시어 위검)에게 키라대책본부의 수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한다.
애덤 윙가드의 <데스노트>는 초반부터 강렬하다. 정확한 죽음의 모습을 묘사하는 대신 이름만을 적어 심장마비로 사람들을 죽였던 원작을 포함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상세하게 죽음의 순간을 서술하고 그 과정을 보여준다.
마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죽음의 사고가 벌어지고, 영화는 사고의 과정을 골든 두들 장치가 작동하는 과정을 보여주듯 묘사한다. 자동차 사고로 인해 머리통이 수박처럼 깨져 죽는 모습은 고어 장면을 보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놀랄만한 장면이다.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인 라이트는 노트의 힘을 확인한 뒤 미아와 함께 본격적으로 범죄자 처단을 시작한다. 영화는 정확히 이 지점까지, 아니 첫 희생자가 죽는 지점까지만 흥미롭다. 죽음의 순간을 심장마비 대신 잔혹하고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것으로 바꾼 선택은 나름 신선한 선택이다.
그러나 <데스노트>의 줄거리는 기본적으로 두뇌싸움이며, 라이트와 L이 서로의 생각을 읽어 한 수라도 더 멀리 내다보려는 범죄 스릴러이다. 고어를 비롯한 호러적 요소는 양념처럼 작용할 수 있었지만, 스릴러로써의 허술함을 감추지 못하고 죽음의 순간에만 힘을 준 연출과 각본은 실패 그 자체이다.
원작과 상당 부분 달라진 캐릭터도 영화의 큰 패착이다. 샤프한 이미지의 천재이자 정의라는 목적으로 키라가 되었기에 주제의식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었던 라이토는 찌질한 너드이자 정의라는 큰 목적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캐릭터로 그려지는 라이트가 되었다.
흰 긴팔 티셔츠에 청바지만을 입고 쪼그려 앉아 단 것만을 먹으며 추리를 하던 L의 이미지를 180도 뒤바꿔 검은 옷을 두르고 마스크를 한 채 등장하는 갱스터 스타일의 L이라는 비주얼은 신선했지만, 논리적인 추리 대신 촉을 따라서 움직이는 모습을 더욱 많이 보여주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일삼으며 폭력적으로 식탁의 음식들을 쓸어버리고, 아예 경찰차를 훔쳐 폭주하는 후반부의 모습은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싶은 생각만 들게 한다.
라이토에게 노트만 전해주고 관전자의 위치로 빠져 인간들의 게임을 즐기던 사신 류크는 사건에 너무 많이 개입하는 캐릭터로 변해버렸다. 라이토의 장기말이자 수동적으로 그에게 조종당하기만 했던 원작의 미사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일방적으로 조종당하는 위치에서는 벗어난 미아라는 캐릭터로 바뀌었지만,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뭔지 생각해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데스노트>에서의 캐릭터 변화는 최악이다. “정의를 위해 범죄자를 살해해도 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던 원작의 주제는 원작의 캐릭터를 해체하고 새롭고 구린 캐릭터를 만들어낸 애덤 윙가드와 각본가의 손에 의해 해체되어 사라진다.
사실『데스노트』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2006년의 <데스노트>가 2부작으로 제작되고 니아와 멜로가 등장하는 원작의 2부를 아예 삭제한 것은 각색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원작을 잘 구현했고, 크게 무리 없는 각색으로 마무리 지은 일본의 2부작과는 다르게, 애덤 윙가드의 <데스노트>는 101분의 러닝타임에 무리하게 이야기를 쑤셔 넣는다. 때문에 추리도, 주제도, 키라의 존재감도, 캐릭터도 실종된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다.
원작과 큰 차이를 보이는 몇몇 설정(심지어 노트의 규칙이 변경된 부분도 있고, 이것은 최악의 결과를 보여준다)은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으로 남게 됐다. <데스노트>를 본관객은 “내가 원작자라면 애덤 윙가드의 이름을 데스노트에 적어 버릴 거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오바타 다케시는 대체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일까? 자신에게 판권료가 들어온다는 것?
원문: 동구리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