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 먼 푸른별. 그곳의 큰 대륙 끝자락의 한 거대한 도시국가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세울랜드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모종의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리는 건 누구나 바라는 일이죠. 하지만 그걸 교과서 속에서가 아니라 진짜로 부활시키는 것은 특별한 기술입니다. SNR 테크놀러지는 그걸 해낼 겁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사대강을 따라 일군의 사람들이 세울랜드에 도착했다. 그들이 마주한 곳은 하늘을 긁을 듯한 거대한 아파트들과 뉴타운 그리고 쇼핑센터였다. 형광등 백 개가 동시에 켜지면서 그 아우라와 함께 경호원에 둘러싸인 한 사람이 나타났다.
“세울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울랜드의 사장 박근해먼드라고 합니다.”
“공룡들이 운석에 맞아 죽은 이후 저는 꿈을 잃고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이들을 실제로 되살려내었습니다”
박근해먼드는 사람들을 거대한 테마파크로 안내했다. 구름에 가려 있어 꼭대기조차 잘 보이지 않는 두 개의 거대한 망루에는 각각 룡산역세원과 룡데월드라는 이름이 새겨진 대리석이 박혀 있었고 그 가운데 테마파크의 이름이 진지한 궁서체로 새겨져 있었다.
유라신 파크
로봇물고기와 사대강자전거를 타고 테마파크로 들어선 관광객들 앞에 느닷없이 거대한 형체가 나타났다. 안 그랜찰스 박사의 동공이 진심어린 경악으로 커졌다.
학생론사우러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유해물에 접촉하지 않도록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고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성장만 할 수 있도록 성별을 분리하여 잘 관리하고 키우고 있지요. 잘 큰 넘은 사짜 직업으로 크죠.
“여기는 부모시랩터입니다. 자식교육열은 111 에 달하죠. 놈들을 보면 교육체계의 약점을 노려 체계적으로 공격하는 게 보여요. 이 무리의 대치동장 녀석은 8마리를 죽이고 대장이 됐죠.”
옆에 있던 문재이안 말콤 박사의 입에서 한탄이 터져나왔다.
“저 미친놈, 해선 안될 짓을 저질렀군…”
반대로 뒤쪽에 있던 유권제나로의 눈빛이 강렬하게 번뜩였다.
“엄청난 돈이 되겠어”
박근해먼드가 해맑게 웃으며 다가왔다.
“이것은 우리의 오랜 꿈입니다. 우리 SNR 테크놀러지의 우수한 당원들은 정희랍토르의 무덤에 침을 뱉어 DNA(Developmentism National Agency) 를 발굴해냈죠. 손상된 코드는 갑제이신으로 복구하였습니다. 지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들었지만, 그 값어치를 해내고도 남았지요”
문재이안 말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공룡들을 우리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
“걱정이 많으시군요.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세울랜드는 구케이온 출신의 최강 경비직과 컨택터스가 있습니다.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안 전문가인 안그랜찰스 박사님은 이해하시겠지요?”
박근해먼드가 고개를 돌렸다.
“지금 이걸 안전 대책이라고 세워놓은 겁니까? 현재의 구케이온은 구태 그 자체입니다. 수를 300명까지 줄이고 현재의 컨트롤타워인 블루센터도 이전해야 합니다”
안 그랜찰스 박사의 눈빛에서 진심어린 의지^^가 비쳤다.
한편 세울랜드의 통합관리부서장 네드리정희는 북쪽의 중대원수로부터 받은 암호 전문을 해독하고 있었다.
“유라신 파크 공룡들의 기밀을 가져오면 6억을 주겠다.”
네드리정희는 애마인 체어맨을 몰고 문자를 조작하여 경기동부게이트를 몰래 빠져나갔다. 그러나 악천후 속에 우리하게 좌회전을 시도한 결과 차는 뒤집혔다. 온갖 흙탕물로 뒤덮인 교차로 DC 옆 쓰레기 하치장에서 찐따같이 생긴 조그만 공룡이 기어나왔다.
“여자다! 죽여라!”
마치 사람의 말소리처럼 들리는 괴음을 내며 공룡은 네드리정희를 덮쳤다. 근처의 부러진 표지판에는 남성연댈로포사우러스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상한 조짐이 보입니다. 공룡 성장률이 자꾸 떨어지고 있어요!”
관리인이 블루센터로 올린 보고였다. 육식공룡들이 초식공룡의 영역을 침임해서 계속 잡아먹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특히 어린이머스와 학생론사우러스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알을 낳고 지킬 어미들도 쇠약해져 있어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고 있어요. 관리 예산을 삭감하고 컨택터스에 맡긴 게 문제였습니다”
박근해먼드가 발끈했다.
“지금 악의적인 언론 보도만 믿고 나를 공격하는 겁니까? 생태계를 잘 믿고 하면 잘 하게 되어 있어요! 초식공룡들이 경쟁력을 키우면 됩니다. 트리케라톱스를 보세요. 스스로 스펙뿔 세 개를 갖췄잖아요. 명문대 졸업장, 봉사활동 어학연수!”
“그것들도 절반은 잡아먹히고 절반은 바다로 탈출해서 대부분 빠져죽었습니다”
그때 경비원들이 다급히 달려오면서 외쳤다.
“모두 도망치십시오! 사법3차경계선이 모두 뚫리고 공룡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말도 안 돼! 멍청한 공룡들이 경계망과 백만 볼트 입시전선을 전부 뚫을 수 있을 리 없어!”
“부모시랩터들이 전부 뚫었습니다. 지금 관광객들이 모두 잡아먹히고 있습니다 어서 대피를!”
박근해먼드와 비서들이 탈출용 셔틀에 황급히 올라탔다.
“잠깐 나도 태워주시오!! 으아아악!!!”
유권제나로의 몸을 두동강 낸 육중한 발톱. 그것의 주인공은 최강의 공룡 부동사노러스 렉스였다. 세울랜드의 모든 초식과 육식 공룡마저 잡아 먹어치운 부동사노러스의 몸집은 무려 1천조g에 달했다.
“투자아아아아아아!!”
세울랜드에서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생명체 부동사노러스 렉스의 기괴한 괴성을 뒤로 하고 박근해먼드와 비서들을 태운 셔틀은 이륙했다. 엄청난 먼지와 굉음과 함께 대박을 약속하는 수많은 플래카드들이 휘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