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근운동이라고 제목에 넣어보았습니다. 모름지기 읽는 사람에게 공감되는 어휘를 쓰는 게 전략적으로 좋을 테니.
각설하고, 금요일마다 제가 진행하는 요가수업에 꾸준히 들어오시는 중년 회원님이 계신데 나바아사나를 하면 항상 왼쪽 골반 주변이 아프거나 쥐 나는 느낌이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설명해드렸는데 비슷한 질문을 또 해주신 분이 있어서 관련 내용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여기 적는 내용에 맞지 않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내 몸에 맞게, 내 문제에 맞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나바아사나는 우리가 복근운동할 때 하는 V-up 동작이랑 비슷합니다.
다만 요가 수련에서 하는 나바아사나는 뒤로 눕지 않고 첫 번째 사진처럼 계속 버티고 있는 자세라는 게 다릅니다. 뭐 수련 방법에 따라 누웠다 일어났다 하기도 하지만요. 기본적으로는 무릎을 펴고 발끝이 시선 높이까지 올라오는 자세라고 『요가 디피카』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하든 골반 쪽에 쥐가 난다든지 통증을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만약 관절 자체의 통증이면 그건 다른 이야기지만, 쥐가 내린다든지 하면 시사하는 바가 있겠죠.
다리가 내 골반보다도 높은 위치로 올라오려면 복근도 복근이지만 고관절을 굽히는데 작동하는 장요근이 일을 잘 해야 합니다. 특히 요근은 척추에서부터 대퇴골로 연결되기 때문에 고관절의 굽힘 정도를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 역학적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나바아사나나 V 싯업 같은 동작이 잘 수행되지 않는 분들은 다리가 잘 올라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덜덜 떨리기도 하고 대퇴근막장근 주변으로 쥐가 내리기도 합니다. 요근이 어떤 이유에서든 일을 잘 못 하는 것이죠. 척추를 안정화시키지 못해서 요근이 고관절 굽힘 이전에 척추 안정화에 개입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고, 이미 너무 타이트해져 있어서 제대로 수축하는 능력이 상실되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죠.
이 녀석이 대퇴근막장근입니다. 비슷한 부분에서 봉공근도 연결됩니다.
위치를 보면 골반과 무릎을 연결하기 때문에 이 녀석들도 다리를 들어 올릴 때 같이 작동합니다. 하지만 관절의 중심축에서 먼 곳에 연결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골반보다 높이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죠.
그런데 요근이 일을 잘 못 하고 척추가 안정화되어 있지 않으면 이 대퇴근막장근이 대신 열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여기로 쥐가 뽝! 내리게 되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배의 힘이 약하고 골반 위치가 좋지 않은 분들이라면 평소에도 대퇴근막장근이 자기가 해야 할 몫보다 많이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대퇴근막장근보다 조금 아래에 연결되어 있는 대퇴직근(Rectus Femoris)도 쥐가 잘 내리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고관절 굴곡근이면서 무릎을 펴는 역할을 하다 보니 나바아사나나 V싯업을 할 때 대퇴근막장근과 함께 쥐가 내리게 되는 겁니다. 혹은 복근 운동을 했는데 다리가 아프더라 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근막경선 중 심부전방선입니다. 근막경선해부학 책에 보면 나옵니다.
심부전방선은 몸의 가장 안쪽에서 몸 안의 공간을 형성하고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심부전방선의 기능이 무너지면 표층에 있는 근육들이 과도하게 일하면서 경직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 심부전방선은 앞서 등장한 장요근에 연결되고, 아래로는 내전근 복합체와 연결되고, 위로는 횡격막이 연결됩니다. 그 말인즉슨, 호흡과 고관절의 움직임이 별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제일 먼저 체크해보아야 할 부분은 호흡입니다. 배는 느슨한데 목만 빡빡하게 호흡하며 동작을 수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른바 복근 운동을 하는데 배가 아니라 목으로 운동하면 안 되겠지요.
배에 힘을 쓴다고 숨을 참으면 당장은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심부에서부터 안정적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표층의 근육만을 동원해 일시적으로 땜질을 하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나바아사나의 경우에는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해야 하므로 더욱 호흡이 중요합니다. 이럴 때는 아랫배를 쏙 잡아넣어 유지하는 상태에서 횡격막 호흡을 해서 유지해 주어야 전체적인 척추 안정화의 기본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랫배를 잡으라는 큐잉은 요가에서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횡격막 호흡이 적절히 유지되면 내뱉는 호흡 덕분에 배가 들어갑니다. 다만 동작 내내 배를 잡아야 하는 동작이다 보니, 의식적으로 배를 당겨 잡되 횡격막 호흡에서 만들어지는 복강 내 압력은 동일하게 수용해야 합니다.
다음에 체크해 볼 부분은 다리의 정렬입니다. 내전근 복합체가 함께 일하지 않으면 다리가 O자로 벌어지며 들어 올려지기 쉽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당장 동작은 쉬울지 몰라도, 이는 고관절이 굴곡 하는 동작에서 외회전만 익숙해지는 패턴을 만들어내기 쉽습니다. 고관절은 안으로 밖으로 자유롭게 회전하며 크게 동작을 수행해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위 사진처럼 블럭이나 볼 등을 이용해서 다리 안쪽으로 힘을 잡는 느낌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많은 지도자분들은 나바아사나와 같은 동작을 수행할 때 이런 표현을 자주 씁니다.
“다리 안쪽 모으세요~”
“안쪽으로 연결되는 힘을 느끼세요~”
내전근이 활성화되면 고관절의 전방 경사를 제한하면서 복부 근육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평소보다 배에 힘을 주고 버티기가 좀 더 쉬운 느낌을 받게 되는 거죠.
마무리하며
요약하자면 복근운동이라 일컬어지는 동작 중 고관절을 접는 동작에서는 이런 사항들이 중요합니다.
- 호흡을 잘 유지하여 척추 안정화의 기초를 지키자!
- 내전근의 적절한 협응으로 다리 정렬을 지키며 복부 근육 활성을 돕자!
그런데도 쥐가 나고 불편하다면? 대퇴근막장근, 대퇴직근 등의 부분 긴장을 먼저 이완하고 적절한 스트레칭을 선제적으로 실시합니다. 혹은 더 쉬운 자세로 수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바아사나와 유사한 동작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복근운동이라 일컬어지는 동작들은 고관절의 움직임을 필수적으로 수반하게 됩니다. 단순히 복근이라는 부분에만 주의를 기울이기보다는 척추와 고관절의 상호작용을 인지하고 각각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움직임을 수련하는 게 더 현명합니다. 고관절을 움직였는데 척추가 꿀렁꿀렁 웨이브를 춘다거나 하지 않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