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타인과 나를 알게 된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쉽게 책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추리소설이었다. 어릴 적에 읽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지금도 바스커빌 가의 개 사건을 비롯한 몇 가지 인상적인 사건이 뚜렷이 기억 속에 남아있고, 세계 최대의 베스트 셀러로 불리는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올라갈 때쯤에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던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지금 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찾고자 했다.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책 속의 주인공이 가진 비전을 본받고자 하기도 했다.
종종 자기계발서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자기계발서는 지나치게 성공에 대한 집착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이야기와 화려한 모습을 위주로 보여주었다.
우리의 삶은 절대 성공해서 책을 쓴 사람들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정말 커다란 성공을 해서 자기게발서를 쓴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은 특별한 어느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들의 재능을 가질 수 없듯이,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 읽는 일을 멈추고, 내가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인문학을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권장 도서 목록에만 실리던 고전을 일부러 찾아서 읽기도 했고, 고등학교 시절에 몇 선생님이 전교 1등에게만 추천해준 EBS <지식e> 시리즈를 읽어보기도 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EBS <지식e> 시리즈는 학교에서 배운 범위를 아득히 초월하는 다양한 지식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무언가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며 책을 읽었다.
지금은 특별한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 책을 읽기보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책을 위주로 읽고 있다. 지금의 내가 라이트 노벨 번역가의 꿈을 갖게 해준 일본 서브 컬처의 대표 장르인 라이트 노벨은 물론이고, 국내외 소설과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가 체험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의 사는 이야기를 읽는 일은 단순히 책의 저자와 공감하는 걸 넘어 ‘나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떤 감정을 품고, 어떤 표정을 지으면서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해준다. 그 질문을 통해서 나는 가슴에 맺힌 아픔을 조금씩 마주하면서 조금씩 고쳐나가는 중이다.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책 읽는 게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이 질문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꼭 하는 질문이지만,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하지 않는 질문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것이 무척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나처럼 위로를 얻기도 하고, 더욱 폭넓은 견해를 갖기도 하고, 꿈이 생기기도 한다.
책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우리가 손을 뻗는 책은 모두 제각각이다. 처음 내가 추리소설에 손을 댄 이유는 친구가 없는 데다 너무나 아팠던 시간을 잊고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자기계발서를 우연히 만나고, 나는 너무나 못난 평가를 받는 나와 내 인생을 바꾸고 싶었다.
나에게 세상이 넓다는 걸 가르쳐준 『공부 9단 오기 10단』을 시작점으로써 정말 셀 수 없을 정도의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그중에서 유독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자기계발서에 해당하는 책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인생에 대한 예의』, 『일심일언』 세 권이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은 단순히 성공 신화를 다루는 게 아니라 삶의 철학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노력하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법과 나 자신을 경계하는 법, 자만에 빠지지 않는 법 등 마치 고전 인문을 읽는 듯한 이야기를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통해 읽었다.
그 책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철저하게 내 삶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다양한 고전과 인문, 에세이와 소설을 읽는 데에 기여한 연결점이 되었다. 이렇게 책을 읽는 일은 단순히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새로운 책과 새로운 이야기와 연결해준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저절로 책에 메모를 하면서 생각한 것을 적게 되고, 그 작은 메모가 모이면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비록 처음에는 만족할 정도로 좋은 글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중에 멈추는 일 없이 글을 써나가면 그것이 어느 스펙보다 소중한 나의 자산이 된다.
지금 내가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꿈이자 목표인 ‘나의 사는 이야기를 책으로 집필하기’, ‘일본 서브 컬처 카테고리 번역가의 길을 걷기’는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 꿈이다. 늦은 밤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불쾌한 담배 연기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키보드를 두드리며 쓰는 블로그 또한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모노크롬의 빛바랜 풍경이었던 내 삶은 다양한 이야기로 컬러풀하게 조금씩 칠해졌고, 나는 이제 잿빛 하늘이 아니라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이 글을 우연히 읽은 당신에게 책을 읽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 책을 읽으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 글이 그 의미를 잠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