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복스지의Psychologists surveyed hundreds of alt-right supporters. The results are unsettling을 번역한 글입니다.
버지니아주 샬롯츠빌에 모인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거리낌 없이 나치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고 “유대인은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고 외쳐댔습니다. 횃불을 들고 반대 시위대를 조롱하고 경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꺼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그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무지와 증오로 가득 찬 한심한 종자들이라고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계속되는 극단주의의 확산을 막으려면 도대체 이런 생각과 견해가 어떻게 생겨나서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를 내렸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최근 심리학자 패트릭 포슈너와 누르 테일리는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대안우파 단체 회원들을 연구해 대안우파 운동의 유인 동기와 회원들의 심리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들은 아직 동료들의 심사를 거쳐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은 연구논문 단계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분석한 데이터의 원본도 함께 공개한 저자들은 섣부른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연구의 의의와 한계를 적시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의 완성도는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번 연구는 대안우파에 관한 통념을 상당 부분 확인해주기도 합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한 백인들이 어딘가에 세뇌당해 저렇게 나온다고 무턱대고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보다는 좀 더 정교하게 어떤 이유에서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됐는지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보고서의 내용 대부분이 우리가 대안우파에 관해 가진 직관에 부합하는 편입니다. 이들은 사회적 위계질서가 있다고 믿으며 우월한 부류와 열등한 부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우위에 있는 존재는 물론 백인입니다.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고,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와 같은 사회 운동을 몹시 혐오합니다.
설문조사에서 이들은 “백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명제에 공감하는 정도가 가장 컸습니다. 이들은 또한 흑인, 무슬림, 여성주의자, 기자 등 자신들과 인종, 민족, 직업,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자신보다 열등하거나 진화가 덜 된 이들로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대안우파의 모습과 사뭇 다른 점도 나타났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을 인간 이하로 여기는 정도, 백인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인식, 사이버폭력에 대한 인식 등은 충격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연구의 저자인 아칸소대학교의 포슈너 교수도 지금껏 자신이 연구한 수많은 집단 가운데 이렇게 두드러지는 특징이 나타나는 집단은 흔치 않았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망신을 당할까 두려워 자신이 편견에 물들었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를 심리학자들은 사회적 소망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이라고 부르는데, 편견에 관한 설문에 응답자가 솔직하게 답하지 않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편견에 휘둘려 대단히 비뚤어진 견해를 맹신하면서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부끄럽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쨌든 연구진은 진짜 솔직한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질문을 교묘하게 위장하거나 속마음을 털어놓도록 유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두 저자는 아마존 메케니컬 터크를 통해 스스로 대안우파라고 규정한 사람 447명을 모아 심층 심리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대안우파가 내놓은 답변을 스스로 대안우파가 아니라고 규정한 일반인 382명의 답변과 비교해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이 대안우파 운동 전반을 관통하는 심리를 분석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저자들은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를 다른 극우 단체나 우파 단체 전반에 섣불리 일반화하는 것도 경계했습니다. 단지 이번 연구는 인터넷에서 시간을 들여 질문에 답하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쉽게 벌 수 있는 데 동의한 사람들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온라인상이라 해도 자신을 극우 이데올로기인 대안우파라고 묘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이들입니다. 샬롯츠빌에 모여 대중의 시선 앞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백인 우월주의라는 극단적인 편견을 드러낸 이들과 맥이 통하는 지점입니다.
대안우파와 일반인이 내놓은 답변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 몇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실제로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고 여기는 대안우파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진화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간단한 질문에 연구의 공저자 누르 테일리가 고안한 답안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마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부분일 겁니다. 이 질문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누군가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지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라고 다 같지 않고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여기는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겁니다.
각 집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0~100점 사이로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이었습니다. 0점이면 원숭이나 다름없는, 전혀 인간이 아닌 수준이고, (자신과 같은)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100점을 주면 됩니다.
거칠게 결론부터 말하면 대안우파는 백인이 아닌 집단을 유인원에 가깝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무슬림은 55.4점, 민주당원은 60.4점, 흑인은 64.7점, 멕시코인은 67.7점, 기자들은 58.6점, 유대인은 73점, 여성주의자들은 57점을 받았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에게 위에 열거한 집단은 어떤 이유에서든 인간 이하나 덜떨어진 인간으로 보였다는 뜻입니다. 백인 자신들에게는 평균 91.8점이란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반면 대조군인 일반인들은 각 집단에 골고루 80~90점대 점수를 매겼습니다. 대안우파는 일반인보다 표준편차상 1만큼 더 극단적인 견해를 보인 셈입니다. 포슈너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대안우파가 다른 집단을 인식하는 수준은 평균적인 미국인이 테러조직 IS를 여기는 수준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미국 정부와 군이 IS를 토벌하는 데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정말 놀라운 수치입니다.”
누군가를 해치거나 공격할 때 대상을 얼마나 동류의 인간으로 여기는지가 심리적으로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상대방이 어차피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면 그만큼 거리낌 없이 공격할 수 있는 겁니다. 역사적으로 인종 청소나 대량 학살 같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기저에는 이러한 인식이 깔려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결과는 더욱 섬뜩합니다.
백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안우파
백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필요하다.
이 명제에 동의하는지 아닌지는 대안우파가 내놓은 답변 가운데 대조군과 가장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1~7 사이로 동의하는 정도를 답해달라고 했는데, 두 집단이 내놓은 답변의 평균은 2.4나 차이가 났습니다. 표준편차 1.5에 해당하는 값으로 이런 조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수치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마치 가운데 거울을 놓고 서로 비춘 것처럼 답변이 명확히 갈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안우파는 백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는데, 역사적으로 그런 단체가 백인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한 행동은 이민자나 유대인, 소수 집단과 사회적 약자를 겁박하고 두려움을 자아내 이들을 사회에서 몰아내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흑인을 향한 편견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대안우파
나는 흑인과 가급적 만나는 걸 피한다.
대체로 흑인에 부정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내 믿음에 부합한다.
나는 흑인과 접촉도 가급적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와 같은 명제에 흑인에 해당하는 부분을 여러 인종과 집단으로 대체한 설문조사 문항이 있었는데, 대안우파가 내놓은 답변에는 특히 흑인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평균적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던지면 대개 9점 만점에 2점 정도의 답변이 나온다고 포슈너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 경우 1점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9점이 매우 동의한다는 답변으로 평균 2점이라는 것은 대학생들은 대개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대안우파의 답변은 평균이 3~4점대였습니다. 대안우파가 단지 강한 편견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드러내는 데도 거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신이 저지른 폭력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고 말하는 대안우파
다른 사람을 향한 공격적인, 혹은 폭력적인 행위를 얼마나 저지르는지 물은 문항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그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공개하거나 온라인상에서 다른 이를 신체적으로 해치겠다고 협박하는 일, 남을 약 올려 갈등을 고조하는 행위 등이 공격적인, 혹은 폭력적인 행위에 해당합니다. 대안우파는 대조군인 일반인보다 훨씬 더 폭력적인 행위를 많이 저지른다고 답했습니다.
“대조군의 답변을 보면 대부분 그런 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나 그런 일을 저질러 신고당한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안우파는 거의 예외 없이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포슈너 교수는 또 같은 대안우파 가운데서도 특히 폭력적인 행위에 훨씬 많이 연루되거나 이를 일부러, 앞장서서 저지르는 부류가 있다며 이들을 “대안우파 지상주의자”로 따로 분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대로 대안우파 안에서도 공격적인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데, 연구진은 이들에게는 “포퓰리스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들은 공격성이 상대적으로 약했으며, 앞서 남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여기는지 물은 질문에서도 편견이 덜 했습니다. 이들은 대신 정부가 부패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다만 이렇게 상대적으로 온건한 포퓰리스트 대안우파들도 백인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는 정도나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운동에 반대하는 정도는 지상주의자들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대안우파라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반드시 자신의 밥줄을 조여 오는 경제 상황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대안우파와 대조군인 일반인들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먼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물은 사회성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대안우파는 절친한 친구가 몇 명인지 등 많은 부분에서 일반인들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흔히 극우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도 없이 혼자 외로이 고립돼 극단적인 생각의 굴레에 빠져 지내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대안우파 단체 회원들도 일상적인 공동체의 멀쩡한 일원이었습니다.
통념과 달리 설문에 참여한 대안우파들은 특히 경제 상황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는데, 경제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는 퓨리서치 설문 문항을 그대로 사용한 이번 조사에서 대안우파와 일반인이 경제 상황을 인식하는 정도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안우파가 앞으로 경제 사정이 더 나아질 것이라며 일반인들보다 낙관적인 답변을 내놓았는데, 이는 아마도 현재 대안우파가 좋아하는 인물이 대통령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안우파가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는 건 경제적인 문제보다도 인종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안우파는 (대조군인 일반인보다) 백인들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했는데, 실제로 이민자를 비롯한 외부인이 끊임없이 미국에 유입돼 자신들이 가꾸어 놓은 삶의 터전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실제로 백인이 피해자이며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겁니다.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는 말은 이론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지당한 말인 동시에 상당히 비현실적인 희망이기도 합니다. 문제가 무언지 아무리 잘 알아봤자 해결책을 세우고 실제로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는 일은 엄연히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전히 대안우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조금 더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그런 잘못된 생각의 확산을 막을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포슈너 교수도 이번 연구에 거창한 의의를 두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부분을 어디서부터 바꾸어나가야 할지 그 지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안우파가 실제로 다른 사람을 인간 취급도 안 한다는 점이 큰 문제로 드러나면, 그럼 해결의 실마리도 거기서부터 찾아야 하겠죠. 같은 인간을 우열의 관점으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거나 그런 생각이 굳어지기 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실천 과제가 나올 테니까요.”
연구진은 이 밖에도 몇 가지 직접적인 교훈을 얻었습니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과 공격적인 행위를 실제로 더 많이 하는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편견을 드러내고 싶은 유인을 차단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공격적인 행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죠.”
이번 연구는 이제 첫걸음을 뗀 데 불과합니다. 포슈너 교수는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의 행동과 인식 변화를 앞으로 두고두고 추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이들을 추적하며 데이터를 축적하지는 못하더라도 대안우파의 세계관을 지탱하는 구체적인 신념과 몇 가지 원리를 찾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연구일 거라고 포슈너 교수는 말합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면서 직감적으로 저 사람들이 어떻다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부족하더라도 객관적인 근거를 모아 그를 토대로 이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는 그런 근거를 마련하는 데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겁니다. 동시에 앞으로 해야 할 수많은 과제를 던져준다는 데도 이번 연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