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은 8월 7일 517호 커버스토리 ‘그들의 비밀 대화’ 기사를 통해 통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과 일부 언론이 주고받은 문자를 공개했습니다. 문화일보는 광고를, CBS 전직 간부는 자녀의 채용을, 서울경제 부사장 출신 교수는 사외이사 자리를 부탁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건희 삼성매매 동영상 보도를 언급하며 삼성을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과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이 주고받은 문자 사건은 주요 일간지에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한겨레가 유일했지만, 그마저도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발언 인용 기사)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페이스북에 ‘포털 사이트에서 제 기사는 꽁꽁 숨겨 놓아요. 장충기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기사를 썼는데 이 기사도 파묻어 버렸네요’라며 ‘삼성의 힘은 정말 어마어마해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언론과 삼성이 장충기 문자 사건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포털 메인 노출 없이 군소 언론만 보도, 일부 언론 삭제
네이버에서 ‘장충기 문자’로 뉴스를 검색하면 ‘굿모닝 충청’이나 ‘비즈니스포스트’,’베타뉴스’ 등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군소언론사의 기사만 나옵니다. 유일하게 JTBC 보도를 제외하고는 조중동 등 유명 언론사의 기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니 당연히 네이버 메인에 ‘장충기 문자’사건은 노출되지 않습니다. 8월 8일 오후 2시에 보도됐던 MBN의 <장충기 문자, 재벌-언론 적나라한 유착관계.. 네티즌 “영화가 따로 없다>라는 기사는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매일경제의 한 기자는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구체적으로 도와줄 방법을 알려 달라는 문자를 했다)
장충기 문자에는 ‘네이버와 다음에서 대상 기사들 모두 내려갔습니다. 포털 측에도 부탁해두었습니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지금 포털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일과 너무나 똑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삼성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노출 및 댓글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품기에 충분합니다.
미담 기사로 뒤덮는 언론과 삼성
‘삼성 장충기 문자’ 관련 보도는 나오지 않지만, 삼성의 기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은 삼성을 포장하고 홍보하는 ‘미담 기사’들입니다.
시사인은 지난 8월 8일 ‘삼성 장충기 문자’를 보도했습니다. 이후 8월 10일 갑자기 삼성전자의 인도 사회공헌 광고가 유튜브 누적 조회 수 3억 5천만 건을 넘었다는 기사가 줄줄이 나옵니다.
삼성 사회공헌 광고, 인도서 인기…유튜브 조회 1억3천만 건 (연합뉴스)
인도를 안전하게…삼성 사회공헌광고 인도서 ‘감동’ 물결 (뉴스1)
제일기획의 삼성전자 광고, ‘1억4000만뷰’ 돌파…인도 광고사 새로 써 (조선비즈)
[쪽지뉴스] 인도에서 돌풍 일으킨 삼성 사회공헌 광고 (한겨레, 지면 포함)
삼성 ‘인도 사회공헌 광고’, 유튜브 1억3000만 건 조회 (한국일보, 지면 뉴스 포함)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보도를 걱정했던 연합뉴스는 8월 13일 <삼성전자, 페루 쿠스코에 ‘삼성 스마트 스쿨’ 개소> 관련 뉴스를 줄줄이 보도합니다. 사진과 발행 시간만 다른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계속해서 포털에 올라왔습니다. 사외이사를 부탁했던 서울경제도 <삼성, 페루 最古 학교에 ‘IT 환경’ 구축>이라는 기사를 14일 자 지면에 배치해 보도했습니다.
삼성 인도 광고는 이미 지난 2월에도 보도된 내용입니다. 누적 조회수가 많다고 해도 굳이 ‘삼성 장충기 문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언론이 앞다퉈 보도할 이유가 없습니다. 언론은 삼성에 불리한 뉴스는 감추고, 삼성에 유리한 기사는 보도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아직도 삼성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뻔뻔한 MBC ‘조직 개편 과정에서 있었던 정상적인 인사일 뿐
주진우 기자가 폭로했지만, 포털과 언론이 감추었던 기사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이 MBC 인사에 개입한 정황입니다. 안광한 MBC 사장과 동기였던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을 통한 인사개입이었습니다.
그러나 MBC는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있었던 정상적인 인사일 뿐”이라는 비상식적인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CBS를 제외한 문화일보, 서울경제, 매일경제, 연합뉴스 등은 사과는커녕 입장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사의 일부 기자가 삼성과의 유착 관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언론사 자체가 삼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언론마저 뒤흔드는 삼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가 끝까지 이루어지고 재판이 더욱 공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원문: The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