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 주변 토양·지하수 오염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지난 9일 서울시의 토지오염조사 장비는 용산 미군기지 내부가 아닌 메인포스트 담장 밖에서 작업해야만 했습니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의 원인은 기지 내부에 있지만 미군기지라는 이유로 조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김상동 서울시 토양지하수 팀장은 “기지 내부를 조사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간접적으로라도 주변 지점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미군기지 조사의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유류유출사고만 84건, 1급 발암물질 기준치 587배 초과
시민사회단체(녹색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 주민모임)는 미국 정보자유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유출사고 기록’을 입수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용산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유류유출사고는 총 84건이었습니다. 그중에서 3.7톤 이상 유출된 사고만 무려 7건이었습니다.
2015년 환경부가 조사한 용산미군기지 주변 14곳 중에서 7곳에서 1군 발암물질인 벤젠이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곳은 허용기준치(0.015㎎/L)의 162배가 넘은 2.440㎎/L가 검출됐습니다. 2016년 서울시가 조사했을 때는 최고 587배까지도 검출됐습니다.
캠프킴 주변에서는 석유계통 물질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의 ‘512배’까지도 나왔습니다. 용산미군기지 주변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 상황을 보면, 미군기지 내부는 얼마나 심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 정화 비용 매년 5억 이상 소요
용산미군기지 주변 지하수의 오염물질에 서울시는 정화작업에만 매년 5억 이상 투입합니다. 녹사평역 지하 터널에서 오염 하수가 발견된 2001년부터 무려 80억 이상 소요됐습니다. 문제는 근본적인 내부 오염원을 그대로 둔 채 진행하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서울시는 녹사평역 인근 오염 지하수 정화비용으로 7차례 소송을 벌여 지난해까지 63억 원을 환수했습니다. 캠프킴의 5차례 소송 금액 15억 원까지 합치면 총 78억 원 규모입니다. 그런데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에 따라 받은 정화비용은 미군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배상한 것입니다.
근본적인 오염 주체인 주한미군은 ‘제대로 정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기름유출이나 오염은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제대로 보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16년째 조사도 못 하는 용산 미군기지
2013년 6월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1년 서울 용산 미군기지 주변에서 기름유출이 발견된 후 12년이 흐른 지금 유출이 지속되고 그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은 확산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면서 그 원인이 “오염원인 용산 기지 내부를 조사해야 하지만 주한미군 당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시장은 “아무리 미군기지가 면책특권이 있고 SOFA에 의해 규제된다고 하더라도 서울의 땅과 지하수가 이렇게 오염되고 있는데 출입도 못 하고 조사도 못 하고 따라서 본질적인 대책도 세울 수 없다니!”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박 시장이 미군기지 내부를 조사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글을 올린 지 4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군기지 내부를 조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산기지 내 8군 사령부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용산공원’으로 바뀔 예정이지만 기지 내부가 얼마나 오염됐는지 몰라 내부 오염원의 정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정할 수도 없습니다. 미군이 주둔하는 땅이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안보와 별개로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에 화가 납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