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습니다.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의 파문이 커져가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신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식품 안전, 검역의 철저성, 소비자를 위한 성분 표시 등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불안은 현실화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었습니다.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시 소재 8만 마리 규모의 산란계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피프로닐이란 주로 개나 고양이의 진드기, 벼룩 등을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닭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닭은 사람이 먹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피프로닐을 다량으로 섭취하면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닭을 사육하는 농가에서 피프로닐을 사용하는 이유는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더운 여름이면 기승을 부리는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서 이를 사용합니다. 당연히 닭은 모두 바깥으로 빼낸 후에 피프로닐을 뿌려야 하지만 그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서 닭이 있는 가운데 피프로닐을 뿌렸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닭은 살충제 성분을 맞았고, 알은 살충제 계란이 되었습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은 농가의 책임성 없는 사육과 정부 당국의 철저하지 못한 감독 때문에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까요? 달걀이 사용되는 곳은 너무나 많습니다. 일반 달걀뿐만 아니라 튀김의 반죽, 빵, 과자 등등….
아울러 살충제 달걀 파문은 다른 곳으로도 번져나갑니다. 과연 알을 낳는 닭과 고기로 사용되는 닭은 다를까요? 돼지나 소, 오리는 괜찮을까요? 고기 말고 채소는 괜찮을까요?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은 기실 인간의 먹거리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가 터져 나온 것입니다. 우리는 모르지 않았습니다.
- 우리가 먹고 있는 달걀은 고작 A4 크기보다 작고 좁은 케이지에 갇혀서 평생 살아가는 닭에서 나온다는 것을
- 우리가 먹고 있는 치느님은 하늘에서 온 것이 아니라 비좁고 더러운 곳에서 왔다는 것을
- 우리가 먹고 있는 돼지고기는 좁은 우리 안에세 공장식으로 길러지고 있다는 것을
- 우리가 먹고 있는 소고기는 항생제를 비롯한 많은 약물을 맞아가며 컸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는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를 고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내 몸을 위해 건강한 식사를 하기보다는 고기가 주는 식감을 더 사랑했고, 조금 더 지갑을 열어서 가축들이 조금은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하기보다는 저렴한 고기를 먹고자 하였습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에서 우리는 그저 가축 농가와 정부만을 탓할 수 있을까요?
공장식 가축을 하지 않으면, 각종 약물을 투여해서 가축을 빨리 키우지 않으면 이익이 남지 않는 현실, 모든 가축 농가가 동물윤리를 지키면 현대인들의 고기 소비량을 채울 수 없는 현대인들의 고기 사랑, 하림이나 마니커와 같은 대형 육가공업체의 횡포.
결국에는 지나치게 많은 고기를 소비하는 우리가 있기에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까요? 알았지만 모르는 척을 했고, 문제점을 알면서도 금방 잊었습니다. 별일이 있을까 하구요.
고기뿐만 아니라 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채소를 위해서 오래전부터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많은 농가에서 유기농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유기농의 특성상 손이 많이 가고 이에 따라서 일반 농산물에 비해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들이 비싸다는 이유로 유기농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솔직히 차이도 모르겠고, 너무 비싸요.
지금도 대형마트 1000원 코너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다소 신선도가 떨어지고, 흠집이 난 농산물을 저렴하게 파는 코너에는 사람들의 방문이 잦지만 유기농 코너에는 갈수록 사람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경기가 어려워서 그렇겠지만 소비자가 스스로 건강한 음식 재료를 찾으려고 하고, 농민들의 수고에 정당하 대가를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에 따른 위험을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의 위기는 모든 생명체의 위기입니다. 점점 더워지는 지구의 환경으로 인해서 인류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고, 각종 병충해는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농사짓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가축들은 갈수록 더워지는 날씨를 견디지 못해 폐사하고 있구요.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은 병충해를 없애기 위해서 더 많은 농약을 칠 수밖에 없고, 가축의 건강을 위해서 더 독한 약물을 투여하고 있으며 과학은 GMO라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은 그저 무책임한 농민과 정부의 책임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인류가 지금 먹고 마시고 있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음식을 먹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재료의 다양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밀, 맥주, 커피 등 거의 모든 것들은 인류의 과잉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 가장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소수의 종자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생산의 과정에 대형 유통업체가 개입하면서 ‘좀 더 싸게, 좀 더 많이’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점점 내성이 강해지는 병충해를 막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건강하지 않은 음식은 멀리하고, 생산자들을 힘들게 하는 자본의 접근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무엇보다도 ‘싼 음식 = 착한 음식’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과하게 먹지 않는 것도 필수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구제역과 조류독감, 말벌의 급증. 우리는 여기에서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