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회의》 446호 특집 ‘라이트노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기획취지를 필자가 공유한 글입니다.
라이트노벨은 다른 장르소설과의 경계가 모호하고 처음부터 분명한 정의가 없었기에 아직까지도 미지의 대상이다. 굳이 정의하자면 “표지 및 삽화에 애니메이션 풍의 일러스트를 사용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대중소설”로 정리할 수 있겠다. 삽화를 넣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라이트노벨 독자들도 있기 때문에 삽화가 장르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정의의 애매함을 차치하더라도 만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 다른 장르와의 경계를 넘나들며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원천 콘텐츠, 미디어믹스 콘텐츠로 활용 가능한 라이트노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또한 일본에서는 라이트노벨 작품이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라이트노벨과 일반소설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어 그 흐름을 주목해볼 만하다.
오쓰카 에이지(大塚英志), 아즈마 히로키(東浩紀), 신조 가즈마(新城カズマ) 등의 문화평론가들은 라이트노벨을 포스트모던 시대에 간과할 수 없는 새로운 콘텐츠라고 보기도 한다. 이에 《기획회의》에서는 라이트노벨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라이트노벨로 대표되는 새로운 콘텐츠의 징후를 살펴본다.
라이트노벨, 너의 이름은
라이트노벨(ライトノベル)은 일본에서 생겨난 장르 중 하나로 애니메이션 풍의 삽화와 더불어 누구나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류를 통틀어 일반적으로 라이트노벨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삽화가 장르를 구분 짓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라이트노벨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한다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되 캐릭터와 서사가 강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오락형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라이트 노벨은 일본 출판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과 연관이 깊어 강력한 팬덤과 오타쿠층을 가진다. 또한 만화와 게임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라이트노벨이 원류가 되어 다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미디어믹스 되므로 상업적 가치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커지고 있다.
라이트노벨은 대체 무엇인가. 로맨스, 판타지, 유럽과 미국 등의 YA소설과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일본의 라이트노벨과 우리나라 라이트노벨의 차이는 있는가. 라이트노벨의 정의를 알아본다.
라이트노벨 20년, 동향과 전망
소위 장르문학이라고 한다면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문학이라는 전제를 깔고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허버트 겐스의 경우 ‘취향 문화론(taste culture)’을 통해 고급문화/저급문화란 없다며 누구나 자기 취향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 지금 고전으로 불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도 당시 프랑스에서는 대중소설, 통속소설에 속했다. 라이트노벨은 표지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풍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지만 속은 전형적인 소설의 형식을 취하며 내용은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정서가 그대로 스며들어 가 있다.
라이트노벨은 최근까지도 일본 전체 출판 시장의 1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과 연관이 깊어 오타쿠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다. 라이트 노벨은 캐릭터가 명확하고 강력하여 캐릭터가 서사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라이트 노벨의 또 다른 뿌리라 할 수 있는 롤플레잉(RPG) 게임의 영향을 받아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라이트노벨도 많다.
이 같은 특징을 보면 게임 유저가 손쉽게 라이트 노벨 독자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라이트노벨이 TV나 게임, 애니메이션에 친숙한 요즘 독자들에게 새로운 책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라이트노벨 20년의 동향을 살펴보며 라이트노벨의 전망을 이야기해본다.
일본은 왜 라이트노벨을 좋아할까
서브문학으로 취급받던 라이트노벨이 최근 2007년 미시마 유키오상을 수상한 사토 유야, 2008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쿠라바 가즈키 등 출신 작가들의 연이은 문학상 수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라이트노벨 전문잡지가 창간되고 라이트노벨과 관련한 레이블, 출판사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라이트노벨 작가의 작품이 중국, 한국, 타이완, 홍콩에서 동시 발매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국적을 초월한 라이트노벨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큰 인기에 힘입어 신진작가들도 계속해서 유입되어, 2011년 기준으로 가도카와 그룹의 신인 응모작만 연 1만 건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라이트노벨의 대중적이고 강력한 캐릭터, 스토리성은 국적을 초월한 인기의 요인이 될 수 있었다. 라이트노벨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반응을 살펴봄으로써 일본에서 라이트노벨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일본의 문학평론가, 인문학자 등은 라이트노벨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라이트노벨로 코스닥 상장, 디앤씨미디어
장르소설 전문 출판기업으로 주로 판타지 소설을 출판해오던 ‘디앤씨미디어’가 8월 1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웹소설 플랫폼 업체 가운데 처음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2012년 설립된 디앤씨미디어는 파피루스, 파피러브, 시드노벨, L노벨, 이타카 등 판타지·무협 장르문학 브랜드를 보유했으며 웹툰 만화와 게임 제작에도 진출한 상태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44% 이상이며 작년 매출액은 188억 원, 영업이익은 36억 원이다. 이 중에서 종이책 매출은 78억 원을 차지했다. 2014년에 매출 30%를 차지하던 전자책 비중은 올해 1분기 59%까지 성장했다. 디앤씨미디어는 코스닥 상장으로 유입되는 공모자금을 콘텐츠 수급 안정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가와의 계약 체결 확대, 장르별 공모전 확대, 해외 판권 확대 등에 투자하며 격년마다 열리던 라이트노벨 행사도 연례로 전환한다. 일본 라이트노벨 분야의 대형 기업과 직거래 계약도 체결했다고 한다. 디앤씨미디어 신현호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라이트노벨 출판산업을 총체적으로 돌아본다.
국내 창작 라이트노벨의 현재와 가능성
2007년, 최초로 한국 창작 라이트노벨 레이블인 ‘시드노벨’이 설립된다. 시드노벨은 디앤씨미디어의 라이트노벨 레이블로, ‘한국인이 쓰는 라이트노벨’을 표방하며 주목을 받았다. 시드노벨은 공모전을 개최하고 작품을 모집한 후 빠른 시간 내에 시리즈 여러 권을 출판하는 일본의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여 한국 독자에게 직접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창작물의 경우 라이트노벨을 읽고 자라난 한국 독자의 직접적인 참여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그뿐 아니라 출판사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일본의 작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좀 더 능동적으로 출판과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한국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의 신화, 한국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야간자율학습과 같은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일본 라이트노벨과 차별성을 두었다. 현재 국내 라이트노벨의 판매율은 로맨스, 판타지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많은 라이트노벨이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미디어믹스 되고 있다.
라이트노벨은 그 특징상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장점을 가진 강력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욱 주목된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해외 관계자들이 국내 라이트노벨에 큰 관심을 보이는 등 국내 창작 라이트노벨의 가능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시드노벨’ 편집자에게 국내 창작 라이트노벨의 현재와 가능성에 대해 세세하게 들어본다.
원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