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요즘 퀀트가 버블이다. 너도나도 백테스트 수익률들을 들이밀며 (사실 백테스트를 제대로 했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 본인들만 따라 하면 떼부자가 될 것처럼 훈장 놀이를 한다. 그러나 실제로 퀀트 전략으로 운용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MP와 AP는 하늘과 땅까지는 아니지만 대기권과 성층권 정도의 차이라는 걸.
각종 백테스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아카데믹하게는 가능할지 몰라도 (물론 걔중에 아카데믹한 요소로 접근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수수료 혹은 비용이다. 인덱스펀드의 아버지 존 보글의 책 『승자의 게임』을 관통하는 내용 또한 ‘비용의 최소화’ 이다.
그렇다면 과연 비용이 당신의 성과를 얼마나 갉아먹는지 확인해보자. 테스트할 전략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저PBR 전략으로 한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PBR이 낮은 50종목을 매수하는 전략이다. 코스피 종목으로만 테스트하였으며, 천 원 미만 종목은 제외하였다. 리밸런싱은 매월 하도록 한다.
먼저, 일반적인 인터넷 백테스트가 말하는 것처럼 매매비용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단순 결과만 보면 예술이다. 매해 20%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는 게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포트폴리오가 현실적이지 못한 요인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전 종목에 투자할 경우 매우 극소형주도 매수한다는 가정이 포함된다. 또한 리밸런싱시 매수 가격이 전일 종가와 같다는 가정도 포함된다. 매매비용도 없고, 세금도 없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HTS 앞에서 알주식을 트레이딩 해본 사람은 안다. 소형주의 경우 얼마나 호가갭이 얇은지를.
슬리피지 비용은 예상 이상으로 당신의 성과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 50 종목 정도가 아니라 몇백 주 단위의 바스켓 매매, 거기다 동일가중이 아닌 시가총액가중으로까지 매매한다면 포트폴리오 내에서 매수해야 할 소형주 양은 매우 작게 되어 매매 비용이 그렇게 큰 데미지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동일한 테스트에 매수/매도 시 30bp (0.3%)의 비용이 든다고 가정하자. 물론 소형주를 매매할 경우 이것보다 슬리피지 비용은 더욱 클 수 있다.
매매비용 고려 전과 후의 비교이다. 물론 꾸준한 수익을 내며 뛰어난 성과를 내는 전략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연평균 수익률이 24.89%에서 23.37%로 1.5%P가량 줄어들었다.
연간 턴오버의 경우도 400% 가까이 보이며 비용이 증가할수록 성과를 갉아먹는 폭 또한 커지는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다. 저PBR 전략이라 이정도이지 모멘텀 전략을 테스트하면 감당이 안 되는 턴오버가 나온다.
이번에는 동일한 전략의 매매비용을 매우 낮은 0.10% 수준에서 1.50%까지 늘려가며, 또한 리밸런싱 주기를 매월에서 3, 6, 12개월 주기로 바꿔가며 매매비용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보도록 한다.
매매비용이 커질수록 성과 감소 폭은 심해지며 트레이딩 주기가 길어질수록 턴오버는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많이 테스트 되는 매월 리밸런싱, No Fee의 경우 연율화 수익률이 24.89%를 보이지만 매우 보수적으로 비용을 1.5% 정도로 감안하였을 경우 (어쩌면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다)연율화 수익률이 17.45%, 기존 대비 무려 29.89%가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차이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긴 기간 동안 투자하였을 때 누적 수익률이 47.91 에서 15.68까지 줄어들게 만드는 결과를 보인다.
반면 트레이딩 주기가 길면 길수록 낮은 턴오버로 인해 매매비용으로 인한 데미지가 줄어들어 비용 간 차이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거래비용에 성과 깎이는 줄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