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난 단지 치킨을 주문했을 뿐인데,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에 대한 배달의 민족 공식 입장 및 조치 사항이다. 홍보실장 류진 님 개인 계정으로 내 페이스북에 댓글 형식으로 전달되었다.
기존 글의 하단에 추가할 수도 있었지만, 이 글은 몇 가지 이유로 반드시 독립 컨텐츠로 소개하고 싶었다. 특히 PR을 공부하거나, 그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고, 이 글을 둘러싼 모든 정황에 대해 반드시 잘 살펴보기 바란다. 단언하건대, 지난 수년간 내가 본 최고의 PR 액션이며, 거의 완벽하다.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파악이 안 되었어도 일단 초기 대응으로 불필요한 오해의 확산을 막고, 회사의 노력을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글은 금요일 오후에 작성 및 업로드되었으며, 카톡으로 배달의 민족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전달된 것이 6시 정각이다. 내 페이스북에 아래 배달의 민족의 글이 달린 것은 토요일 오전 10시 14분. 모두가 늘어지는 불금을 지나는 16시간 14분 만에 배달의 민족은 공식적인 분석/입장/조치계획을 내놓았다.
“16시간 14분 만에 공식적인 분석/입장/조치계획”
이게 진짜 대단한 거다. 기획자인 지인에게 전달된 컨텐츠가 개발팀에 전달되고, 그 사이 또 누군가 관련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하룻밤 만에 홍보팀을 통한 입장이 나왔다. 커뮤니케이션 창구 일원화를 위해 홍보팀이 전면에 나서긴 하지만, 홍보팀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홍보팀이 전권을 휘두르는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는 딱 한 경우다. 미디어 관리를 통해 입막음하는 경우. 난 개인적으로 오너와 사장이 대중 앞에서 나서는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회사는 대부분 실제 이상의 뭔가를 얻고자 하며, 상당수 회사 내 감추고 싶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그런 이유로 배달의 민족도 내심 그리 곱지 않은 눈으로 봤으며, 뭔가 블로그에서 까댈 약점을 기대하고 있었다. 오늘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정도의 업무 시스템을 갖춘 회사라면 어느 정도는 신뢰해도 좋겠다.
세부적인 내용 역시 훌륭하다. 사안에 대한 공감을 먼저 언급했으며, 세부적인 경위 파악 과정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배달의 민족은 이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동시에 그동안 이와 관련된 배달의 민족의 노력을 소개한다. 이 피드백 이전에 나는 배달의 민족이 어떠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왔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내 선도자로서의 책임의식에 대한 자각과 현재 가능한 최선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어느 하나 모자람과 과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확산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조치이다. 이 글은 매체에 소개된 것도 아니고, 비교적 멀리 퍼져나가긴 했으나 개인의 블로그에 올려진 글이다. 본문에서 이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 앱,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잘못은 아니라고 밝혔으나 언급만으로 오독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개인 소비자의 글이라고, 아직 별 영향이 없다고, 우리 문제는 아니라고 그냥 무시하지 않은 점에서 큰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지금까지의 블로그 글 중에 파급력이 가장 컸던 「잡지사 페이스북은 실제로 광고 가치가 있는가」때의 잡지사들의 액션과 비교해보자. 단 한 매체도 이에 대한 액션을 하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광고주 찾아다니며 무마하려고나 했지.
내가 아는 것으로 적어도 두 매체가 내가 누군지 찾으려고 동네방네 알아보고 다녔고, 한 매체는 나를 아는 누군가로부터 “걔 그냥 둬. 골치 아파질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니 내가 어떻다고…)
어느 매체인지 알 수는 없으나, 네이버에 신고까지 한 듯 하다. 한동안 네이버에서 이 글이 사라졌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된다고, 그걸 검색제외 조치한 네이버도 이해 안 가지만. 지금은 다시 나온다 이놈들아.
아래는 페이스북에 남겨진 배달의 민족 홍보실장 류진님의 피드백이다.
Brandon 님이 쓰신 “난 단지 치킨을 주문했을 뿐인데,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제하의 글(본 포스팅 링크)을 접하고, 저 역시 종종 배달음식이나 택배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적잖이 놀라고 걱정했을 수많은 이용자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 봤습니다.
배달음식 이용자에 대한 정보 보안 및 안전 문제는 배달의민족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고 지속적해서 노력을 기울여 온 부분인지라, 이번에 제기하신 문제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모든 분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고 여기 댓글을 남깁니다.
우선 전화번호, 주소 등 배달음식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돼 범죄에까지 악용될 수 있다는 Brandon 님의 지적에 배달앱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했으며,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 말씀 드립니다. 지금 이 댓글 형식의 글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정확히 어디에 있으며, 또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당장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에 대해 Brandon 님의 글에 덧붙이는 형식으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에 제기하신 문제는 (Brandon 님도 글에서 지적하셨듯이) 사실 배달앱과 직접 관련이 있다기 보다는 각 배달음식 업소에서 일부 ‘문제가 있는’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할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방식이 배달앱을 통하건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건 발생할 수 있는 일인 것이지요.
배달의민족에서는 (배달앱이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달음식 이용자 누구라도 잠재적으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크게 받아들여, 애초 Brandon 님의 글에서 예시된 ‘문제의 배달대행 업체’가 어디인지 알아보고자 어젯밤부터 긴급히 일차적인 확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아래 인용된 것처럼 Brandon 님이 자신의 글에서 요청한 바이기도 하지요. “주변에 주문배달서비스(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전달해주기 바란다. 비록 그들의 서비스는 아니지만 배민과 요기요의 주문내역도 이 서비스에서 다루고 있으니, 어쩌면 대상과 방법을 알 수도 있다.”
저희 자체 조사 결과, 배달대행 업체 중 ‘와**스*어’라는 곳에서 Brandon 님이 예시로 보여주신 것과 동일한 문제가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업체는 배달의민족과는 계약 관계는 물론, 어떠한 직접적인 비즈니스 관계도 맺고 있지 않은 곳이라 배달의민족에서 고소•고발 등 직접 어떤 조치를 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들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 ‘와**스*어’는 직접적인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업체로 파악된 만큼, 해당 업체에 연락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시급히 대응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배달음식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해야 하겠습니다.
- 배달음식점 중 ‘와**스*어’를 사용하고 있는 업소의 업주 분들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 해당 업체의 사용을 중지해 주실 것을 강력히 권고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배달의민족 등록업소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공지를 준비되는 즉시 진행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 한편, ‘와**스*어’ 외에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행업체들이 더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 배달업계 전체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동으로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합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앱 업계 선도 주자로서 이용자 고객이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물론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더욱 편안하게 배달음식을 즐기시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일례로 배달의민족은 올해 초 배달앱 최초로 ‘안심번호’를 도입해 주문자의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했으며, 최근에는 주문번호 변경 및 조작을 통한 제3자의 정보 조회가 불가능하도록 보안 조치를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고객의 정보를 소중히 하고, 외부 유출 및 악용 소지를 원천 차단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 이번 문제 제기를 계기로 고객 정보보안 문제에 대한 경각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업계 전반에 보안 관련 노력이 한층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배달의민족에서도 적극 협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Brandon 님께서 필요하다고 여기실 경우 제가 지금 댓글로 드린 내용을 원문에 추가 반영해 주시거나, 혹은 후속 글의 형태로 소개해 주시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제안 드려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