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을 때 열에 아홉은 이어폰을 꽂은 채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음악이 우리 삶 속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실감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장르, 그리고 다양한 국가의 음악을 즐긴다. 카세트 혹은 씨디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듣던 시기와 비교할 때 스마트폰 그리고 음원의 세대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와 유사한 모습이 공연 문화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크나큰 곳에서만 열리는 콘서트가 공연의 전부인 줄 알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다양한 장르, 규모, 형식의 공연들이 매 순간 열리고 있다.
오늘은 수많은 종류의 공연 중에서 당신이 모를 수도 있는, 그리고 색다르면서도 금전적으로 부담 없는 공연 3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1. 리스닝 세션
첫 번째로 소개할 공연은 흔히들 음감회(음악감상회)라 부르는 <리스닝 세션>이다. 리스닝 세션은 아티스트가 관객들을 초청하여 본인의 음악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공연인데, 발매 예정인 앨범을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음악 애호가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음감회는 일반적으로 무료로 진행되며 사전 신청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다면 앨범 감상이 끝난 후, 아티스트의 라이브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위 사진은 6월 4일에 열린 슬릭(Sleeq)이라는 아티스트의 리스닝 세션 현장을 담은 사진이다. 공연은 홍대 워드 커피(Word Coffee)에서 진행되었으며, 아티스트는 첫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자신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붙여 공간을 적극 활용했다. 리스닝 세션에는 앨범의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 역시 빠지지 않는데, 아티스트는 관객의 질문이나 진행자가 준비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전한다.
이처럼 리스닝 세션은 다른 공연 형식에 비해 아티스트가 직접 연출하고 준비할 수 있는 범위가 넓기에 다양한 형태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남들보다 빠르게 신규 발매 앨범을 듣고 싶은, 혹은 앨범을 들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해소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2. Beat Poetry
일반적인 공연의 형태에서 관람객들은 보통 수동적인 입장에 놓이게 된다. 아티스트가 일방적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소개하는 <Beat Poetry>는 이러한 틀을 완전히 깨버린다. <Beat Poetry>는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컨셉 아래 공통된 주제로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이야기하며 소통한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에서 관객과 아티스트를 구분하는 무대라는 경계선은 희미해진다. 관객 역시 무대에 직접 올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때문이다.
Beat Poetry는 포이트리슬램의 문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말하는 것 자체 그 의미에 집중하는 공연이며 말하는 행위를 통해 모두가 자신을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그 무대는 또 다른 예술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 공연기획자 조윤상
아티스트의 공연 시간과 관객의 이야기 발표 시간으로 구분되는 <Beat Poetry>는 50명 정도의 관객과 함께 하는 소규모의 구성으로 진행된다. 역시 무료로 진행되며 사진 신청을 통해서만 참여가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규모로 진행되는 형식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매회 다른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을 통해서 관객들이 무대 위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공연이다.
3. Urban Jam Day
알게 모르게 우리가 듣는 음악들 속에는 재즈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샘플링이나 악기의 유사한 구성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재즈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재즈힙합’에 대한 수요의 증가가 이러한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고, 클래식한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다.
그러나 재즈에 대한 관심이 재즈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직결되지는 않은 듯하다. 재즈 공연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 혹은 나이 든 사람들이 주로 즐긴다는 인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합정에 위치한 재즈클럽, 클럽 에반스의 <Urban Jam Day> 공연은 색다르면서도 남녀노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재즈 공연이다.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되는 <Urban Jam Day>는 재즈 장르의 전형적인 연주 방식인 Jam이라는 즉흥연주를 컨셉으로 잡고 있다. 1부에는 호스트 밴드가 1시간가량 연주를 펼친다. 호스트 밴드의 연주 역시 충분히 귀를 자극하지만, 의 진짜 매력은 2부에서 드러난다.
공연 당일, 악기를 소유한 관객 지원자와 호스트 연주자들과의 Jam 공연이 펼쳐지는데, 당일 처음 본 관객과 호스트 연주자의 합주는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이다. 입장료 7,000원을 지불하고 음료 하나만 주문하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Jam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앞서 말했던 3가지 공연들은 기존의 공연의 형식과는 조금 다르다는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속에는 분명 또 다른 색다른 공연들이 존재할 것이다. 더 많은 공연들을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아쉬우면서도, 이제라도 소개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끝으로 많은 이들이 관심의 변두리에 위치한 공연들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모른다는 사실이 곧 그 공연의 퀄리티가 낮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 않은가.
원문: URBANPOLY / 필자: 강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