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상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감사 표현을 한다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현재까지 감사(Gratitude)에 대한 심리학 연구들을 종합하면, ‘감사하기’는 긍정 정서, 주관적 안녕감, 낙관성, 희망, 활력, 친사회적 행동, 영성(spirituality), 적응력, 자기효능감, 자아존중감, 사회적 지지, 행복, 대인 관계에서의 만족 등 풍부한 긍정적 심리 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평소에 당신은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가? 스스로에 대해, 혹은 주위 사람이나 세상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는가? 만약 충분히 감사하며 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장 감사 연습을 시작하라. 돈 들이지 않고도,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심리적으로 온갖 좋은 효과들은 다 누릴 수 있는 매우 좋은 습관이다.
“그런데 감사하려 해도, 딱히 감사할 일이 없어요.”
이는 대개 여러분이 감사에 대한 매우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갖게 되는 생각이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반드시 거창한 도움을 받았을 때만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분명히 감사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감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혹은 감사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감사, 세상/환경에 대한 감사,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감사에 이르기까지, 여러분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다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 또한 감사할 일을 찾는 하나의 요령이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길을 걷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일을 하거나, 여가 생활을 즐기거나 등등 여러분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당연한 활동들을 낯설게 보는 것으로, 여러분은 새삼 감사할 일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감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로 ‘감사일기’를 권한다. 매일매일 한 가지 이상씩, 다양한 대상에 대해 감사할 수 있었던 일들을 찾아 기록해보는 활동이다. 감사일기에는 특별한 형식은 없다. 어떤 대상에 대해 감사할 것인지, 어떤 일로 말미암아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되었는지, 감사의 표현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 감사와 관련된 여러분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기록해 나가면 된다.
만약 혼자 하는 것이 지루하고 따분하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감사 스터디’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평소의 감사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보거나, 감사 습관으로 인해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다면 좋다.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모이고 모여 어떤 놀라운 변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부터 당장 작은 습관을 하나 만들어보길 바란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재능이다: ‘감사 성향’
그런데 여러분은 감사하는 것도 재능이자 성격의 일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심리학자들은 정서적, 인지적인 관점에서 ‘감사하기’의 일반적 특징들을 살피는 한편, 개인차(individual difference) 변인으로서의 ‘감사하기’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즉, 사람에 따라 유독 감사하는 마음가짐이나 행동에 익숙한 이들이 있는데 그것이 단순히 환경적인 변인에 따른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왜 똑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한편,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못한 것일까? 혹시 ‘감사 잘하는 성격’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개념이 바로 감사 성향(Grateful Disposition)이라고 하는 것이다. 감사 성향은 한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비교적 일관된 자질의 하나로 여겨지며, 감사 성향이 높은 이들은 일상에서 감사의 마음을 경험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일상에서 감사할 만한 일들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감사 성향은 구체적으로 어떤 하위 요인들을 갖고 있는가? 즉, 감사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어떤 점에서 특별할까? 심리학자들은 감사 성향을 측정하는 도구를 개발하며, 다음과 같은 하위 요인들을 포함시켰다. 강도, 빈도, 범위, 밀도. 하나씩 설명해 본다.
- 강도란, 개별 긍정적 사건에 대해 감사의 정서를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가에 관한 것이다.
- 빈도란, 평소 감사할 만한 긍정적 사건들을 얼마나 빈번하게 지각하는가와 관련이 있다.
- 범위란 얼마나 다양한 대상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가령, 주위 한 두 사람에 대해서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경우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아가 세상/환경에 대해, 그리고 스스로에게까지 각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경우 우리는 ‘감사의 범위가 넓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밀도란 개별 긍정적 사건에 대해, 얼마나 다양한 대상들에게 감사할 수 있는가와 관련이 있다. 아침에 부모님이 식사를 차려주신 사건에 대해, 우리는 음식을 차려주신 당사자인 부모님께 기본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식탁 위에 다양한 반찬이 오를 수 있도록 해주신 농부 아저씨나 어부 아저씨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혹은 종교인이라면 절대자에 대한 감사를 또한 가질 수 있다.
감사 성향의 하위 요인들은 우리가 감사 성향을 키우기 위해, 즉 감사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을 습관으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우리 삶의 안녕감에 도움을 주는 안정적 자질로 구축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준다. 다시 말해 단순히 자주 감사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도와 빈도, 범위, 그리고 밀도를 넓혀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 스치듯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때로는 눈을 감고 ‘감사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반추(反芻)해보면 어떨까?
- 감사할 일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 하루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풍부히 채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 특정 대상에 대한 감사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로, 나를 둘러싼 크고 작은 환경에게로,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도 수고해 준 나 자신에게로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어보는 것도 좋다.
- 세상은 더없이 복잡해져만 가고,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바,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감사할 수 있는 대상도 결코 하나일 수 없음을 기억하자.
그러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는 영악한 사람들이 많아 매번 감사하며 살다가는 ‘호구’가 되고, 타인들에게 이용당하기 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타인들에 대한 감사를 반복하다 보면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될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감사 성향이 높은 사람, 곧 감사하는 마음을 즐길 줄 아는 이들은 다른 것에 대해 감사하는 한편 스스로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감사의 마음을 표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앞서 ‘감사하기’가 ‘자아존중감’과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을 상기해보라). 타인을 존중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호구’가 되겠는가? 아니다.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결국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을 속이는 데 급급한 사람들이 ‘호구’가 되기 쉽다.
무릇 누군가 감사에 능하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 사람의 도량이 얼마나 넓은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원문: 허용회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