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닭갈비, 나주 곰탕, 의정부 부대찌개, 천안 호두과자, 남원 추어탕 등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유명한 먹거리가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전주 ‘비빔밥’에 대해서 잡담을 해보고자 합니다.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 ‘삼각김밥’, 가장 잘 나가는 메뉴 2가지는 ‘참치 마요네즈’와 ‘전주비빔’입니다. 지역마다 맛있는 먹거리는 많은데, 유독 전주비빔밥만 삼각김밥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전주 시민들은 비빔밥을 잘 먹지 않는데도 말이죠. 가장 유력한 설은 삼성그룹의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 때문이라는 설입니다.
1960년대, 이병철 창업주는 전주에 위치한 회사(전주제지)로 출장을 갈 때마다, 비빔밥을 즐겨 먹었습니다. 그러나 서울과 전주는 거리가 상당하죠(약 200km). 전주에서 먹었던 그 ‘맛’이 자꾸 생각나자, 즐겨 가던 식당의 사장님에게 서울에도 점포를 낼 것을 권유하셨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단골 식당을 운영하던 할머니께서는 명동에 전주비빔밥 식당을 차리셨습니다. (아직도 있습니다)
명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음식 코너에 전주비빔밥이 등장한 것도 이때쯤이라고 하니, 故 이병철 창업주의 전주비빔밥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가장 신빙성이 높은 가설일 뿐, 100%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한 93% 정도?
시작은 이랬지만, 전주비빔밥이 유명해진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지역에 음식 이름을 붙인 마케팅의 시초’라고 생각합니다.(무려 50년 전에 마케팅을 시작하다니!) 60년대에도 물론, 지역별로 유명한 먹거리는 존재했습니다만 해당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몰랐습니다. 홍보가 잘 되지 않았죠. 물론 홍보라는 단어 자체가 필요한 시절도 아니었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백화점에서 파는 음식이 ‘고급스럽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수료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백화점’ 자체가 고급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죠. 명동 신세계 백화점의 음식 코너에 판매되는 ‘전주비빔밥’을 먹은 사람들은 집에 가서 ‘내가 오늘 백화점에서 비싼 전주비빔밥을 먹었어! 역시 비싼 값을 하더라고~’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정리하자면 지역+음식의 마케팅, 거기에 백화점에서 파는 ‘고급 음식’ + 50년의 세월을 거쳐, ‘전주비빔밥’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50년 전에도 오늘날처럼 놋그릇에 색색 고명이 가득한 비주얼이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주비빔밥은 외식업체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전주는 조선을 세운 왕족(전주 이씨)이 있고, ‘양반’의 도시로 유명했기 때문에, 음식에도 고급 느낌이 물씸 풍기는 음양의 오행사상(오방색)이 있다고 포지셔닝하기가 용이했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흔히 떠올리는 전주비빔밥에는 여러 색색의 고명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청적황백흑의 5개 색이 조화를 이룹니다. 예로부터 오방색은 우주를 나타낸다고 했죠.(중국에서 유래된) 음과 양의 기운이 하늘이 되고 목, 화, 토, 금, 수의 오행을 상징한다고 하는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오방색을 따로 검색해보시기를)
그 외 잡다한 지식
놋그릇과 전주비빔밥은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조선시대에 양반들은 놋그릇(유기)에 밥을 먹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가 양반…
전주비빔밥은 우주식량으로도 공급됩니다. 러시아가 먼저 제안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국제 우주정거장(ISS)과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한식의 세계화, 아니 우주화
1997년 마이클 잭슨이 무주를 방문했는데, 호텔에서 고추장 대신 간장을 넣은 비빔밥을 제공했습니다. 이에 반한 마이클 잭슨은 한국에 올 때마다 ‘호텔식’ 전주비빔밥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 뒤로 신라호텔에서 아예 외국인용 비빔밥 메뉴를 만들었는데 대히트를 칩니다. 그걸 보고 대한항공에서 기내식으로 전주비빔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무리하며
전주에서 유명한 전주비빔밥 맛집으로는 한국집(3대째 운영 중), 성미당(전주국제영화제 스폰서) 등이 있습니다. 첫 부분에서 명동에도 전주비빔밥 식당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명동 전주중앙회관입니다. 참고하세요.
잘못된 부분이나 다른 분들을 위해 추가할만한 내용이 있으면 댓글로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용진욱의 브런치